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선교사로 파송되어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김선구 목사의 <우크라이나 서브-카르파티아(sub-Carpatia) 교회 방문기>를 4회에 걸쳐서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아침 식사 후 계획된 일정이 진행되었다. 주로 개혁교회의 사회선교와 관련된 곳을 방문하였다. 우선 우리 일행이 머물고 있는 사회봉사부 건물 안에 있는 제빵 시설로 안내했다. 부엌 안에는 빵 굽는 냄새가 가득했다.  제빵기 안에서는 많은 빵들이 맛스런 빛깔로 구워지고 있었다.  우리 식으로 말한다면 ‘사랑의 빵 나누기’와 같은 사역이다. 그들은 그 프로젝트를 social kitchen, 직역하자면 ‘사회적 부엌’이라고 이름하였다. 총책임을 맡고 있는 너지 빌러(Nagy Béla)는 이 사역을 시작할 때 헝가리 선교동역자 사역하던 조수경목사와 박계자목사가 제빵기를 지원해준 사실을 말해주었다.
그 이후 여러 이웃나라의 형제교회들의 동참으로 이 사역은 지금까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매일 500명의 가난한 가정들과 시설에 이 빵이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날로 오르는 가스와 같은 에너지 가격과 제빵 원료들의 가격폭등이 이 귀한 사역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 사랑의 빵을 들고 있는 너지 빌러

이어서 방문한 곳은 베렉사스 병원이었다.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이 병원은 그 지역의 유일한 종합병원이다. 헝가리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도 의료는 정부에서 책임을 진다. 사회주의 시절의 장점인 사회복지의 틀을 의료분야에서 계속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허약한 정부의 재정과 특히 내전의 영향으로 병원은 무척 썰렁한 느낌이었다. 병원장이 직접 안내하여 병원의 주요시설과 현황을 둘러보았다. 놀라운 사실은 전쟁의 영향으로 백신이 8개월동안 공급되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백신을 맞고 싶으면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을 사가지고 와서 맞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 신생아를 안고 있는 집시소녀

어린이 병동의 상황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신생아를 안고 있는 앳된 소녀가 있어 말을 걸어보았다. 헝가리말을 사용하는 집시소녀였다. 아기는 이제 3개월 되었다고 한다. 아기의 엄마인 소녀의 나이를 물어보니 14살이라고 한다. 14살 소녀가 안고 있는 3개월 된 아기의 모습은 현재의 우크라이나의 현실과 집시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현재 정부에서 보조해 주는 지원비의 70%는 직원들의 봉급으로 사용되고 있고 나머지 30%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니 병원의 형편이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어서 감독 사무실 겸 서브‐카르파티아 교구의 본부가 있는 건물을 찾아갔다. 감독의 책상위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온 성탄 감사 편지가 있었다. 감독은 지난 한 해 동안 지역을 위해서 헌신해준 노고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신년 감사 편지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교회가 감당해 가고 있고 이에 대해 정부에서도 세심하게 챙기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교회가 대사회적인 관계를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 대통령으로부터 온 감사편지

▲ 순교자 기념조형물

건물의 뒤편에는 의미심장한 조형물이 있었다. 감독은 일행을 조형물로 안내하여 조형물에 얽힌 자신들의 교회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소련의 통치시절 특히 1955년부터 대대적인 개혁교회에 대한 탄압이 있었다. 개혁교회의 수많은 성직자들이 신앙의 포기를 강요당했고, 이를 거부한 성직자들은 대부분 포로수용소로 강제 수용되었다. 그 당시 칼빈주의자들은 자본주의자로 낙인이 찍혔고 정부의 탄압은 그래서 개혁교회 성직자에 집중되었다. 수많은 성직자들이 강제수용소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순교의 길을 걸어갔다. 상징물은 생명창조를 암시하는 어머니의 태와 편견과 탐욕으로 일그러진 세상 그리고 그 세상 속에서 태어난 예수그리스도와 교회공동체를 아름다운 선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상징물에는 희생당한 성직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감독과 방문단의 대표자는 방문단을 대표하여 그들의 신앙과 순교적 헌신을 기리는 뜻으로 헌화하였다.

