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종교와 사상 박재순 칼럼
선악과와 타락<박재순 칼럼> 열매를 따먹는 삶과 열매가 되는 삶
박재순(씨알사상연구소 소장) | 승인 2014.12.17 12:12

생명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 씨알은 열매가 열게 하고 스스로 열매가 되는 사명과 목적을 가지고 있다. 씨알의 존재와 활동은 열매를 따먹자는 것이 아니라 땅바닥에 떨어져 흙속에 묻혀 깨지고 죽어서 열매가 열게 하고 스스로 열매가 되자는 것이다. 열매가 열게 하고 열매가 되는 것이 씨알의 본분이고 의무다.

성경의 창세기에 따르면 선악을 알게 하는 열매를 따먹고 인류가 타락했다. 하나님은 선악을 알게 하는 열매를 따먹으면 반드시 죽는다고 했다. 선악을 아는 것은 지성을 가지고 도덕적 주체가 되는 것을 뜻한다. 선악을 분별하는 것은 생명을 풍성하고 진실하고 아름답게 하자는 것이다. 선악판단의 목적은 생명을 실현하고 완성하자는 것이다. 선악분별의 목적과 표준은 생명 그 자체에 있다. 선과 악을 분별하여 생명의 풍성한 열매를 맺고 열매가 되자는 것이다. 생명의 풍성한 열매는 생명의 주체인 ‘나’, ‘영혼’이 진실하고 선하고 아름답게 되는 것이며, 사랑과 의 안에서 자유롭고 힘 있게 되는 것이다. 선악 분별과 판단의 열매는 사랑과 의의 열매, 진선미의 열매이다.

   
 
인생이란 선악을 분별하여 선의 열매가 열리게 하고 스스로 선의 열매가 되자는 것이지 선악을 분별하여 사욕을 취하자는 것이 아니다. 선과 악의 분별과 판단은 생명 자체의 자리, 생명 전체의 자리에서 공적으로 이루어질 때 생명이 풍성하게 된다. 개인과 집단의 이기심과 편견으로 선악의 판단이 이루어지면, 전체 생명은 파괴된다. 선악 판단의 열매를 따먹는다는 것은 생명 전체에게 속한 선악판단의 열매를 개인과 집단이 이기적으로 갈취하는 것이다. 자신의 육체적 생존과 확장을 위해 선악 판단의 열매를 따먹는다는 것은 선악판단의 주체와 목적인 영혼을 육체에 종속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전체 생명에 대한 침해와 갈취이며, 인간의 자기 파괴이고 모독이다. 선악을 알게 하는 열매를 따먹은 인류는 죽음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생명의 길을 가는 씨알은 열매가 열리게 하고 열매가 되자는 것이지 나무에 달린 열매를 따먹자는 것이 아니다. 열매를 맺거나 열매가 되지는 않고 열매를 따먹기만 하면 생명은 반드시 죽는다. 땅은 저주를 밭고 마음밭(心田)은 흉악해진다. 이마에 땀 흘리고 땅을 파서 열매가 열리게 하는 것이 농사다. 농사는 우리말로 ‘여름질’, ‘열매가 열게 하는 일’이다. 열매가 열게 하고 열매가 되는 것이 씨알의 일이고 생명의 일이다. 이마에 땀 흘리며 마음 밭을 파서 사랑과 의의 열매, 진선미의 열매가 열리게 하고 그 열매가 되는 것이 신앙이고 철학이다.

서구사회의 역사에서는 권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스·로마 시대 때부터 권력투쟁과 계급투쟁, 민족전쟁을 통해서 권리를 확보하고 확장해 왔다. 권리(權利), 힘과 이로움은 인생의 열매를 따먹고 누리는 것이다. 재물과 소유와 지위는 사회생활의 열매를 따먹는 것이다. 서구역사는 사회의 열매를 따먹는 역사였다. 결국 권리를 나타내는 말(right, recht)이 법과 정의를 나타내게 되었다. 서구문명에서는 인권과 생존권과 소유권이 최고의 가치다.

자본주의는 인권과 소유권을 기본권으로 보고 자유경쟁을 통해서 능력껏 권리와 소유를 확장하자는 것이다. 한 마디로 능력껏 열매를 따먹자는 것이다. 각자 자기의 권리와 소유를 위해서 경쟁하면 서로의 권리와 소유를 침해하게 된다. 약하고 무능한 사람은 권리와 소유를 잃는다.

공산주의는 권리와 소유를 국가가 공평하게 분배하자는 것이다. 공산주의는 열매를 나누어 먹자는 것이다. 개인이나 소수가 국가의 권력을 독점하고 권리와 재화를 분배해서 나누어 먹자는데 초점이 있다. 공산주의철학에서는 열매가 열게 하고 열매가 되려는데 힘쓰는 사람이 나오기 어렵다.

권리를 최고의 가치로 보는 서구문명에는 희망이 없다. 오늘의 사회는 땀 흘려 일해서 열매가 열게 하고 열매가 되려는 사람은 적고 열매를 따먹자는 사람만 가득하다. 그런 사람들이 세계의 경제와 정치를 주도한다. 금융자본, 투기자본, 부동산투자의 광풍, 부정과 부패는 불로소득을 얻자는 것이다. 세상이야 어찌되었든 열매만 따먹자는 것이다. 오늘의 경제위기와 인간심성의 파괴는 열매만 따먹으려는 풍조와 행태에서 나온 것이다. 현대산업문명은 이마에 땀 흘리며, 땅을 파고 마음 밭을 깊이 갈아서 인생의 열매를 만들지 않고, 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먹듯이 인생을 편하게 누리며 살자는 것이다.

삶은 권리 이전에 존재하는 것이다. 삶은 권리에 근거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 속에 존재의 근거와 보람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삶의 근본은 권리에 있지 않고 사명과 뜻, 보람과 의무에 있다. 권리가 있다거나 없다거나 생명(生命)은 살라는 절대명령을 가진 것이고 씨알은 생명을 싹트고 자라게 하고 열매가 열게 하고 열매가 되는 절대사명과 의무를 가진 것이다. 예수와 석가, 공자와 노자와 같은 성인들과 철인들은 사람들을 권리주장과 권리의식 이전의 삶에로 이끌고 모두 열매를 맺고 열매가 되는 씨알의 길을 갔다. 사랑과 의(仁義)를 사람과 생명의 본성으로 본 모든 성인과 철학자는 씨알의 길을 간다. 영원한 생명의 씨알인 사랑과 의의 열매, 진선미의 열매가 열리고 그 열매가 되는 것이 삶의 본분과 보람이며 의무와 사명이다. 이것이 참된 삶, 영원한 생명에 이르고 영생을 누리게 되는 길이다.

박재순(씨알사상연구소 소장)  p994@chol.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3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