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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 자체가 은혜요 감사다.<안태용의 산골 이야기>
안태용 | 승인 2015.01.31 12:19

모든 것이 은혜요 모든 것이 감사다. 모든 것이 성례전이다. 자연도 사람도 시간도(핸리 나우웬)

전엔 은혜니 감사니 하는 것은 보수신앙의 산물이요, 체제 옹호적 사고라 여겼다. 더구나 바울식의 대속신앙 타력구원 그리고 루터 이후 값싼 은혜로 이어져 더욱 그랬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 건설도 사회구조 변혁 속에서 추구하다 보니 해방, 투쟁 등이 더욱 신앙고백으로 다가왔다. 해방의 영성인 것이다.

그러나 나의 산골생활은 서서히 자연스럽게 생각을 신앙고백으로 바뀌게 하였다. 모든 것이 상품관계로 운동마저도 그 카테고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다가 산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산과 들에서 채취하며 살다보니 여기는 그저 무조건적으로 베푸는 관계였다. 산, 나무, 공기, 별, 달, 태양, 나물, 버섯, 물, 가재, 새 등 아무 조건 없이 나를 받아줬다. 농사도 내가 노동으로 기여하는 것은 아주 적었다. 땅의 미생물의 기운이 하늘의 태양 달 별 그리고 비와 바람이 씨앗과 서로 코이노니아를 이루어 놀라운 결실을 맺었다.

   
 
초대교회의 유무상통 공동체가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나는 그 잔치상에 숟가락 하나만 올려놓으면 됐다. 값싼 은혜가 아닌 값없는 은혜를 체험하게 되고, 입에서 저절로 감사가 흘려 나온다. 삶속에서 성례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예수도 한 인간으로서 신인체험을 하시고, 그 충만한 은혜와 감사(진리)를 민중의 저작거리에서 행하셨다고 다시 보게 된다.

그 힘은 놀랍다. 나를 흔들어 모든 것을 뒤바꿔 놓았다. 내가 가져왔던 어릴 적부터 그리고 성인이 되어 도시에서 자본주의속에서 운동과정에서 얽히고 상처받고 화가 쌓이고 완벽주의적 성격까지, 모두를 풀어주고 치유하고 교통하게끔 하였다. 수 천 년 전 모세에게 들렸던 ‘나는 나다(야훼)’의 음성이 어느 날 나에게도 들어와 내 마음속에, 영혼 속에 깊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거룩한 영이 내 마음속에 들어오니 나도, 온 세상도, 온 우주도 거룩해지는 것이다.

나에게서 나 자신에 대한, 타인에 대한 분별심은 사라지고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고 소중하기 이를 데 없는 자존자라는 의식만 남는다. 이 지구상엔 어느 하나도 똑같은 것은 없다. 감자하나도 돌멩이 하나도 다 다르다.

삶 그 자체가 은혜요 감사다. 이것을 깨닫는 순간 나의 삶은 완성된 것이다. 내가 이 땅에 온 이유(만약에 있다면, 나는 그리 믿는다)는 이미 성취된 것이다. 이젠 여생 동안 하늘같은 은혜를 갚는 것도, 그동안 받은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받을 것을 생각하면, 아무리 해도 한참 모자란다. 지금 우리가 평생 갚아도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고 사는 것이 일상이 된 자본주의 속에 살지만 나는 평생 갚아도 다 갚을 수 없는 빚을 하늘에, 땅에, 이웃에게, 우주에 지고 있다고 믿는다. 나머지 삶을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지은 죄를 속죄하며, 용서를 빌며, 은혜와 감사를 서로 나누며, 하느님 나라가 하루라도 속히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며 실천하며 살고 싶다. 샬롬! 감사!

   
 

안태용  azaz0106@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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