이어서 그곳 서브‐카르파티아 교회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교회 문서보관고 및 박물관(Church Archives and Museum)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2층 건물이었으나 그 안에는 그 지역 개혁교회의 역사가 오롯이 보관되어 있었다.

▲ 교회 고문서 보관실

1층에는 종교개혁이후 헝거리어로 번역된 성경의 원본 뿐 아니라 교회의 주요 서적 및 문서들이 빼곡히 보관되어 있었다. 중요한 문서들은 화재나 천재지변 속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특별히 제작된 금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신앙의 역사와 고백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교회의 역사서와 신학서적들을 모아놓은 방은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도서관으로 개방하고 있었다. 미래의 교회의 역사를 책임지고 나갈 신학생들은 언제든지 그곳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런 모습을 통해서 미래의 지도자들을 위해서 그들이 얼마나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 성찬을 위한 유물들

건물의 2층은 교회의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예전에 관련한 유물이 무척 많다는 점이다. 성찬을 위한 수많은 유물들이 각 시대별로 빼곡히 전시되어 있었다. 포도주를 제작하는 도구에서부터 포도주를 보관하는 포도주 통 그리고 포도주를 담는 도자기가 많이 있었다. <사진 10. 1774년 성찬보> 성찬보로 사용된 성찬보는 아름다운 헝가리 고유의 문양으로 만들어져 있었으며 성찬보마다 사용했던 연도가 수로 새겨져 있었다. 흔히 개신교는 예전에 취약하다는 통념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칼빈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헝가리 개혁교회는 예전에 있어서 깊은 이해와 함께 이를 소중히 여기는 전통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1층의 문서 및 도서 전시실에서는 말씀과 신앙고백에 대한 이들의 치열한 태도를 알 수 있었다면 2층의 유물들을 통해서는 신앙과 예전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 1774년 성찬보

교회 박물관을 나와서 방문한 곳은 너지베레그라는 곳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시설이었다.

▲ 너지베레그 학교

이름은 너지베레그 개혁 라이시엄(Nagygbereg reformed Lyceum)이었다. 아름다운 교회와 기숙사는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라이시엄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자들을 가르쳤던 곳에서 유래한 교육기관이다. 전교생이 함께 공동생활을 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교장이 직접 학교에 대한 안내를 했다. 소련의 지배로 부터 벗어난 후 1993년부터 개혁교회가 청소년 교육을 위해 시작했다. 현재 112명의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고 교사들도 함께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지원은 없고 전적으로 개혁교회의 지원을 통해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단 식사비는 학부모가 제공해야하는데 매달 식비로 일인당 약 15유로 정도 든다고 한다. 요즘의 환율로 계산해서 우리 돈으로 약 2만원이 채 않되는 돈이지만 현재의 경제난으로 그 비용도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학부모들도 있는 형편이다. 만 14세에서 18세까지의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는 기숙사는 4명이 함께 사용하는 시설이었고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라 쾌적한 환경이었다. 아이들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함께 기타반주에 찬양하고 책을 읽는 모습들을 보면서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아이들 중 신학을 지망하는 학생들은 헝가리의 데브레첸 신학교나 샤로스퍼턱 신학교에서 3년간 유학을 한 후 돌아와 사역을 한다고 한다. 모국의 개혁교회가 소수민으로 살아가는 형제 교회의 미래를 위해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가지고 배려하는지를 알 수 있다. 

