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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인양하기 위한 행진초보기자의 세월호 가족 도보행진 참가기
박준호 | 승인 2015.01.30 12:29

   
▲ 세월호 가족들이 안산 합동분양소에서 출발하여 팽목항까지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이 도보행진의 목적은 온전한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 촉구로 1월 26일부터 2월 14일까지 총 19박 20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 에큐메니안 박준호.

세월호 가족들이 안산에 있는 합동분양소부터 팽목항까지 도보행진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 도보행진은 지난 세월호 특별법 이후 진척 없는 진상규명과 온전한 세월호 인양에 대한 촉구로 19박 20일 진행된다고 한다. 

세월호...
지난 2014년 4월 16일로부터 300일이 흘렀다. 그 시간동안 내 마음속에 세월호라는 이름은 어느덧 화석처럼 굳어져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저 함께해 주시면 감사하다’라는 어느 세월호 가족의 인터뷰가 생각났다. 그래서 미력하지만 3일째 도보행진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저 함께해주기 위해 아니, 조금 더 힘이 될 수 있다면 세월호 참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27일 저녁 6:00 광화문
참여하기로 한 전 날, 광화문 세월호 광장을 찾았다. 날씨가 많이 추워진 탓인지 광장은 퇴근을 서두르는 사람들 뿐, 쓸쓸함이 감돌았다. 세월호 가족들은 온전한 인양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었다. 지난번 특별법을 위한 서명과는 다르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인 것 같았다.

   
▲ 27일(화)에 찾은 광화문 세월호 광장. 추운날씨 탓인지 찾는 사람이 없다. ⓒ 에큐메니안 박준호.

“안에 들어가셔서 커피 마시고 가세요. 여기 커피 진짜 맛있어요!” 서명을 받고 있던 가족 중 한분이 내일 도보행진에 참여한다는 말에 반갑게 답해주었다. 한편에서는 세월호 가족들이 하고 있는 방송이 진행 중이었다. 사연을 소개하고, 노래를 틀고 하는 모습이 능수능란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기대며 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416TV'를 진행하고 있는 세월호 가족. 다채로운 음악과 사연소개로 광장을 지키고 있는 가족들은 물론 광장을 찾은 시민들에게도 즐거움을 주고있다. ⓒ 에큐메니안 박준호.

   
▲ 단원고 학생들의 캐리커쳐를 그린 박재동 화백의 글귀. ⓒ 에큐메니안 박준호.

28일 오전 07:00
아침 일찍 서둘러 ‘오산역’으로 향했다. 내가 참여하는 3일째 코스는 오산역에서부터 출발하여 평택역에서 마무리 되는 일정이었다. 삼한 사온이라고 했던가? 그동안 포근했던 겨울날씨가 다시 영하의 추위로 변했다. 추운 날씨 탓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28일 오전 09:00 오산역 광장
한적했던 오산역 광장이 모임시간 9시에 가까워오자 북적북적 해졌다. 이미 참여 중인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참여자들, 또 나처럼 당일 참가자들과 지역참가자들이 모이니 그 숫자가 꽤 되었다.

오전 09:10 출발
간단한 체조로 몸을 푼 뒤, 일정에 관한 광고를 듣고 출발했다. 도보행진은 세월호 가족들이 앞서고, 그 뒤에 시민참가자들이 따라가는 형식이었다. 차량통제는 경찰 측의 지휘아래 안전하게 이뤄졌다. 운전자들과 거리의 사람들은 도로를 행진 중인 세월호 가족들이 진풍경인 것 같았다.
다들 참여자들이 몸에 두른 메시지와 현수막을 보고, 쉽게 눈을 떼지 못했다.

   
▲ 도보행진 출발 전, 참가자들이 몸을 풀고있다. ⓒ 에큐메니안 박준호.

   
▲ 오산역에서 출발하는 행진단. ⓒ 에큐메니안 박준호.

오전 10:30 진위역에서 휴식
다리가 살짝 저려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진위역’에서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에게 간식을 나누어 주셨는데, 이 간식은 도보행진을 위해 지역주민들과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것이었다.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과 진실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 도보행진을 위해 각 지역 주민들과 참가자들이 다양한 간식거리를 준비했다. ⓒ 에큐메니안 박준호.

오전 11:00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운전자중 한 사람이 창문을 열고 행진을 하고 있는 가족들을 향해 욕을 하고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호라는 단어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과 이념의 잣대로 세월호 사건이 왜곡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심한 욕설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바라보고 애써 웃으며, 농담으로 넘어간다. 비난과 욕설에 오히려 익숙한 듯 보이는 모습이 더 안타까워 보인다.

