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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은 아직 농성중, "우리의 목표는 단협의 정상화"<쫓겨난 자들의 도시 베들레헴> 재능 유명자 지부장을 만나
고수봉 기자 | 승인 2014.12.18 23:57

헤롯왕의 박해를 피해 베들레헴으로 내려간 요셉과 마리아는 자신의 낳은 예수를 눕힐 곳이 없어 말 먹이통에 놓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 날을 성탄절로 축하하고, 그 기쁨에 감격한다. 그러나 예수가 자신이 살아갈 터전에서 쫓겨난 것처럼 오늘에도 권력과 자본, 제도에 의해 쫓겨난 자들은 존재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야 한다. 하지만 그가 쫓겨난 자들의 도시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것처럼 성탄을 맞아 우리 시대 쫓긴 자들의 도시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 중에도 우리 눈에 더욱 포착되지 못하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이제 곧 장기투쟁 만 7년을 맞이하는 재능교육 농성장에서 유명자 지부장을 만나 ‘끝’으로 기억된 7년의 투쟁과 당부에 대해 들어봤다. 이미 재능노조가 엄연히 따로 존재하지만 전임 재능노조 지부장으로서 직함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그것이 7년을 버틴 사람에게 표하는 최소한의 존중 아니겠나.

지루한 7년 농성, 그만두고 싶은 적 없어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 자리하고 있는 농성장은 2500일을 훌쩍 넘긴 장기 투쟁 사업장이다. 19일에는 농성을 시작한지 만 7년을 맞아 특별한 집회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천막을 찾았을 때는 항상 틀어놓던 방송을 꺼놓은 상태이다. 경찰들이 주변을 순찰하는 것을 보니 재능 사측에서 ‘소음’으로 신고를 한 모양이다.

   
▲ 유명자 지부장은 재능교육 노조의 농성은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애초 '농성'의 이유가 해고자 복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천막에 들어가 유명자 지부장을 만났다. 7년이 됐다는 소리에 큰 감흥은 없어 보인다.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7년을 맞아 특별한 집회, ‘우리가 싸워온 길’을 기획한 것은 “잊히지 않았다는 것,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도 “(너무 오래 싸운 탓에) 변함없이 연대해 오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고백했다.

7년의 지루한 시간, 끝내고 싶었던 적은 없었을까? 유명자 지부장은 단호하게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해고자들이 복직됐을 때도 농성을 오히려 유지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이 유명자 지부장이다. 하지만 노조 내에서의 분열이 극적으로 들어난 ‘종탑 고공농성’이 시작됐을 때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잠적’을 시도했다. 아마도 7년 중에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종탑에 오르기 1년 전부터 노조에 정식적으로 교섭을 요청한 것이 아닌 비선을 통해 합의안이 들어왔다. 장기투쟁 사업장은 자본 측에서 합의안을 던지면 분열되기 시작한다. 1년 넘게 내홍을 겪다가 현장으로 돌아가 단체협약 투쟁을 하고자 했던 노조 내 성원들이 종탑에 오른 것이다. 그걸 보면서 앞으로 농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이미 사측의 합의안을 받을 것이라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 시민 선전전, 지국방문 등 재능교육의 실체를 알리고, 노동조합을 바로 세우려는 7년째 진행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재능교육 노조는 8월 26일 사측의 합의안을 수용했고, 해고자들은 모두 복직됐다. 그러나 임금제도 개선이나 독소조항 폐지 등 단체협약은 이전과 달라졌다고 한다. 유명자, 강종숙, 박경선 세 사람에게도 복직 명령이 떨어다. 하지만 회사가 내민 합의안으로는 농성을 포기할 수 없었다.

투쟁을 끝났다 말하지 말라

유 지부장은 농성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단체협약 체결과 임금제도 개선 등을 농성을 포기하고 먼저 복직된 후, 현장에서 투쟁을 계속할 수 없었다”며 “단체협약 속에서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의미를 가지는 조항을 지켜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재능노조의 단체협약과 무엇이 다를까? 유 지부장은 “회사가 교사들을 관리하고,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었던 사내 규정이 단체협약처럼 되어 있다. 임금이나 복지 관련한 조항은 삭제되거나 후퇴한 상황”이라며, ‘마이너스 월별 정산제도’, ‘미수회비 자동충당 제도’, ‘휴가비 지급 조항 삭제’ 등을 예로 들었다.

또한 재능노조의 농성은 애초부터 ‘해고자 복직’이 목표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2007년 12월 임금이 대폭 삭감되는 제도가 도입되어 노조 간부 소수가 선도적인 투쟁을 위해 농성을 시작했다. 당시 단체협약 조항이었던 노조 상근자 유명자, 노수영도 농성을 시작했고, 2008년 사측이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두 상근자에게 현장복귀를 명령, 따르지 않자 사측은 해고를 통보했다.(2010년 12월 해고자 11명)

   
▲ '단체협약'을 요구하며 7년을 맞은 지금, 기독교단체 '불한당'이 재능의 투쟁에 연대를 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애초부터 재능노조 농성은 ‘해고자 복직’이 아닌 ‘단체협약 개선투쟁’으로 시작한 농성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애초에 노조의 방침도 해고자 복직과 단체협약 체결은 동시 합의 사항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재능 노조와 사측의 단체협약은 “이전보다 훨씬 후퇴한 상황”이라고 한다. 게다가 지난 8월 대법원은 학습지 노동자가 아니라는 판결까지 나온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단체협약이 지켜질지 의문이다.

그러면서 유 지부장은 “99년 3천여명 총파업으로 노조를 만들고, 2000년 단체협약을 학습지 노조 최초로 체결했다.”며 “단체협약은 노조법, 근로기준법 상에서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한 근거자료이자 기본이다. 우리가 특수고용노동자에게는 노동자로 인정받는 것이 생존권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1년 11월 고등법원에서는 노동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나와 내 가족의 문제

마지막으로 7년을 버틸 수 있는 힘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원칙 있는 투쟁’이거나 ‘대단한 투쟁’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단지 제자리로, 기본만은 하자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기본만은 지켜가는 싸움을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우리가 포기하지 않으니까 우리를 포기하지 않는 연대 동지들이 있다. 함께 해주고 있는 사람들이 힘이 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유명자 지부장은 “비정규직을 만들어내는 자본가들도 너무 많은 비정규직으로 걱정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내 아이, 사촌, 형제들의 문제라는 점”이라며,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이런 천막이나 현장을 봤을 때, 조그만 관심이라도 가져줬으면 한다. 그런 관심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 유명자 지부장 뒤로 보이는 살림살이가 추운 겨울이 왔음을 알려준다. 이번이 8번째 맞는 겨울이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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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노조는 20여명 남짓한 인원이 남았고, 그 중에서도 복직을 거부한 강종숙, 박경선, 유명자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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