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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추위에도 외국인 노숙인은 갈 곳이 없다쉼터 마련에 정부차원의 대책 절실
이재산 목사(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 승인 2015.01.26 12:08

한국인 노숙인도 혹독한 겨울을 나기는 어렵다. 지난 1월 2일에는 경기도 안산에서 한국인 노숙인 신 모 씨를 받아 주는 병원이나 노숙시설이 없어 119 구급대원이 5시간이나 뺑뺑이를 돌다가 결국 숨진 사건이 발생하였다. 시청과 구청, 경찰서, 심지어 노숙인 쉼터 어느 곳에서도 신 모 씨가 술에 취해 냄새가 난다고 그를 받아주는 곳이 없어 숨진 신 모 씨의 사연이 안타깝다.

얼마 전 우리 쉼터에도 외국인 노숙인 D씨가 들어왔다. 그러나 일반 이주노동자 쉼터에 노숙인이 함께 거주한다는 것은 매우 불편할 뿐만 아니라 노숙인 본인도 잘 견디지 못한다. 실제로 이런 사정 때문에 그 동안 노숙하는 외국인은 받지 않았었다. 그러나 겨울이 깊어갈 수록 날은 더욱 추워지고 이 혹독한 추위 속에서 노숙을 한다는 것은 자칫 큰일을 치를 수도 있기 때문에 우선 쉼터에 받아들였다.

인도에서 온 D씨는 처음부터 노숙인으로 산 것은 아니었다. 2010년 인도에서 한국인 아내를 만나 결혼하여 인도에서 살다가 2011년 아내와 함께 한국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한국에서 D씨는 인천에서 비철금속 회사에 다니다가 가락시장에서 아내와 함께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지인을 통해 평창에 있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2012년 건설현장의 건물 4층에서 떨어져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D씨가 6개월간 병원에 있는 동안 D씨의 아내는 초기에만 몇 번 병원에 다녀간 후로 발길을 끊었다. 다행히 춘천지역의 한 종교단체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마칠 수 있었다.

D씨는 퇴원 후 서울로 돌아와 전에 아내와 살던 집으로 갔으나 아내는 이미 이사를 가고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D씨는 행방불명으로 처리되어 있었으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혼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 후 한국에 연고가 없는 D씨는 성치 않은 몸으로 노숙생활을 하며 아내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내를 찾을 수가 없게 되자 아내가 일부러 자신을 피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D씨도 더 이상 아내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서 찾는 것을 단념하게 되었다.

D씨의 노숙생활은 길어졌고 무료급식소를 전전하며 다른 한국인 노숙인들과 함께 매일 술로 생활하고 있었다. 원래 D씨는 술을 잘못 마셨는데 노숙인들이 함께 술을 마셔주면 자신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친구가 돼 주었기 때문에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그런 생활이 지속되다보니 알콜중독에 이르기까지 되었다.

지금은 한 노숙인 지원단체의 도움으로 알콜중독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단체의 소개로 우리 쉼터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그러나 쉼터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다른 이주노동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D씨가 외출했다 돌아오면 술 냄새가 온 쉼터에 진동하고, 토하기까지 하면서 토사물을 묻힌 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 있기 일쑤였다.

아직 알콜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D씨는 일반적인 외국인쉼터에서 머무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쉼터 거주자에게도 피해가 갈 뿐만 아니라, 노숙생활의 습관이나 알콜중독은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쉼터 건강검진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노숙하는 외국인을 장기적으로 돌봐주는 시설이나 외국인 노숙자 쉼터는 단 한 곳도 없다. 노숙 시설에도 몇 번 문의를 해 봤지만 규정상 한국 국적을 가진 노숙인만 돌봐줄 수 있다는 원칙만 내세우며 외국인 노숙인은 받아주지 않고 있다.

외국인 노숙인만 쉼터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울산의 한 쉼터는 규정상 15일의 거주 기간을 훌쩍 넘겼다며 중국동포를 우리 쉼터에 맡기기도 하였다. 우리 쉼터도 머물 수 있는 기간이 한 달이라는 규정이 있지만 이 규정은 어디까지나 사업장변경 중인 이주노동자에게 한한 것이다. 구직활동을 성실히 했는데도 사업장을 찾지 못한 경우에는 추가로 한 달을 더 머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차피 이주노동자는 법률 상 구직활동 기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기간 안에 일을 찾아서 나가고 있다. 물론 몸이 아파 일을 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는 일을 할 수 있는 상태로 회복될 때까지 머물 수 있다.

정부는 노동인력이 부족한 3D업종에 이주노동자를 도입하고 있지만, 노동현장에서의 인권과 노동권이 침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주노동자가 생활하는 삶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원이나 배려가 없는 형편이다.

2015년에 이르러 우리나라에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의 수는 180만 명에 이르고 있다. 그들도 장기간 체류하면서 그에 따른 생활문제와 어려움 등은 내국인과 똑같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노동 사업장에서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의료, 거주, 교육 등 삶의 전반에 걸쳐 해결해야할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추운 겨울에 실직을 하는 이주노동자의 쉼터는 꼭 필요한 존재다. 그러나 쉼터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정부가 운영하거나 위탁하는 외국인 지원센터와 다문화지원센터는 서울에만도 각 구에 하나 이상씩은 있다. 그러나 쉼터를 운영하는 곳은 민간단체를 제외하면 단 한군데도 없다. 쉼터를 운영하게 되면 24시간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 쉼터 크리스마스 및 송년파티

그러나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옮기기 위해 다니던 사업장을 그만두면 기숙사에서도 나와야 하기 때문에 당장 머물 곳이 없다. 또한 산재를 당하거나 질병으로 인해 일을 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가 출국할 때까지 치료를 받으며 거주할 쉼터는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그 시설을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우선 쉼터에서 거주하며 먹어야 하는 음식이나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은 계속 소모되면서 구입해야하기 때문에 건물만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숙생활을 하는 외국인을 위한 시설은 정부지원단체나 민간단체를 통틀어 단 한 곳도 없어 외국인 노숙인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치료와 재활교육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에 생활만 가능한 쉼터에서 지원할 수도 없다.

외국인 노숙인을 이대로 방치하게 되면 앞으로 이로 인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하지만, 당장에 급한 외국인 노숙인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노숙인 쉼터에서 규정을 조금만 바꾸면 외국인 노숙인을 돌봐 줄 수 있을 것이다. 다 같은 사람인데 외국인이라고 해서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다.

어제도 종로2가 파출소에서 술에 취한 네팔 노숙인을 맡을 수 있느냐고 문의가 왔다. 이제는 더 받고 싶어도 쉼터가 좁아서 받을 수도 없게 되었다. 겨울이 깊어갈 수록 사업장 변경으로 머물 곳이 필요한 이주노동자와 어쩔 수 없이 한 뎃 잠을 자야하는 노숙인의 한 숨도 깊어지고 있다. 이주노동자 쉼터와 외국인 노숙인을 돌볼 수 있는 쉼터에 대해 정부차원의 대책이 더욱 절실한 계절이다.

   
▲ 쉼터 크리스마스 및 송년파티

이재산 목사(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jasonfi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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