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백승헌)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에서 합의된 것으로 알려진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에 대해 16일 외교통상부장관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가 3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한미FTA 1차 협상 저지를 위한 총력결의대회’를 마치고 종각까지 행진하고 있다.   ⓒ 이철우 기자

민변은 이날 접수한 공공기관 정보공개청구서에서 ‘미국투자자(investor)가 한국 사법심사 절차대신 한국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국제중재기관(Tribunal)에 회부할 권한을 부여하는 사전 동의(consent to arbitration)조항’을 비롯한 11개 항목을 1차 협상에서 서로 합의했는지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민변은 특히 “한미 양측이 대체로 의견이 접근했다고 발표한 ‘투자에 관한 장(Chapter)’에서 국제 중재기관 중재절차에 적용할 준거법으로 한국법 포함여부와 중재절차에 사용되는 언어에 한국어 포함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중재기관 중재절차와 그 절차에 사용되는 언어에 한국법과 한국어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중앙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정책의 적법성을 한국법과 한국어로 인정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변은 또 “만일 ‘투자에 관한 장’의 영어본과 한글본이 서로 해석상 차이가 있을 경우 두 본이 서로 동등한 효력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영어본이 한글본에 우선하는 것인지 여부도 밝힐 것”을 요구했다.

한편 현재 국제법의 원칙인 <국내 구제절차 소진의원칙>은 ‘외국인투자자가 직접 투자유치국을 국제분쟁 처리기관에 제소하는 것’은 ‘그 국가의 구제절차가 불공정해 적합한 구제를 받지 못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나 고려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국제투자분쟁해결본부(ICSID) 협약에서도 ‘협약 가입 국가의 동의 없이는 국제투자분쟁중재기관의 관할권조차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제 25조 제1항)

그러나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는 투자자(미국인 투자자)가 한국의 사법제도에 따른 사법심사 대신 한국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국제중재기관(Tribunal)에 회부할 권한을 부여하는 사전 동의(consent to arbitration)조항을 두려한다는 지적이다.

이 조항이 그대로 이행될 경우 한국의 중앙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정책이 미국인 투자자의 투자활동에 영향을 미칠 경우 한국 행정부는 입법부와 한국의 사법심사로 그 정책의 적법성을 확인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게 된다. 즉 한국 사법부는 그 권한을 잃는 것이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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