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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세계이주민의 날, 유엔이주민권리협약 비준해야한국정부는 유엔이주민권리협약의 비준에 적극 임해야...
이재산 목사(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 승인 2014.12.19 11:21

며칠 후면 성탄절이 다가온다. 많은 분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온정의 손길을 보내기도 하고, 연말이 가기 전에 연초에 계획했던 일들을 서둘러 마무리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이주민에게 뜻 깊은 기념일이 12월에 있다. 바로 12월 18일 세계이주민의 날이다.

세계이주민의 날은 2000년 12월 4일 유엔 총회에서 제정되었다. 12월 18일을 세계이주민의 날로 정한 이유는 1990년 12월 18일 유엔총회에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채택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이하 ‘이주민권리협약’이라고 부를 것이다. 왜냐하면 이주노동자 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권리도 함께 보장하는 협약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이주민의 권리 보호에 관한 협약’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민의 기본적 인권의 보호를 보장하는 노력과 그에 관한 협약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1970년대부터 형성되었다. 이 기본적 인권들은 1990년 ‘이주민권리협약’을 입안하면서 규정되었다. 그러나 경제 선진국들의 외면으로 비준국의 수가 적어 발효되지 못하다가 2003년에 가서야 협약의 효력이 발생하는 요건인 비준국 20개 국가가 되어 발효된 것이다. 그 후 현재까지 대부분의 비준국이 이주노동자를 송출하는 나라 위주여서 2013년 말 현재 47개국만이 이주민권리협약을 비준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아직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이 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고 있는 협약, 즉 국제노동기구인 ‘ILO 이주노동자 협약’과 ‘고용을 위한 이주협약’에 OECD국가 상당수가 가입하고 있어 ILO 협약에도 가입하지 않은 한국은 국제사회가 동의하고 합의한 이주노동자 정책을 펴고 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에는 우리 센터를 비롯해서 외노협, 이주공동행동 등 이주 관련 단체들이 광화문에 있는 동화면세점 앞에서 300여명이 모여 '모든 이주민에게 인권과 노동권을'이라는 주제로 전국이주민대회를 열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인 베트남 여성의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는 퍼포먼스와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은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여성인 A씨(24)가 결혼 전 본국에서 겪은 성폭행에 의한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한국 남자와 혼인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6월 27일 1심에서 '혼인 취소 및 위자료 지급' 판결을 받았다. 이 여성은 지적장애가 있는 남편 김모 씨와 결혼해서 힘든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남편의 계부인 시아버지에게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하다 결국 성폭행까지 당했는데 결혼 취소 판결이 나온 것이다.

A씨를 성폭행한 시아버지는 이 사건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으나, A씨의 수난의 이때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그 이유는 시아버지에 대한 형사재판 과정에서 결혼 전 출산 사실이 확인되자 남편은 A씨를 상대로 법원에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법원은 "A씨가 현 남편과 결혼하기 전 베트남에서 있었던 출산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며 결혼 취소와 함께 남편에게 위자료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던 것이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재판부가 피해 여성의 정황을 종합적으로 살펴 피해자 인권을 보호하는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A씨가 겪고 있는 이 상황은 단지 한 여성만의 일이 아니며, 많은 이주여성들이 가정 내 폭력, 혼인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 등의 상황에서도 제대로 항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래서 이 재판의 결과에 따라 다른 피해 여성에게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판결을 해야 하는 것이다.   

   
 
세계이주민의 날 당일인 18일에는 우리센터를 비롯해서 먹거리 생산자 단체 및 소비자 단체, 이주노동자 당사자들이 프레스센터에서 농축산 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한 활동인 ‘인권 밥상 캠페인’ 보고대회와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권리를 촉구하는 소비자·이주노동자·생산자 선언식 있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력 정책을 보면 이주노동자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조건에서 일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는 수단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사실상 추방위협과 폭력이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종교계에서도 세계이주민의 날을 맞아 의미 있는 행사가 이어졌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4대 종단이 지난 12월 9일 국회도서관에서 고용허가제 10년을 맞아 이주노동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필자는 토론회 기조발제를 통해 올해로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 10년이 됐지만 노동 현장에서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와 임금체불은 근절되지 않고, 미등록 체류자도 늘고 있어 고용허가제 도입 취지를 전혀 충족하지 못했음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이주노동자 사업장 선택권 제한 폐지,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 폐지, 농축산업 종사 이주노동자의 근로기준법 63조 적용 제외, 이주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재개정 등 4가지 제도 개선의 시급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17일 오전에는 ‘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를 발족식을 갖기도 하였다. 불교, 개신교, 원불교, 천주교 등 4대 종단 안에 있는 이주·인권 기구들은 열악한 이주민의 인권현실에 대해 깊이 우려해왔으며, 앞으로 이주민 인권 보호를 위한 상호 협력과 연대의 틀을 강화하기 위해 ‘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 발족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종교적 양심과 신앙에 따라 비인간적이고 제도화된 폭력을 없애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 강력히 대응해 나아갈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제도는 노동착취제도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의 정신을 존중하여 유엔이주민권리협약의 비준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세계이주민의 날을 통해 시민사회 인권단체와 종교인들이 우려하고 있는 현행 고용허가제가 갖고 있는 독소조항 등을 제거하고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으로 당당하게 일하고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재산 목사(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jasonfi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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