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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피카트 이야기 : “왜 기다리는가?”<주대범의 교회음악 산책 12>
주대범 장로 (중앙루터교회 성가대 지휘자) | 승인 2014.12.18 12:15

대림절 셋째 주간을 보내고 있다.
왜 예수님이 굳이 이 땅에 강림하시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세력이 만연(蔓衍)하다 못해 더욱 팽배(澎湃)하는 상황 속에서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하염없이 2014년 성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염없이> 기다릴 일이 아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그의 오심을 준비하며 길을 닦았던 믿음의 선구자들을 좇아 힘껏 나아가는 것이 깨어있는 제자들의 태도이다.

   
▲ 대림절 셋째주 제단에 밝혀진 촛불
지난 금요기도회 때, 평소 찬송을 부르던 일을 접고 <음악 감상>을 하였다. 보통 취미를 물으면 음악 감상이니 독서니 이야기들 하지만, 이 두 가지의 일이 얼마만큼의 훈련을 필요로 하는지를 간과(看過)한 허세(虛勢)라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잦다. 그래도 우리 교우들은 뛰쳐나가는 일없이 30분 동안 진지하게 잘 들었다.
그 날 감상한 노래는 바흐(J. S. Bach, 1685~1750)의 <마그니피카트, Magnificat In D Major, BWV 243>인데 엠마뉴엘 아임(Emmanuelle Haim, 1967~ )이 지휘한 음반으로 들었다. 그녀는 프랑스 파리 태생인데, 아버지는 유대인이다. 하프시코드 연주자로도 유명하지만 고음악이나 바로크에도 뛰어난 지휘자이다. <마리아의 노래>인만큼 여성 지휘자를 택해 보았다.
 주일 최주훈 목사의 설교 제목도 역시 <마리아의 찬가>였다.(http://blog.daum.net/ hahahaluther/160 참조)
올해 교회력 대림절 셋째 주의 교독 시편은 유일하게 구약 시편이 아니라 복음서 누가복음 1:46b~55의 말씀인데 바로 <마리아의 찬가, 마리아의 노래, Magnificat>이다.

이 절기에 불리는 찬가로는 마니피카트 외에도 베네딕투스(Benedictus, 스가랴의 노래 - 찬송하리로다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여, 누가복음 1:68~79), 눙크디미티스(Nunc Dimittis, 시므온의 노래 - 주여 이제는 주의 말씀대로 우리를 보내시옵소서, 누가복음 2:29~32), 천군 천사들의 합창인 영광송(Gloria in excelsis Deo –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누가복음 2:14) 등이 있다.
이 찬송들은 초대 교회 때부터 예배 의식의 중요한 부분에 불려졌다.

   
▲ 성모 방문-Rogier van der Weyden,1435
물론 일찍이 동방교회에서 불렸고 전승되었겠지만, 그 자취를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서방교회에서는 <성 베네딕트의 규칙, 520년 경>에서 그 용례를 분명히 볼 수 있다.
가톨릭 전례에서 예배는 성무일과(聖務日課, Office, Canonical Hours)와 미사(Mass),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그 중 성무일과는 <성 베네딕트의 규칙> 8~19장에 최초로 성문화되어 나타난다.
성무일과 때 불리는 송가(頌歌, canticle)인 <마리아의 찬가, Magnificat>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여덟 번 드려지는 일과 중 일곱 번째인 <만과, Vespers - 저녁기도회> 때에 불렸다. 특히 이 <만과> 때에만 다성 창법이 허용되었으므로 종교음악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 전통은 가톨릭뿐만 아니라 루터교, 성공회에서도 충실히 지켜진다. 우리 교회의 저녁기도회 때는 늘 마니피카트를 노래한다.

15세기 초에 영국 음악은 대륙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대륙 작곡가들을 매료시켰다.
(아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다며 고민하는 일이 절대 없기를 바란다.)
1420~1450년 사이, 이 영국식 작법은 모든 작곡 양식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을 포부르동(fauxbourdon)이라 부른다. 멜로디를 최상성에 두고, 아래 파트를 병행 6도로 진행시키되 가끔은 옥타브 음을 쓰면서 종지는 8도를 유지하는 기법이다. 연주 시에는 기보되지 않은 멜로디 아래 4도음이 추가로 불려진다.
이 기법은 특히 전통적 송가인 시편, 마니피카트, 테 데움에 사용되었으며, 음악사적으로는 3성부 시대를 연 데에 큰 가치가 있다. 이를 토대로 당시 영국에선 캐럴(Carol)이, 불란서에서는 샹송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 포부르동은 부르고뉴악파의 모테트에 영향을 끼쳐 뒤파이(1400경~1474)에서 활짝 꽃을 피우며, 한편으로는 미사곡(motto mass)이 발달하여 <정선율 미사곡, cantus firmus Mass>이 등장하게 한다. 이런 음악적 발달에 힘입어 영국인 존 호스비의 마니피카트가 작곡되기도 하였다. 
 
마니피카트의 원 제목은 <Canticum In Honorem Beatae Virginis Mariae>이다. 그러나 보통 <Magnificat>로 부르는 것은 처음 시작이 “Magnificat anima mea Dominum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오며 / My soul magnifies the Lord)”이므로 통상적인 방법으로 노래의 첫 단어를 그 이름으로 삼은 결과이다.

