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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사업에 대한 대기업의 진출 어떻게 볼 것인가?<박상조 칼럼>
박상조 | 승인 2015.03.06 11:33

수제맥주에 대한 경기가 활성화 되는 중에 대기업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대기업의 수제맥주 시장 진출에 따른 소기업과 중소기업을 하는 사람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제맥주 제도는 일반식당이나 서민들이 애용하는 호프집과 같은데서 예전에 우리나라 농가에서 막걸리를 담아 마시듯 각자 특색 있는 맥주를 만들어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과점 상태에 있는 대형맥주제조사의 시장지배력을 낮추는 두 가지 효과를 생각하면서 김대중 정권시절 규제철폐차원에서 허용한 제도이다.

맥주도 술이니 술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이 좋겠다. 산업혁명 초기 영국의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쓸 때, 같은 영국 사람인 존 웨슬리는 「돈의 사용」이라는 책을 펴내었다. 아담 스미스는 윤리학자의 자격으로 거시적인 안목에서 경제에 대한 글을 썼지만, 존 웨슬리는 성직자로서 종교적인 차원에서 개별적인 인간을 대상으로 미시적인 안목에서 글을 쓴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글은 사실은 동일한 주제인 경제윤리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 영국 성공회 사제였다가 박해를 받아 형제들과 함께 감리교를 창립한 웨슬리는 예언자적인 안목을 가지고 도수 높은 술, 도박, 음란물 등, 사람의 몸과 영혼을 해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거나 팔지도 사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자신을 따르는 신도들에게 가르쳤다.

산업혁명 초기인 당시 많은 농부들이 도시 변두리로 나와 일용노동자가 되었고, 생계가 어려웠다. 웨슬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가갔지만, 공교회인 성공회 위계에 있던 사람들은 거의 거지와 같은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교회를 가득 채우는 것을 못 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는 교회 앞마당에서 설교를 하다가 그것마저 할 수가 없게 되어 광산과 공장지대, 변두리 가난한 이들의 거주지를 찾아 나섰다. 

그의 가르침에 따라 술을 제조하던 많은 신도들이 사업을 포기하고 초콜릿 제조로 돌아섰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란 말대로, 깨끗한 사업을 정직하게 하고 있는 감리교인들 중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드물다고 한다. 그것은 웨슬리가 신자들에게 종교적인 것과 함께 정직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육을 잘 했기 때문이다.

   
 
다시 수제맥주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수제맥주를 허용한 법률과 주세법은 서로 다른 법률이지만, 맥주도 주류이니 주세법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은 법률이 상충되는 것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당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각종 규제를 일괄적으로 철폐하면서, 수제맥주를 허용한 입법정신은 대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고, 영세 상인들과 식당과 같은 영세기업을 위한 것이다.

오래전에 시행하던 중소기업 고유 업종에 대한 법이 폐지되고, 상품별로 각각 중소기업 적합업종인지 아닌지를 검토하는 제도로 바뀐 후에 “사사건건”이라면 과장된 표현이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의견이 충돌하여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는 보도가 수시로 나오고 있다.

우리는 이제 재벌 2세~3세 경영시대에 살고 있다. 30대 재벌기업의 시장지배력이 과도하고, 고용을 더 많이 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연간 매출비중이 미미하여, 시장구조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통계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기업이 사업영역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창업주나 재벌2세가 그 자녀들에게 사업을 나누어 줄 계획을 하면서 가급적 더 많은 재산을 주기 위해 사업영역을 계속 확대해 왔다. 문제는 재벌 2세나 3세는 예외는 있겠지만, 창업주와 같은 창의력과 상상력, 위험 부담을 할 능력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지 않고, 영세기업가와 중소기업가가 애써서 성공사례를 만들어 낸 영역에 뛰어들 생각은 안했을 것이다.

수제맥주 제조기계는 이미 기술이 보편화되어 중국에서 기계를 수입하거나. 부품을 수입하여 한국에서는 조립하는 공정만 끝내고 판매한다니, 대기업이 품질 높은 수제맥주 제조기계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또한 기계제작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만드는 것이니, 성격상 중소기업에 적합한 것이지, 대기업이 나설 영역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일부 수제맥주를 생산 판매하는 중소형 기업가들의 우려가 무엇인지 부분적이지만 추측이 가능하다. 골목상권을 침해하여 구멍가게뿐 아니라 좌판상인들까지 생활터전을 없애버리고 있는 대형마트나, 재벌위주의 편의점과 빵집 체인점과 같은 모습으로 수제맥주 시장을 대기업 위주로 개편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당한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만약 대기업이 이름값 즉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수제맥주 제조기를 호프집이든 어디든 대여하면서 원료공급까지 장악하여 사용료(royalty)를 받아가기 시작한다면, 일종의 체인점 형태가 되고 수제맥주 값이 인상되던가 아니면 맥주를 파는 사람들의 수입이 줄어들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청년이든 조기 은퇴자든 수제맥주 붐을 타고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의 활동 영역을 제한하여 창조경제라는 이 정권이 제시한 꿈 한조각 조차 없애는 결과가 되고, 크게는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골목상권이 대기업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점이다. 

당연히 진출을 꾀하고 있는 대기업은 원가절약이나 위생관리 등 여러 가지 정당성을 확보하고 노력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대기업이 창업주의 정신을 받들어 창의적인 사업 개척을 하여 국민소득을 높이고, 경제 활력을 살려달라는 것이지, 잘 되고 있는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여 덩치를 키우라는 것은 아니다. 인수합병 뒤에 당초의 약속과는 달리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예외 없이 시행하는 정리해고를 보면서 어느 누가 이러한 방식 일변도의 사업영역 확장을 환영하겠는가?

얼마 전에 있었던 KAL 땅콩 회항 사건에서 이미 대기업 오너 가족들의 도덕감각이 어느 정도로 없어진 상태인지 알고 있으니, 술을 마시는 사람이든 안 마시는 사람이든 양식 있는 일반시민 중에 수제맥주사업에 대한 대기업의 진출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우리는 오래전 존 웨슬리의 가르침이 생산자의 도덕성을 강조한 것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필자 소개>

박상조

*약력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University of Washington(Seattle) 국제경영학
중앙대학교 대학원 행정학(정책학 전공) 박사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2007년-2010년  금융위,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2010년-2014년  (사)기업책임시민센터 이사장
2010년- 현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이사

*저서
인간중심발전론적 시각으로 본 대기업정책의 평가(한국학술정보/2007)
기업의 사회적 책임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사람인가 돈인가- (이담북스/2011)
박상조 경제시평 -무너지는 바벨탑 수리하기(이담북스, 2014)
* 내일신문 경제시평 기고(2011.11-2014.1)

박상조  pxzsim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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