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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이주노동자가 차린 트립티 카페<최의팔의 트립티식구, 커피열매 따러 베트남에 가다 4>
최의팔 목사 | 승인 2014.12.09 11:09

   
▲ 황반 씨 카페 베트남 트립티 전경

우리가 머문 베트남 트립티 카페는 1층 카페, 2층 숙소, 3층 로스팅 룸과 숙소로 되어 있다. 황반 씨 형제가 한국에서 15년 가까이 일하고 모은 돈으로 지은 건물이다. 황반 씨 가족은 부모와 누나 2명과 형 2명 등 5남매가 있는데 황반 씨가 막내이다. 큰 누나는 매형과 함께 이곳에서 한국 텔레비전의 대리점 가게를 운영하고 있고 둘째 매형은 농사를 짓고 있다. 남자 형제들은 모두 외국에서 이주노동자 생활을 하였는데, 큰 형은 러시아에서 돌아와 실직자 상태이다. 작은 형은 형수와 함께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생활을 하고 귀국하였다. 현재 작은 형은 생수장사를 하면서 트립티 카페를 돕고 있고 형수는 직장에 나가면서 틈틈이 카페를 돕고 있다.

황반씨도 한국에서 일할 때 사귀었던 훼 씨와 작년에 귀국하여 결혼하였고 갓 백일이 넘은 예쁜 딸을 두고 있다. 베트남 트립티는 새벽 6시부터 문을 연다. 7시부터 손님이 오기 시작하여 오전 11시까지 바쁘다고 한다. 아침에 가게에서 배달된 쌀국수를 먹고 나서 우리는 매장에서 방문하는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한국에서 온 우리들이 손님들에게 트립티 카페의 전문성을 홍보하는 좋은 매개가 되는 것 같다. 마침 매장에는 한국인들도 적지 않게 드나들고 있다. 황반 씨는 한국 트립티에서 커피를 배우고 또 직접 서빙도 하였기 때문에 바리스타로서 손색이 없다. 그러나 황반 씨로부터 배운 작은 형은 때때로 실수를 하는 것 같다. 이날도 한국 사람이 아메리카를 주문하였는데, 베트남사람에게 하듯이 물어보지도 않고 설탕을 넣은 모양이다. 아메리카커피를 마시던 한국 사람의 못마땅한 표정을 보고 그 사정을 짐작하였다. 재빨리 다시 커피를 내려서 설탕을 넣지 않고 주자 그 한국 사람이 대단히 만족한다. 

   
▲ 황반 씨 부모님과 부인

바쁜 시간이 끝나자 형에게 카페를 맡기고 우리 일행은 시골에 있는 황반 씨 집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집에는 황반 씨 부모님과 아기를 안은 부인 훼 씨가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아기는 겨우 백일이 넘었지만, 낯을 가리지 않아 편안하게 안아줄 수 있었다. 박미성씨가 집에서 갖고 간 다양한 아기용 선물로 부인 훼의 입이 벌어졌다. 우리도 훼가 준비해 놓은 점심상을 보고 입이 벌어졌다. 방바닥에 널따랗게 자리 잡아 오리고기, 돼지고기 등 다양한 요리와 밥과 쌀국수, 정성을 다해서 준비해 놓은 점심상이라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다. 황반 씨 아버님에게 한국에서 갖고 간 대병 소주를 선물로 드리니 기분이 좋으셨다. 군인 출신이라 평소 말이 없이 근엄하기만 한 아버님이 우리에게 많은 말을 하고 또한 손수 술을 권하기도 하신다. 그 뿐만 아니라 식사가 끝난 후에는 직접 만든 나뭇잎 부채를 몇 개나 우리에게 주신다.

황반 씨 집 근처에는 좋은 관광명소가 있다. 오래된 사당과 사찰, 그리고 호수가 있어 적지 않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은 등산을 즐길 수 있다. 콘손의 탄후동에 위치한 사당은 유명한 역사적 유물로서, 느웽 트라이(1380-1442)를 기념하고 있다. 느웽 트라이는 학식과 인격이 훌륭해서 호왕조의 국정자문관으로 임명되었다. 1407년 중국 명나라가 베트남에 침략했을 때, 그의 집에 10년 동안 가택연금을 당한 채 ‘명나라 침략에 대한 대비책’을 저술했다. 1427년 명나라를 패퇴시킨 후에 그가 저술한 책 “명나라 군대에 대항한 전술과 15세기 초 비에트 국가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은 제2베트남 독립선언서라고 불리고 있다. 그의 이념적 핵심은 “백성을 평화롭게 하는 것이 국가의 근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유명하고 공헌이 많은 그도 말년에 이 지방을 시찰하러 온 왕을 그의 부인이 독살했다는 모함을 받고 삼대가 극형을 받았다. 그의 탄생 600주년을 기념하여 1980년 유네스코 문화기념물로 지정된 이 사당은 넓고 조용하여 신혼부부들이 웨딩촬영을 하고 있었으며, 사당에서 절로 이르는 산책로는 한 시간 정도 걸린다.

   
▲ 느웽 트라이 기념 사당
   
▲ 절에 가는 도중에 있는 연못과 조각

문화재 구경을 서둘러 마친 우리는 하노이로 항하였다. 하노이에 있는 공정무역 단체 ‘홀드더휴처’를 6시경에 방문하기로 약속하였기 때문이다. 이 단체의 대표는 휠체어 장애인 히엔 씨인데 그녀를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공정무역대회에서 만나 그녀의 사무실 방문을 약속했었다. 우리를 태운 15인승 봉고는 6시 못 미쳐서 하노이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이 단체의 사무실을 찾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차가 겨우 두 대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인데 사람들이 그 길을 꽉 메우고 있다. 우리는 마치 인파가 흐르는 남대문 시장을 차로 통과하는 기분이다. 몇 번이나 전화통화를 했는데도 운전수가 길을 찾지 못한다. 그 좁은 길에서 후진하여 차머리를 돌릴 때는 긴장해서 손에 땀이 흘렀다. 약속된 시간이 많이 지나서야 겨우 그 단체의 문에 차를 세울 수가 있었다. 근무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히엔대표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홀드더휴처는 널찍한 시 소유지에 지어진 3층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센터에는 작업장, 교육장, 전시장, 식당 등 필요한 부서들이 잘 배치되어 있었다. 또한 물건을 판매하는 홈페이지도 베트남 말과 영어로 운영하고 있다. 히엔대표의 안내로 우리는 장애인들이 물건을 만드는 곳, 식사하는 곳을 둘러보았고 중증 장애인과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하였다.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명랑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그곳에서는 다양한 장애인들이 직업교육을 받고 물건을 만들어 공정무역으로 판매하고 있다. 물건을 만드는 곳에는 공정무역 원칙 10개항이 베트남말로 크게 적혀 있다. 제품을 구입하려고 하니 히엔대표는 이곳의 물건은 완성품이 아니기 때문에 시내에 있는 매장에서 구입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 홀드더휴처 아이들과 함께

그러면서 히엔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제품을 선정해서 디자인을 정해주면 그대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일단 우리의 홈페이지에 이 단체를 연결시켜서 원하는 분들에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로  약속하고 작별인사를 하였다. 홀드더휴처는 한국 한강사회복지재단에서 사회복지봉사상을 수상한 단체이다. 선물로 준 소품을 손에 쥐고 떠나면서 앞으로 이 단체와 어떻게 공정무역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마음이 무겁다. 

최의팔 목사  euip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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