마니피카트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대 바흐의 마니피카트(BWV 243)는 5성부 합창과 관현악을 위한 600소절이 넘는 대곡으로서, 1723년에 Eb조로 쓰였고 1728~31경 더욱 웅장한 D조로 개작되었다. 라이프치히 시의 칸토르(Cantor, 음악감독)를 겨우 차지한 바흐는 ‘너희가 내 실력을 알기나 해?’라는 각오로 무서운 창작열을 불태웠고, 바로 그 때 쓴 걸작 중에 이 곡도 포함된다.
이 곡은 바흐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선율적이며, 그의 다른 교회음악에 비해 보다 더 이탈리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태리풍의 이중창 <긍휼하심이>가 참으로 감동적이다.연주와 합창, 독창이 교차되면서 다양한 조화가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용솟음치듯 흐른다.
그러나 성가대원이나 연주자들에게는 매우 까다로우며, 높은 수준의 역량을 요구하는 곡이기도 하다. 우리는 헨델의 <메시아>를 들으면서 감격에 겨워 벌떡 일어서지만, (서열을 매길 순 없어도) 바흐의 음악은 그 깊이가 헨델과는 다르다. 바흐가 이 절기를 위하여 1734~35년 작곡하여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교회에서 발표한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BWV 248>를 보아도 격이 다름을 쉬 알 수 있다.

바흐의 마니피카트는 12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고쳐 쓴 우리말 텍스트를 덧붙였다.

   
▲ Magnificat in Latin
01_ Magnificat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오며(Magnificat anima mea Dominum)
02_ Et Exsultavit 나의 구원자 하나님 생각에 이 마음 기뻐 뛰는 것
03_ Quia Respexit 당신께서 이 여종의 비천한 신세를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04_ Omnes Generationes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복되다 하리니
05_ Quia Fecit Mihi Magna 전능하신 그분께서 내게 큰일을 베푸신 덕분입니다. 그의 이름 거룩하시며
06_ Et Misericordia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대대로 자비를 베푸십니다.
07_ Fecit Potentiam 주님은 권능의 그 팔을 펼치시어 마음 속 생각이 교만한 모든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08_ Deposuit Potentes 권세자들을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 보잘것없는 이들을 높이셨으며
09_ Esurentes Implevit Bonis 좋은 것으로 굶주린 배 채워주시고, 부요한 자를 빈 손으로 내치셨습니다.
10_ Suscepit Israel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의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습니다
11_ Sicut Iocutus Est 우리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대로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그 자비 영원히 미치리이다.
12_ Gloria Patri 성부 성자 성령께 영광을 돌리세 태초로 지금까지 또 영세무궁토록 성삼위께 영광 영광 아멘. (끝에는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송가인 <Gloria Patri>가 관습적으로 붙는데, 거의 모든 작품들에 적용되었다.)

이 노래의 내용은 참으로 혁명적이다. 우리가 메시아를 기다리는 삶을 산다는 것은 삶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오실 그 분이 이루실 세상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뛰지 않는가?
마리아 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현실은 참으로 척박하고 곤욕스럽기 이를 데 없다. 오히려 현대로 올수록 <악>은 더욱 지독해지고, 마귀는 더욱 지능적으로 바뀌었다. 지난 한 해를 다시 돌아보자. 얼마나 불합리한 일들이 <갑>의 가면을 쓰고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는지를….

이 <찬가>를 부른 마리아는 살아있는 믿음의 선구자로서 오늘 우리를 일깨우고 있다.
이 귀한 일깨움에 <아멘>으로 동참하지 않으려는가?

참고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마니피카트 작곡가는 다음과 같다.

   
▲ John Rutter_Magnificat-poster
Thomas Tallis / Orlando di Lasso /
Giovanni Pierluigi da Palestrina /
Michael Praetorius / Samuel Scheidt /
Heinrich Schütz / Claudio Monteverdi /
Dieterich Buxtehude / Melchior Franck /
Henry Purcell / Johann Sebastian Bach /
Antonio Vivaldi / Johann Kuhnau /
Georg Philipp Telemann /
Carl Philipp Emanuel Bach / Antonio Salieri / Wolfgang Amadeus Mozart / Franz Schubert / Felix Mendelssohn Bartholdy / Anton Bruckner / Charles Gounod / Peter Tschaikowsky /
Johannes Weyrauch / Hugo Distler,1933 / Hermann Schroeder,1951 / Gerd Zacher ,1960 / Gaston Litaize,1967 / Hans-Ola Ericsson,1974 / Krzysztof Penderecki,1974 / Klaus Miehling,1981 / Arvo Pärt,1989 /
John Rutter,1990

필자소개

   
▲ 주대범 장로

1955년 서울에서 출생, 교육에 종사한다.

대학에서 문학을, 개인적으론 작곡을 공부했다.

고등학교 국어교사를 10년 한 후, 출판사를 운영 했었다.

교회합창곡도 작곡하고, 글도 쓰면서

누가 부탁하면 목수 일도 하고, 시각디자인도 한다.

중앙루터교회 성가대 생활을 39년째 하고 있다.

주대범 장로 (중앙루터교회 성가대 지휘자)  bawee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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