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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이주노동자도 즐거울 수 있을까?설맞이 체스대회 개최
이재산 목사(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 승인 2015.02.27 12:25

설맞이 이주노동자 체스대회 개최

그 동안 우리센터에서는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 되면 으레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한국 전통문화 체험을 위한 행사를 주로 하였다. 예를 들면 차례 상 차리기 체험이나 전통 음식 함께 만들어 나눠먹기 아니면 한국 전통놀이를 체험하고 전통공연을 관람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올해 이주노동자와 함께하는 설 행사는 여느 해와는 조금 다르게 진행하였다. 그것은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체스대회를 가진 것이었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체험하게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해마다 비슷하게 진행되는 행사보다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행사로 체스대회를 가진 것이다. 방글라데시는 오래전 인도와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하기 전부터 영국의 영향으로 체스가 전통적인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보통 명절 연휴가 되면 각지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각 나라별로 모여서 놀거나 쇼핑을 하는 모습을 동대문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마침 동대문 근처에 우리센터가 운영하는 쉼터가 있어 명절이 되면 평소보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쉼터를 찾기도 한다. 그래서 쉼터 이주노동자들과 가까운 친구들을 초청해서 20여명 정도 조촐하게 체스대회를 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예상보다 두 배 이상의 참가자가 몰려 쉼터 아래에 있는 교회로 장소를 옮겨 행사를 치러야 했다.

   
▲ 사진 출처 /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체스대회에 참가한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은 오랜만에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친구들과 친교도 나누고 방글라데시 전통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즐거운 마음 편한 설 명절을 보냈다. 또한 체스대회의 반응이 좋아 매년 이 행사를 이어가기로 하고, 더 많은 이주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하기로 하였다.

이주노동자에게 한국의 명절이란?

우리나라 명절이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센터를 통해 만나본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실상 우리나라 설이나 추석명절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한다. 굳이 의미를 두자면 1년에 두 번 맛보는 긴 연휴를 통해 한국에 있는 같은 나라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나 할까?

사실 외국인에게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체험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 입장에서 의미를 두고 체험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한 두 번은 호기심에 이런 행사에 참여하지만 해마다 설에는 떡국을 만들고, 추석엔 송편을 만드는 것이 외국인들에게는 식상할 수 있고 매번 비슷한 행사에 마지못해 참여하는 것 같은 눈치가 보이기도 했었다.

특히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떡국이나 송편을 잘 먹지 않은 것을 보아왔다. 더구나 이슬람력은 일 년이 354일이어서 새해 역시 매년 11일이 짧아져 양력 새해나 음력 새해와는 날짜가 다르기도 하고, 중국문화권에서 온 이주노동자와 달리 입맛도 다름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센터가 운영하는 쉼터에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많은데, 지난 연말에 송년회를 함께 했던 자원봉사자들이 떡국을 끓여 함께 먹으려고 준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떡국을 거의 먹지 않아 부랴부랴 닭과 오리를 사와서 요리를 다시 하기도 하였다.

이번 설에도 역시 이주노동자와 함께 민속박물관을 방문하여 우리나라 고유한 역사와 다양한 문화유산을 관람한 후 놀이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려고 계획했었다. 그러나 막상 쉼터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산재를 당하거나 몸이 불편한 이주노동자는 아예 가지 않겠다고 하고, 거동이 자유로운 이주노동자들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센터가 운영하는 쉼터에 머물고 있으니 우리센터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몸이 불편한 이주노동자들과 명절에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모두 함께 만족할 만한 프로그램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작년 송년회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던 것이다.

송년회를 준비했던 자원봉사자들이 이주노동자와 함께 놀기 위해 윷놀이를 준비했었다. 물론 한국 사람과 이주노동자가 한편이 되어 진행 했으나 윷놀이 말을 쓸 줄도 잘 모르고 흥미도 없어 보였다. 그 때 한 이주노동자가 “이번에는 한국 사람이 잘 하는 게임을 했으니, 다음에는 우리가 잘 하는 게임을 하자”며 체스를 두자고 했던 것이다. 다행히 체스도 자신 있다면 나선 한국 자원봉사자가 있어 게임은 자연스럽게 한국인과 이주노동자의 대결로 이어졌다. 그 때 다들 흥미롭게 지켜보며 훈수도 두고 응원도 하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어 이번 설 명절에는 이주노동자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체스대회를 준비한 것이었다.

설이나 추석명절이 되면 외국인을 위로하고 정을 나누기 위해 많은 자원봉사자와 교회 등에서 봉사를 한다. 그러나 그 행사를 준비하는 정부, 지자체, 교회, 언론사뿐만 아니라 이주민 지원 단체에서도 천편일률적으로 설날 떡국 나누기와 추석 송편 만들기와 한국 전통문화체험이 빠지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매년 반복되고 비슷한 프로그램에 이주노동자들이 식상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앞으로는 외국인을 위한 행사를 준비할 때 한국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행사에 참여하는 이주민 출신국의 전통문화도 함께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외국인에게도 즐거움이 되겠지만 내국인들에게도 다채롭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사진 출처 /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 사진 출처 /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이재산 목사(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jasonfi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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