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대로 거두기

창가에 아주 조그마한 공간이 있습니다. 정말 조그마한 공간인데, 그곳에 아내가 화분과 갖가지 도구들을 이용해서 상추, 고추, 근대, 양상추, 청경채, 토마토 등을 심어놓았습니다. 상추는 벌써 몇 차례 뜯어 먹었습니다. 자그마한 상추지만 그냥 맨밥에 쌈장만 찍어서 싸먹어도 맛이 제법입니다. 아들 녀석은 자기가 물을 줬다며 밥상 앞에서 연신 자랑입니다. 나머지도 꽃이 핀 것도 있고, 서서히 열매를 맺어가는 것들도 있습니다.

상추 심은 데서 상추가 자라고, 고추 심은 데서 고추가 자라고, 토마토 심은 데서 토마토가 자라는 당연한 것에도 아이들은 신기한가 봅니다. 자연의 법칙도 배우고 생명의 소중함도 배울 수 있어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놀이이자 교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은 대로 거두는 것은 참으로 자연스러운 자연의 이치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칙은 결코 자그마한 텃밭이나 화분 등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적인 법칙만으로 끝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묵상 가운데 ‘사람은 무엇을 심든지 자기가 심은 것을 그대로 거둘 것입니다.’라는 구절이 와 닿습니다. 어찌보면 무척 두려운 말이기도 합니다. 내가 살아가면서 심고 가꾸는 것은 무엇인가 돌아보게 됩니다. 세상적인 것인지, 하느님나라를 위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또 가꾸려 의도하지 않아도 내가 무심코 행한 언행을 통해 뿌려진 씨앗들이 어디에선가 자라나 나에게 그대로 온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조심스럽습니다.

자라나는 상추와 고추를 보면서 배우는 것은 아들 녀석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묵상: 지금 뭘 심어서 가꾸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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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과 묵상'은 성공회 영성센터에서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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