오전 11:30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피켓을 든 한 가족분이 학생들을 보며 관심을 가져달라고 외쳤다. 학생들은 놀랐는지 얼굴을 돌렸다.
“다 너희 친구들이야.” 어느 가족 분께서 조용히 말씀하셨다. 한 어머니는 “참사 이후로 길거리의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보기가 괴롭다”며 힘겨운 속내를 꺼내 보이기도 하셨다.

시가지로 들어서자 행렬 앞쪽에 위치한 선두차량에서 방송이 시작됐다.

“시민 여러분 우리가 도보행진을 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실종자의 완전 수습과 진상규명을 위한 온전한 세월호 인양입니다. 아직 세월호 안에는 9명의 희생자들이 갇혀 있습니다. 하루빨리 세월호를 인양하지 않는다면 세월호는 훼손될 것입니다.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에 촉구해 주십시오. 우리의 도보행진을 응원해 주십시오”

   
▲ 416TV를 촬영 중인 지성양 아버지. 이런 열정들이 모아져 도보행진 하는 모습을 비롯 여러 가족들의 소식을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알 수 있다.(www.416family.org) ⓒ 에큐메니안 박준호.

   
▲ "세월호를 인양하라! 진실을 인양하라!" ⓒ 에큐메니안 박준호.

오후 12:30 부락종합사회복지관에서 점심식사
점심식사를 한 곳은 평택에 있는 ‘부락 종합사회복지관’으로 천주교 수원교구에서 운영 중인 사회복지 시설이다. 이곳의 식사도 평택 시민단체들과 로터리 클럽에서 마련해주셨다. 이렇듯 세월호 도보행진은 결코 유가족들만이 아니라 전국 각지의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루어 지고 있었다.

   
▲ 점심으로 나온 짜장면. 함께 하는 손길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 에큐메니안 박준호.

 오후 3:00 걷고 또 걷고
숨소리만 들릴 뿐 다들 말이 없었다. 발은 이미 저리다 못해 감각이 없어졌고, 허벅지와 허리도 당겨왔다. 다들 이정표를 보며 “아직 멀었네”하며 힘들어했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힘내세요!”하며 인사해주셨다. 가족들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하며 답했다. 시민들의 이런 따뜻한 말 한마디에 다시 힘을 얻는 것 같았다. 

   
▲ 힘들더라도 함께 가자. ⓒ 에큐메니안 박준호.

오후 5:00 평택역 도착
이정표에서만 보이던 ‘평택역’이 눈앞에 보였다.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하니 다들 수고했다며 서로를 격려했다. 해가 사라지니 추위가 순례자들을 얼어붙게 만든다. 평택역 대합실로 들어가 서로에게 기대며 몸을 녹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빛이 된다.

   
▲ "뭘 이쁜 발이라고 찍으세요" 찬호 어머니의 발. 이 도보행진의 마지막 날쯤 저 발에 붙은 밴드가 더 많아 질것이다. ⓒ 에큐메니안 박준호.

저녁 6:00 촛불문화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평택 시민들과 함께하는 촛불문화제가 평택역 광장에서 진행됐다. 어둠이 깔린 평택역에 모두 촛불 하나씩 들고 자리에 앉았다. 추위에 몸이 얼어붙지만 촛불에, 서로의 몸에 기대에 몸을 녹이며, 평택시민단체에서 준비한 공연을 관람했다.

   
▲ 추운날씨속에서도 가족들은 진실을 위해 촛불을 들었다. ⓒ 에큐메니안 박준호.

발언을 하신 ‘혜원이 아빠’ 유영민 씨는 “300일이 되어 가는데도, 아직도 우리 애 이름을 부를 때면 이렇게 먹먹해 집니다”며 쉽사리 말을 잊지 못했다. 그리고 “혜원이의 사진을 보면 세상을 살기 싫어지고, 스스로가 약해 질까봐 분향소에 자주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모두들 숨을 죽였다. 아마 다른 가족들도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유영민 씨는 계속해서 “세월호 특별법이 만들어 졌지만, 아직 이루진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저희가 나섰다. 이 추운겨울날 아프지만, 더 큰 아픔이 이미 가슴속에 있기에 그걸 딛고 걸을 수 있다. 이 길이 쉽지 않는 길인 것을 알지만 함께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언제쯤이면 혜원이 아버지가 딸의 이름을 편하게 부를 수 있는 날이 올까? 그것은 어쩌면 2014년 4월 16일 갇혀버린 가족들이 진실을 통해 자유를 찾는 날일 것이다. 곧 꽃피는 봄이 온다. 추운 겨울일수록 다가오는 봄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며, 팽목항을 향한 발걸음이 진실에 다가가는 봄의 행진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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