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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교수, "헌재결정문, 학점으로 보면 F"30일 기독교회관에서 헌재 판결에 대한 토론회 열려
고수봉 기자 | 승인 2014.12.31 13:02

   
▲ 30일 오후4시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홍구, 송기춘 교수가 헌재 판결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한 교수는 '진보적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의 제헌헌법 내용이라고 말했고, 송 교수는 결정문의 논리체계가 없음을 지적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지난 19일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에서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관 9명 중 8명이 해산판결에 찬성했으며, 반대는 단 1명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정당을 권력과 비양심적인 재판관들이 해산시켜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30일 오후4시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헌법재판소 8:1, 어떻게 볼 것인가?’란 주제로 헌재의 통진당 해산판결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번 통진당 해산판결에 대한 전문가의 입장을 청취하고, 대응 방법을 모색하자는 취지이다.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식 사회주의? 제헌헌법의 내용!

   
▲ 한홍구 교수. ⓒ에큐메니안 고수봉
발제자로 초청된 역사학자 한홍구 교수(성공회대 교양학부)는 “박근혜 정권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것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때문인데, 지난 8월 11일 서울고법은 ‘내란음모 무죄, RO 실체 없음’으로 판결했다”며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년 1월에 있을 예정이었지만 서둘러 처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진당 해산을 결정한 헌재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여갔다. 그는 “4월 혁명 후, 제2공화국 헌법을 만들면서 정당해산 규정이 들어간 것은 ‘방어적 민주주의’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며 “독재 권력이 정당을 해산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보호 장치, 정당을 보호해야할 헌재가 정당을 교살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를 ‘좀도둑을 잡기 위해 가져다 놓은 야구방망이로 가족을 때린 꼴’이라고 비유하며, “정당해산 사건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던 진보진영도 심각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결정문을 통해 통진당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를 ‘북한식 사회주의’라고 밝힌 헌재에 대해서도 ‘무지함’을 지적했다. 그는 “(헌재가) 궁예가 잘 썼던 독심술로 정당해산 심판을 한 것 같다.”며 “국가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우리나라 제헌헌법의 내용이 진보적 민주주의”라고 소개했다.

오히려 제헌헌법이 더 급진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제헌헌법에는 ‘중요 사업 국유화’, ‘기업 이익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를 지정하는 이익분배균점권’, ‘농지개혁’ 등 통진당 및 진보정당이 생각하지 못하는 훨씬 급진적인 내용이 포함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제헌헌법을 기초한 현민(玄民) 유진오 박사의 말을 인용해 “제헌헌법의 경제조항은 ‘사회주의적 균등의 원리를 채택’하고 있다”며 “이보다 후퇴해 있는 통진당 강령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헌재가 이를 ‘북한식 사회주의’로 탈바꿈함으로써 진보적 민주주의도 교살했다”는 것이다.

끝으로 한 교수는 “제1야당은 민주주의가 살해당했는데,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논평을 내놨다”며 “정말 밑바닥으로 내려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반성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자신을 어떻게 반성하고 쇄신하느냐에 따라 길은 열려있다”고 전했다.

헌재 결정문, 논리 체계도 없는 번드레한 말 뿐

   
▲ 송기춘 교수. ⓒ에큐메니안 고수봉
이후 전북대 법학전문대 송기춘 교수는 ‘헌재 결정문’에 낙제점을 줬다. 정당해산 판결의 논리적인 증거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피음사둔’, 즉 ‘번드레한 말 속에서 본질을 간파한다’는 “헌재 재판관들이 인용한 말이 오히려 헌재의 모습”이라며, “법무부가 제출한 공소장을 그대로 결정문으로 바꿔놓은 것 같다”고 말을 열었다.

그는 결정문에 대해 “수업에 들어온 학생이 이와 같은 결정문을 작성했다면 F학점”이라며 “북한과의 관련성만 주장할 뿐, 논리적 단계나 사실관계를 입증할 충분한 근거를 가진 자료에 입각하지도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송 교수는 “헌재 결정의 법정의견은 통진당이 민주주의 기본질서에 대해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한 경우라고 하지만 말만 번드레하다.”며 실제로 판결은 ‘실질적 해악’이나 ‘구체적 위험성’의 여부, 비례원칙도 무시됐다는 의견이다.

그는 “정당을 해산한다면 적어도 논리적으로 무엇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위험인지, 또는 비례적인지 논리는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헌재의 결정문은 되는대로 말을 내뱉은 것에 불과한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석기 사람들을 통진당 주도세력이라고 한다. 하지만 10만 당원에 백여명에 불과한 일부 당원의 행위를 정당의 행위로 규정한 것은 비례의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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