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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인생의 터닝포인트생명평화캠프 ‘숨비소리’ 참가기
이호연(인천평화교회 청년부 15학번) | 승인 2015.03.10 12:01

해녀들이 물질하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숨을 쉴 때 나는 소리가 ‘숨비소리’이다. 오랜 시간 겪으며 터득한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 그 자연스러움 속으로 사회에 첫 발을 들인 새내기들이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어디서나 빡빡한 일정을 싫어했다. 다른 사람이 짜놓은 틀 안에 갇혀 나 자신을 돌아 볼 시간을 주지 않는, 앞으로만 달려가는 생활이 싫었다. 현대 교육이 너무나 싫었다. 나를 희생한 채 쉴 새 없이 위로, 끝없이 더 위를 추구하는 학교가 싫었다. 세상에 불만이 가득한 채 어디에도 표출하지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대며 십 수 년을 살아온 나였다.

수능이 끝나버린 직후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밥을 먹다가도, 샤워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생각했다. 여태까지 살아온 나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나’는 존재하는 것인가. 철없을 적 아버지가 해주셨던,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린 주옥같은 말씀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너 자신을 알라’ 유명한 말이다. ‘내가 나를 제일 잘 알지 나를 왜 몰라 웃긴 말이네’ 하고 넘어간 지난날이었다. 어렵다. 너무 어려웠다. 매일 두 세 시간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며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그 아무것도 없었다.

‘숨비소리’ 오리엔테이션 날이었다. 그날이 돼서야 일정표를 받았고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정이 기계처럼 딱딱 짜여있었고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왔다. 집에 와서 나이에 맞지 않게 투정을 부렸다. 이렇게 빡빡한 프로그램인지 몰랐다, 내 손으로 내 목을 조르러 제주도까지 갈 이유가 있는가. 출발하기 전까지 어리광을 부리며 가슴속에는 짜증이 차 있었다. 허나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 제주도의 시간이 없었다면 나 자신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제주도에서의 1일차. 제주공항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한 후 본격적인 일정으로 들어갔다. 밥을 배불리 먹으면 과일로 입을 마무리하는 것이 당연지사 아닌가. 제주도하면 한라봉, 한라봉 농장으로 체험을 하러갔다. 남자는 둘뿐이 없어 상자(컨테이너)를 옮기는 작업을 도맡았다. 빈 상자를 작업장까지 옮기기도 했고, 과일이 가득한 상자를 이리저리 옮기며 열을 올려 작업했다. 허리는 끊어질 것 같았고 팔조차 부들부들 떨렸다. 

한 시간이 조금 못되어 작업이 끝났고 몸은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아버지가 ‘밥 한 톨 남기지 말고 다 먹어라 모두 농부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 진 것이다‘라고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고 온 몸의 땀샘으로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촉촉한 흙냄새와 싱그러운 풀냄새, 향긋한 과일향이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주며 수고했다고 말을 건내는 것 같았다.

   
 
제주도에는 중문 관광단지라는, 말 그대로 관광객들을 위한 테마파크가 있다. 싱그러운 자연을 자랑하는 천제연 폭포를 비롯하여 식물원, 각종 박물관들이 즐비하다. 두 팀으로 나뉘어 서로 회의를 통해 가고 싶은 곳을 정하고 체험하였다. 인위적인 박물관을 체험하기 보다는 자연 속에서 걸으며 즐기자 라는 의견으로 좁혀져 천제연 폭포로 발걸음을 향하였다.

천제연 폭포. 폭포의 상류와 하류로 나누어져 있다. 상류는 비가 많이 와서 하천이 범람하면 쏟아져 내리는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하고, 하류의 제 2폭포에는 연신 물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만지지 않고, 태어난 그대로 두었을 뿐인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자연의 매력에 반쯤 넘어가 버린 상태였다. 푸른 옥색 물결과 푸릇한 나무들과의 조화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겨울인데 어찌 그렇게 푸르를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잠깐 홀렸었던 것 같다.

제주도에서의 2일차. 안타까움과 화가 공존하는 강정마을. 그 곳을 걸었다. 순전히 이익만을 추구하여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파괴해버리는, 흡사 지옥을 보는 듯하였다. 그러한 아비규환 속에서 피어나는 하나의 작은 꽃을 보았다. 비폭력 민주운동의 절대적인 표본이었다. 손에 손을 맞잡고 살과 살을 맞대며 하나로 뭉쳐 그들의 횡포를 막고 있었다. 2월 5일. 방문했을 당시 2820일이라는 시간이 흘러있었고 공사는 이미 많이 진행 된 상태였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신부님들을 비롯하여 환경운동가, 교회에서 나온 분들까지 한마음이 되어 그 곳을 지키고 있었고 적지 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인간의 손길이 닿아버린 강정은 그러지 못해보였다. 비폭력 운동의 상징인 마하트마 간디. 강대국의 압박에도 그는 비폭력으로 상대했고 또 목적을 이루었다. 과거를 잊은 미래는 없다. 강정이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을 뿌리깊이 자리 잡게 한 시간이었다.

   
 
제주도의 상징이 되어버린 올레길. 그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몇몇의 길 중 제 7길을 걸었다. 길은 없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빚어낸 아주 자연스러운 길속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자연과 벗 삼아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제일 중요한 나를 찾고 싶었고 잡다한 생각들을 바람에 다 날려버리고 싶었다. 이 곳이었다. 올레길을 걸으며 나 자신에 대한 확신도 생겼고 또한 잡념들을 버리고 새로운 긍정적인 생각들로 채워나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부정적인 나를 자연이 긍정적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매일 저녁시간에 서로의 생각들을 나누고 느낀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 또래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떠한 것들을 느꼈는지 들으면서 나와 공통점을 찾기도 하였고 새로운 생각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 한없이 어려 보이던 친구들과 내 자신이 진지한 대화들을 통해 ‘생각들이 정말 많이 성장 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존재한다. 벌써 겪었을 수도 있고 아직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막 스무 살이 된 지금 필자가 겪은 ‘숨비소리’라는 프로그램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은 ‘숨비소리’ 너무하다. 너무할 정도로 값진 경험이었고 살아가는 중에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갈 가볍지 않은 추억이 될 것이다. 글을 잘 쓰지 못하지만 멋진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펜을 잡았다. 진심이 느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호연(인천평화교회 청년부 15학번)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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