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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식량 주권 앞에서 한국교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조언정의 무엇을 먹을까 염려하는 시대의 기독교 신앙>
조언정 목사(팔당마실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4.12.05 10:50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생명과 사망, 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내놓았다.
너희와 너희의 자손이 살려거든, 생명을 택하여라. (신 30:19)

‘식량 주권’과 ‘먹을거리 안전’에 대해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략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젠데?”라고 질문하면 “잘 모르겠는데…”하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식량 문제가 얼마나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칠지 실제로 와 닿지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이상기후와 곡물파동, 석유자원의 고갈, 에너지위기가 불러오는 세계적인 식량위기 앞에 서 있다. 우리의 먹을거리를 포기하고 광우병, 유전자조작식품(GMO), 방사능과 식품첨가물 등으로 불안한 먹을거리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것인가, 아니면 이제라도 우리의 농업과 먹을거리를 지키고 생명과 건강, 생태와 환경을 지킬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은 10년 내에 세월호보다 더 큰 참사가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위기에서 선장은 나 몰라라 하고 있고 가만히 있으라는 정부의 방송에 국민들은 어떻게 되겠지 하고 큰 관심이 없다. 세월호 참사로 수많은 생명이 덧없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침묵은 범죄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쌀이 전면개방 되면 농민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큰 위기를 겪게 된다.
농어민의 삶은 갈수록 궁핍해지고 있으며, 농어민이 다수인 농어촌교회들도 더 힘들어지고 있다. 도시민들도 마치 전염병처럼 급격하게 늘어나는 암과 비만 등 식생활 습관병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교회는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한 새로운 사역을 요구받고 있다. 기독교에 있어 오늘날의 먹을거리 안전과 식량 주권 문제는 신앙과 선교의 핵심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사상 초유의 쌀부족 시대
최근 우리는 사상 초유의 쌀 부족시대를 맞고 있다. 2011년 83%, 2012년 86%, 2013년 89%로 쌀 자급률이 추락하였다. 쌀 자급률이 3년 연속 80%대로 떨어진 것은 1975년 통일벼로 100% 쌀 자급을 이룬 후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수입쌀을 다 더해도 쌀 자급률이 100%가 안 된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먹은 것인가.
정부는 쌀 부족을 추가 수입으로 대체했다. 2012년 의무도입량 36만 톤을 초과하여 62만 5천 톤을 들여왔다. 의무수입량은 국내 쌀산업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수입쌀만을 들여오는 제도인데, 정부는 수입쌀을 통해 국내 쌀값을 낮추고, 국가적인 쌀 부족 위기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국민들은 쌀이 남아도는 줄 안다
국민의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대북지원이 중단되었고, 수입쌀로 인해 해마다 쌀이 늘어나니까 쌀이 남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국민의 일반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 왜 쌀 자급률은 3년 연속 80%대로 떨어졌을까. 그 이유는 첫째 수입쌀이 해마다 늘어났으며, 둘째 쌀 소비량은 오히려 점점 줄어들었고, 셋째 쌀값이 싸고 떨어졌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최근의 쌀값 하락에 당황하고 있다. 쌀 자급률이 3년 연속 80%대로 추락했는데 쌀값은 왜 떨어지는 것일까?
   
 
   
 
‘혼합쌀’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시중에 칼로스 95%에 국산 찹쌀 5%가 혼합된 쌀이 <이천농산>이라는 업체명으로 국내산 포장지에 담겨서 판매되고 있다. 기찬진미쌀(미국쌀 95%), 청아미(중국쌀 95%), 농부의 명작(미국쌀 95%), 미소뜰(호주쌀 100%), 농부사랑, 자연맛쌀(중국쌀 40%, 미국쌀 60%), 천지인 등등. 이 모두가 국산포장지에 담겨 팔리는 수입쌀들의 이름이다. 
그런데 국산포장지를 사용하고 있고 이렇게 팔아도 불법이 아니고 합법이라고 한다. 수입쌀에 국산을 5%만 섞어도 혼합미로 둔갑되어 국산 포장지로 포대갈이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양곡관리법의 허점을 이용한 수입쌀의 판매가 급증하였다. 쌀값은 추락하였고 소비자들은 속고 있다. 농민들은 혼합쌀이 팔리는 상황과 그것이 합법이라는 말에 ‘정부가 어떻게 이럴수가 있는가’라고 탄식한다. 
2011년, 정부는 묵은 쌀을 햅쌀과 섞어서 파는 혼합미 정책을 앞장서서 시행했다. 생산년도가 다른 쌀을 혼합했을 경우, 혼합비율을 구분해서 표시한다고 하더라도 육안으로는 구분이 불가능하다.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의 밥쌀용 수입쌀 원산지 표시 위반 물량> 자료에 의하면 정부가 혼합미를 권장한 이후 원산지 표시위반이 급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수입산을 표시 하지 않거나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속여서 표시한 경우가 식당을 중심으로 2008년 9,41톤이던 것이, 2011년 1,687톤, 2012년 3,438톤으로 크게 증가했다.
결국 정부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혼합미를 통해 유통 상인들을 자극하고 원산지 표시의 빗장을 열어놓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2011년 정부는 쌀자급률 목표치를 90%에서 98%로 상향 조정했는데 정작 현실은 3년 연속 80%대로 추락했다.
   