▲ 기숙사 내의 청소년들

▲ 자율소방대

점심식사를 한 후 일행은 베렉사스에서 차로 40분정도 떨어진 데르첸(Dercen) 개혁교회로 이동했다.   그 교회가 운영하는 특별한 대사회적인 활동이 있었다. 그것은 교회 내에 자율소방대(Volunteer Fire Brigade of the Congregatiion in Dercen)를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소방대가 없어서 교회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당연히 있어야 할 시설이 없는 현실을 보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취약한 재정난을 핑계로 국경 지대에 살고 있는 헝가리계 소수민들에 대해 얼마나 소홀히 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데르첸 교회는 형제교회의 도움을 통해서 기본적인 시설들을 갖출 수 있었다. 특히 네덜란드 개혁교회는 이 일에 발 벗고 나섰다. 그리하여 소방차를 비롯한 기본 소방 설비를 갖추고 화재와 함께 여러 가지 재난에 대처하고 있었다. 물론 이 모든 일은 자원하여 봉사하는 주민들이 동참하고 있고 이 일에 중심은 교회가 감당하고 있다. 

교회는 최근에 증축하여 주일에 약 400명에서 500명의 교인들이 출석하고 있다고 한다. 교회 벽면에는 자그마한 냉난방기가 몇 개 설치되어 있었다. 난방은 어떻게 하냐고 묻자 실외 온도가 영하 10도가 될 때 난방기를 가동한다고 한다. 이 말은 왠만한 날씨에는 난방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자 함께 있던 네덜란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온 목사들이 웃으면서 말한다. “만약에 우리도 그런 기준으로 난방한다면 과연 누가 예배 드리러 나올까요?”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의 교회에서 만약 영하 10도가 되야 난방을 한다면 누가 예배를 드리러 나오겠는가?  추위 속에서도 교회를 찾고 신앙을 자신들의 삶의 구심점으로 삼고 있는 그들의 뜨거운 신앙의 열기를 느꼈다.

▲ 데프첸 개혁교회

저녁식사 자리에는 풀주슈 라디오(Pulzus Rádió)라는 지역 라디오 방송의 한 기자가 방문을 했다.
이 지역방송의 실질적인 운영은 개혁교회가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종교단체에게 방송국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권한을 주지 않고 있다. 따라서 법적인 소유권은 없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개혁교회에서 꾸리고 있는 모양새였다. 기자는 방문단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개별적인 인터뷰를 요청했다. 나 역시 순서가 되어 나름대로의 느낌을 이야기 했다.  “ 이곳 서브‐카르파티아 개혁교회가 역사와 민족과 함께 지금까지 걸어온 신앙의 순례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현재 겪고 있는 고난 역시 이제까지 극복해왔던 것처럼 힘 있게 신앙으로 극복할 것을 확신합니다. 또한 한국에 있는 형제 교회들에게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이 아름다운 신앙의 모습과 현재 겪고 있는 고난의 현실을 알리겠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형제, 자매들이 함께 기도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다리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나는 대략 그런 말로 인터뷰에 응했다.

식사 후 샨도르 감독과 빌러 장로 그리고 우리 일행은 밤늦게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은 지난 20여년의 신앙의 여정을 잔잔하게 회고했다. “우리는 현재의 이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지금보다도 더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해 주셨습니다. 살아계신 성령의 동행하심을 우리는 고난의 순간마다 경험해 왔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동행하심에 날마다 깊은 감사와 감동을 받습니다. 또한 어려운 순간을 만날 때마다 일치된 동역자들의 헌신과 이웃 나라의 형제 교회들의 깊은 사랑이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에 깊이 감사할 뿐입니다.” 체험한 신앙을 고백하는 감독의 눈에는 뜨거운 감사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방문단 모두는 모두 깊은 감동의 순간을 밤이 깊도록 함께 나눴다.

<필자 소개> 숭실대 철학과(B.A)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및 목회학 박사(D.min) 한국정신분석 전문가협회 정회원 대구동인교회, 용진교회에서 목회 현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파송한 헝가리 개혁교회 교회 선교동역자(Mission co-worker)로 에큐메니칼 협력 사역을 하고 있다.  동시에 헝가리 개혁교회 소속 대학교인 Károli Gáspár University of the Reformed Church in Hungary에서 한국교회사, 한국사, 한국문화등을 가르치고 있다. <후원계좌> 농협 351-0587-6740-53  정동욱(김선구선교사 후원계좌) 후원회장 : 정동욱목사(010-7211-6161)

김선구 목사(기독교장로회 파송 헝가리 선교사)  seonkoo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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