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의 마지막 날은 주일이었다. 베렉사스 시내 중심에 있는 개혁교회로 이동했다. 거리는 평온해 보였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고 온정을 호소하는 사람의 모습은 현재 그들이 겪고 있는 고난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 베렉사스 개혁교회 주일예배

예배당의 중심부에는 유아 세례를 받기 위해 준비하는 젊은 부부들이 몇 있었다. 유아 세례가 있을 경우 예배의 처음 부분에 세례식이 진행되었다. 방문단들을 위해서 영어로 동시통역할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었다. 시설이 현대적이지는 않았지만 외국에서 온 방문자들을 위한 배려가 세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예배 후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는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다. 짧은 시간의 방문이었지만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공감한 시간이었다.

▲ 예배후 기념촬영

고난의 현실 속에서 고난당하는 백성들과 함께 하는 주님의 살아계신 역사를 만날 수 있었다. 교회공동체가 말씀과 신앙고백을 통해서 어떻게 세상을 섬기고 있는지를 만날 수 있었다. 개혁교회의 개혁신앙은 과거의 유산으로 고이 모셔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쉬운 석별의 인사를 나누고 방문단은 다시 헝가리 국경을 넘어 부다페스트 공항으로 향했다. 그곳 공항 대합실에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남겨진 과제

헝가리 개혁교회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 신속한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 긴급구호 전략을 이미 작년부터 가동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예컨대 전쟁이 격화되어  난민이 발생할 경우 이 난민들을 수용하고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국경지대에 150명의 스태프가 필요하지만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경우 약 1,000명의 인적 자원을 투입할 대비를 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현재 내전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경제난, 특히 에너지난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Action plan)을 가동하고 있다. 추위에 노출되고 있는 빈민들과 사회복지 시설, 교회 관련 시설 등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월동 장비 및 비상식량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서브-카르파티아 교구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난방시설의 교체다. 날로 폭등하는 가스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그래서 교회는 화목난로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교적 화목은 저렴하게 구할 수 있기에 화목난로로 교체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가격이 헝가리 화폐로 17,000포린트이다. 화목난로 한 개의 비용은 우리나라 돈으로는 약 7만 원정도의 비용이다. 이제 겨울은 이제 끝나가겠지만 다가오는 올 해의 겨울을 대비해야 한다. 다른 많은 일들을 도울 수 있겠지만 추위에 떨고 있는 교회, 사회복지시설, 학교, 빈민들을 위한 화목난로로의 교체를 위해 한국교회들이 함께 발 벗고 나선다면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교회가 한국전쟁의 깊은 고통 속에서 신음할 때, 세계의 형제 자매교회들은 우리들의 신음 소리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들의 기도와 구체적인 사랑의 손길을 통해 우리는 살아계신 주님의 현존을 경험할 수 있었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받은 사랑을 빚을 먼 우크라이나 변방에 있는 고통 중에 있는 형제, 자매들에게 갚아야 할 때가 아닐까?

김선구 목사(기독교장로회 파송 헝가리 선교사)  seonkoo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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