 
   
 
   
 
쌀 자급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
올해 초 농촌경제연구원의 2014년 농업전망에 따르면 쌀 자급률 91%가 된다고 예상했으나 최근 정부는 쌀의 경지면적이 올 초 농촌경제연구원 예상 83만 1천ha에서 1만 1천ha가 더 감소하는 82만ha로 발표했다. 그 결과 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자료에 근거해 보면 올해의 식량자급률은 79%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식량자급률이 23%가 안 되는 나라에서 그나마 마지막으로 자급하던 쌀마저 무너지는 것이다. 정부가 설정한 98% 쌀 자급률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는 농지 확보에 이미 실패했는데 오히려 얼마 전 정부는 농지규제 완화를 발표했다. 사라지는 농지를 새로이 마련할 간척사업이라도 있는가? 한 번 사라진 농지는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도대체 다가올 식량위기에 대비한 준비가 없다.

농지가 증발하고 있다
농민들은 쌀을 포기하고 있다. 2011년 정부는 쌀이 남는다며 논에 콩이나 옥수수 등 다른 작물을 심으면 직불금을 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쌀 자급률은 급락하고 있는데 농지규제는 완화하고 논에 다른 작물을 심으면 직불금을 주고 있으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부가 설정한 쌀 자급률 목표치 98%가 장식용이든지 아니면 정말로 쌀이 남는 것인가, 아니면 모자라는 것인가? 수입쌀이 국내산으로 둔갑되어 판매되고 있는 조건에서 수입쌀이 전면적으로 들어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수입산과 국내산을 구별할 수도 없는 조건에서 어떻게 국민들이 우리 쌀을 지킬 수 없을 것인가. 쌀은 민족의 생명줄이다. 쌀 정책을 한번 잘못 펴면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온다. 사라진 농지는 다시 만들 수 없다.

정부는 관세화로 개방해도 고율관세를 물리면 괜찮다고 한다

1) 고율 관세를 정하기도 어렵지만 관세화 하는 순간 관세감축 협상이 시작된다
미국은 올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 Trands-Pacific Partnership)의 선결조건으로 쌀의 관세화와 관세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한미 FTA협상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미국에게 쌀의 관세화 후에 관세율 협상을 벌이자는 약속을 했던 것을 2011년 위키리크스가 미국의 외교문서를 공개하며 폭로한 바 있다.

   
 
2) 정부는 쌀을 예외로 한다지만 그것은 우리 생각이다
쌀 개방 관련 실무 부처인 농식품부는 “지금까지 어느 FTA에서건 쌀을 포함시킨 적은 없다”며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게 TPP에 가입하더라도 쌀은 제외한다는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강조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생각이다. 상대국들은 쌀을 협상의 의제로 삼아서 다른 것을 얻어내려고 할 것이다. 쌀이 우리의 약점이라고 판단하면 더욱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도 대통령직을 걸고 지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쌀을 지키지 못했다. 쌀을 팔아야 하는 곡물 메이저기업들의 비호 아래 쌀 수출국들은 집요하게 WTO 규율을 들이대며 개방을 요구해 결국 의무수입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협정을 체결하고 말았던 것이다.

쌀의 관세화는 WTO 협상인데 피할 수 있나?

