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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강바닥 같은<김해자의 시>
김해자 | 승인 2015.01.07 14:05

무거운 옷 벗으려 새벽 강에 나갔더니
이미 물옷을 벗어던진 강이 알몸으로 누워
끊이지 않는 물로 오래 젖어온 맨몸뚱이
희뿌연 별빛에 말리고 있었다
물이 없이도 나일 수 있을까, 궁시렁거리며
한번 가면 그만인 물쯤이야 다 흘려버려, 호기도 부리면서

바람 한 줄금에도 깔깔대는 그녀의
치맛단 헤치고 더듬어 더듬어
밑 모를 물이랑 때로 허우적거리다
허방을 짚기도 하던 날 지나 그녀가
숨 쉬던 칠흑빛 땅 디뎌보았나요

흐를 수 있는 건 저 흘러갈 데로 다 흐르게 한 뒤
더 이상 갈 수 없는 아주 작은 것끼리
부드럽게 반죽한 밑바닥에서 당신의
젖은 영혼도 한 올씩 펼쳐 그녀 젖은 몸 덮어주며
바닥이 없이도 나일 수 있을까, 중얼대기도 하며
다시 밀려올 물도 잊고 누웠던 어느 한나절 있었나요

흐르게 한다는 것, 얼마나 무거웠으면
그리 단단하게 버텨야 했을까요
여자, 강바닥 같은

김해자  <김해자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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