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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보시기에 좋지 않다!”<이윤상 목사의 세월호 이야기 2>
이윤상 목사 | 승인 2014.12.18 12:05

한신대학교 신학과에 재학하던 시절, 문익환 목사님께서 방북하셨다. 판문점을 넘어 오시자 구속 수감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증경총회장님이신 은명기 목사님께서 전주예수병원에 가자고 하셨다. 곧장 8층 입원실 특실로 가셨다. 기관원인 듯 한 사람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은명기 목사님께서 먼저 들어가시더니, 잠시 후 나를 데리고 병실로 갔다. 그 병실에는 문익환 목사님이 계셨다. 병 보석으로 잠깐 출소하시기 직전이었다. 은명기 목사님께서는 문익환 목사님께 “우리 후배입니다”라고 나를 소개하셨다. 두 분의 말씀을 듣던 말미에 문익환 목사님께 북한에 가시게 된 연유를 물으니 해맑은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하느님 보시기에 좋지 않잖아!” 

천지를 창조하시고 난 후 하느님은 어떠셨을까? 그 마음을 성경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만드신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기 1:31a 공동번역) 하느님 보시기에 좋지 않은 현실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한 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총칼을 맞대고 있는 현실은 하느님 보시기에 좋을 리 없다. 문익환 목사님께서는 하느님 보시기에 좋지 않은 이 현실을 몸으로라도 뚫고 가셨던 것이다. 이 날의 사건은 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2013년 12월 시작된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이 시위대에 발포하여  수 백 명의 생명이 희생되는 가슴 아픈 소식이 전했다. 유혈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경찰이 시위대를 저격한다는 충격적인 소식까지 전해졌다. 시시각각 우크라이나의 소식은 유튜브와 SNS로 전 세계에 알려진다.  그 증 아주 강렬한 사진 한 장이 나를 사로잡았다. 우크라이나의 유혈 반정부 시위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2014년 1월 24일(현지 시간) 키예프에서 정교회 사제들이 경찰들과 시위대 중간 지점에서 평화를 위한 기도를 하고 있었다. 기도 덕분인지 이날 정부와 야권 지도자들이 정국 타개를 위한 협상에 들어가 체포된 시위 참가자 석방과 무력 사용 자제 등 합의를 이뤘다. 이 사진은 영혼 깊은 울림을 만들고 있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SNS를 통한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 사실로 드러나 전국은 요동쳤고, 박근혜 정부 퇴진이라는 요구가 터져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우크라이나와 같은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성직자라면 당연히 폭압적인 공권력으로부터 하느님의 고귀한 생명들인 국민을 지키기 위해 십자가를 들고 나서야 한다. “나를 따라오려고 하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구할 것이다.”(마가복음 8:34b-35, 새번역)

예수 그리스도의 길이 불의한 공권력으로부터 생명을 구하는 것도 포함된다.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하며 호산나를 외치던 이들의 열망을 뒤로 한 채, 십자가의 길을 택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유세비우스의 [유대사]에 따르면 유월절, 60여 만 명이 모인 예루살렘에서 유대인들의 폭동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서 완전무장한 로마군을 예루살렘 성에 입성시키는 무력시위를 한다. 반란은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무력시위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반대쪽에서는 나귀를 입은 예수가 입성한다. 유대의 권력자들은 빌라도와 로마 군단을 맞았지만, 대다수의 유대인들은 예수와 함께 반란을 꿈꾼다. 예수의 선택은 반란이 아닌 십자가였다. 유월절 예루살렘 성에 모인 유대인은 로마군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지만 그 이후, 로마가 닦아 놓은 길로 로마의 군단이 신속하게 몰려와 예루살렘은 순식간에 참혹한 학살과 폐허로 무너질 것이 자명하기에 예수는 십자가를 택한다. 예수가 십자가를 진 것은 예루살렘의 살육을 막아 생명을 살렸으며, 동시에 십자가의 죽음을 넘어선 부활로 영원한 생명의 길로 인도한 것이다.

   
 
문익환 목사님을 만나 “하느님 보시기에 좋지 않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성직자의 길을 보았고, “불의한 공권력의 폭압” 앞에 놓인 생명을 살리신 십자가를 보았다. 이 두 사건이 오버랩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2014년 5월 20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와 진실규명을 위한 시국기도회’를 시작으로 활동하던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이 광화문에 단식을 시작하자 7월 23일 동조 단식을 시작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전북노회 교회와사회위원장인 나도 동조단식에 참여 하였다. 광화문은 유난히 무더웠다. 배고픔도 배고픔이지만 타는 듯 한 목마름이 더욱 힘들게 했다. 진실을 위한 갈증이었을까? 이후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위한 활동에 7월 24일은 세월호 참사는 100일을 맞았다. 100일 행사 막바지에 비가 쏟아졌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으로 가려던 유가족을 경찰이 막아섰다.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진도체육관을 출발한 유가족을 막았던 공권력은 KBS 사장의 사과를 요구하던 유가족을 막아서더니 언제든 찾아오라던 대통령에게 읍소하겠다는 유가족을 막아서더니,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는 날, 서울광장 행사를 마치고 광화문 천막으로 가는 길도 막았다. 그 날은 억수같은 비가 쏟아져 내렸다. 아이들의 울부짖음이 눈물이 되어 폭포수처럼 내렸다. 억장이 무너지는 비는 눈물과 함께 온몸을 적셨다. 순간 “하느님 보시기에 좋지 않다.”라는 문익환 목사님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순간. 우크라이나에서 무장한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서 십자가를 들고 목숨을 건 평화의 기도를 하던 정교회 사제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성적 사고 앞에 이제 성직자가 나서야 한다는 울림이 계속 메아리쳤다.

다음 날, 날이 밝자 한국기독교장로회 전북노회 교회와 사회위원회 위원들의 위임을 받아 교회와사회위원회 임원회가 소집되었고, 세월호 실종자 희생자 생존자 가족에게 목사 1인을 파송하기로 결의하였다. 이후 노회의 추인을 받아 총회의 추인을 거쳤다. 이제 누가 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하신 주의 말씀에 순종하지 못한 불순종을 회개하고 속죄하기 위해 그리고 눈물 흘리는 자와 함께 울기 위해 책임 있는 위원장이 가야 한다는 점, 그리고 서울이 삶의 터전이던 내가 서울에 가장 익숙하다는 점을 들어 자원하여 광화문으로 향했다. 뉴시스를 통해 “한국기독교장로회, 광화문 세월호 가족에게 이윤상 목사 파송”이라는 기사가 올라왔고, 중앙일보에도 보도가 되었다. 내가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중인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에게 도착하기도 전 나의 파송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 날도 비는 계속 내렸다. 아이들의 눈물 같은 빗물이 광화문을 적시고 있었다. 마음은 무거웠고, 슬픔은 깊었다. 빗물, 아니 눈물에 흠뻑 젖은 광화문 천막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마치 차디차고 깊고 어두운 바다 속 세월호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단식 3일째인 나의 광화문 세월호 광장의 노숙이 시작되었다.  

이윤상 목사  rev.yoons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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