1) 식량주권은 WTO에 우선하는 권리이다
쌀 부족에 대해 미국이나 세계무역기구(WTO : World Trade Organization)가 책임질 수 없다. ‘쌀이 부족하고 자급에 심각한 위기가 닥쳤는데 WTO 의무 때문에 쌀을 전면 개방해야 하는가’하는 것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식량위기에 대처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기본권이기에 어느 다른 이유로 침해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어떤 무역과 경제도 생존과 생명의 가치보다 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2) WTO 협정의 형평성을 요구해야 한다
우루과이라운드(Uruguay Round)협상 당시 우리가 쌀의 관세화 유예를 받은 것은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조건이고 특징인 것이다. WTO가 자유무역을 추구하지만 나라마다 다르게 협정 내용이 적용되었다. 관세가 없어도 수출보조금이 남은 나라가 있고 수출보조금 없이 관세유예가 남아 있는 나라가 서로 공존하는 것이다. 관세화 유예는 우리의 특혜가 아니라 우리의 조건인 것이다. UR협상에서 생긴 의무는 도하개발어젠다(DDA : Doha Development Agenda)가 체결될 때까지다. 모두가 DDA를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추가 개방의 의무를 가진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

먹을거리의 총체적 위기, 총체적 대응으로!
현재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 23%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쌀의 주권마저 무너지고 있다. 쌀의 절대 부족시대에 쌀의 전면개방은 우리 쌀독을 남의 나라에 맡기는 식량 주권의 포기행위이다. 
TPP라는 배를 타고 광우병쇠고기 수입과 미국산 GMO 유기가공식품이 몰려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친환경 학교급식을 파괴하고 GAP라는 허울을 쓰고 GMO시장을 열어주고 있다.
매년 벌어지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은 항생제로 키우는 산업화, 규모화된 먹을거리 생산체계의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그로인한 수산물과 농산물의 방사능 오염과 각종 첨가물로 인해 먹을거리 불안과 위기는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가 되었다.
미국의 CIA는 2012년을 기준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석유 매장량은 37년분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석유화학에 지나치게 의존한 자본의 문명이 종말을 고하면 식량은 생존의 문제가 된다.

한국교회, 식량주권과 먹을거리 기본권을 지키는데 앞장서자
지난해 8월, 인도는 식량보장법을 제정하여 농촌 인구의 75%, 도시 인구의 50%의 먹을거리를 국가가 책임지도록 했다. 농민들에게는 적정가격에 수매하고 국민들에게는 거의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전 국민 68%에 대한 식량을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적정가격에 수매를 실시하게 됨에 따라 WTO의 감축대상 보조를 위반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지난 해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WTO 각료들이 모인 가운데 인도는 자국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량보장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자신들의 처지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WTO 각료회의 합의에 동의할 수 없다며 버텼다. 그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인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가 보조금 감축을 약속했는데 인도는 이를 어겼다. 식량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각 나라들은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도의 식량문제가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는데, 우리가 국제적인 인정을 받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국제 협상은 형평성이 중요하다. 그러하기에 우리의 식량 주권 차원에서 쌀의 추가개방을 할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다른 나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인도 정부만큼 자국 국민의 식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우리 정부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세계 선진국의 대부분의 나라는 이러한 입장에서 자국의 농업, 농민을 보호하는 정책을 펴오고 있어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초식량의 자급을 이루고 있다. 우리 기독교도 이제 농업과 농민, 먹을거리 문제가 남의 문제가 아님을 자각해야 한다.

   
 
아무도 하나님과 돈이라는 두 주인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 한편을 미워하며 다른 편을 사랑하거나 한 편을 극진히 위하며 다른 편을 업신여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 6:24)

쌀 개방의 문제는 이윤이면 지옥에라도 쫓아간다는 자본의 논리와 맞닿아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 이전까지는 그래도 농산물에 대해서는 식량 주권의 문제와 농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역할 - 비교역적 기능 - 을 인정하여 무역협상대상에서 제외되어 왔다. 그런데 초국적 곡물기업의 요구로 식량이 협상 대상이 된 것이다. 이것은 농산물을 사람의 생명을 위한 ‘먹을거리’로 볼 것인가 아니면 자본축적의 수단인 ‘상품’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먹을거리’로 본다면 농업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협상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맞다. 기독교는 이런 부분에서 식량을 재물축적의 수단으로 삼는 맘몬주의에 반대해야 한다. 
이것은 먹을거리 안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를 ‘먹을거리’가 아닌 ‘상품’으로 보기에 수많은 농약과 첨가물을 사용하고, 유전자를 조작하고, 세계 생태계를 파괴하는 공장형 농업을 지향하게 되는 것이다. 
식량 주권과 먹을거리 안전의 문제는 가치관과 신앙의 문제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생명’을 ‘생명’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이윤창출과 재물축적의 수단으로 봤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우리 기독교가 식량 주권과 먹을거리 안전을 위한 운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필자 소개>

조언정

양평 팔당마실교회 목회

한국기독교 농촌목회자 연대회의 대표

조언정 목사(팔당마실교회 담임목사)  eu0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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