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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밥상 이야기 1<안상님의 살아온 이야기>
안상님 | 승인 2015.03.11 14:22

<생명밥상 이야기>는 분량상 두 번으로 나눠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나는 1978년에 기장여신도회 전국연합회에서 생명문화창조운동을 시작할 때 교육총무로 일하면서 생태운동에 관심하게 되었다. 그때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자동차를 꼽으면서 자가용을 쓰지 않기로 한 것을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

2002년 1월에 한겨레 신문에 ‘음식물 쓰레기로 연 15조원이 썩는다’는 기사가 나왔었다. 15조원이라면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액이다. 상암동의 올림픽 경기장을 30개 지을 수 있는 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보릿고개를 넘은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밥알 하나도 떨어뜨리면 집어서 먹어야하는 줄 알고 자란 우리세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음식을 쓰레기로 버리다니. 황당한 내 마음을 당시 기고하고 있던 새가정 잡지 여성신학 칼럼에 썼다. 기독교환경운동 연대의 유미호 실장이 그 글을 보고 생명밥상위원회의 위원이 되어달라고 연락이 왔다. 65세에야 목사안수를 받고 여성교회를 담임하고 있던 나로서는 다른데 눈 돌릴 틈이 없었다. 그러나 나의 관심사인 생태운동이니 달리 거절할 수도 없었다. 위원회를 시작하고 우선 생명밥상을 먹어보기로 하고 우리 집에서 차리겠다고 자원했다.

우리 집에서 먹는 대로 간소한 밥상을 차리고 각자 먹을 만큼 큰 접시에 덜어서 먹게 하였다. 불교에서 하는 바루 공양처럼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접시를 깨끗하게 비우자는데 이미 합의하였고 음식 가지 수도 줄이자고 하였으니 처음 만난 위원들이었지만 별 부담 없이 밥상을 차릴 수 있었다. 위원들은 만남을 거듭할수록 마음들이 맞아서 생명밥상운동을 전개하는데 열심이었다.

여성교회는 일요일 오후 3시에 모이니 예배 후에 친교하며 식사하기 좋은 시간이 된다. 다른 데서 음식을 사오던 것을 내가 밥을 짓기 시작했다. 교인도 많지 않으니 집에서 반찬 몇 가지 준비해 가면 그리도 맛있게 잘 먹는다. 시어머니 모시고 직장가진 젊은 엄마가 “남이 해주는 밥이 이리 맛있다”고 먹을 때는 정말 보람을 느끼게 된다. 여성교회의 수요마당을 우리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수요일 낮에 모여서 성경공부를 하고 생명밥상을 나누려는 것이다. 밥을 먹기 전에 생명밥상 위원회의 생명밥상 노래를 불렀다. ‘생명밥상을 차리자’는 운동을 시작한 기독교 환경운동여대에서는 이현주 목사의 '밥 먹는 자식에게' 라는 글을 운동의 주제가로 만들어서 포스터에 실었다.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봄부터 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들을 비바람 땡볕 속에 익어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서야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운 줄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 거여.

​주님을 모시듯 밥을 먹어라
햇빛과 물과 바람 농부까지 그 많은 생명 신령하게 깃들어 있는 밥인데
그렇게 남기고 버려 버리면 생명이신 주님을 버리는 것이니라
사람이 소중히 밥을 대하면 그게 예수 잘 믿는 거여

​밥되신 예수처럼 밥되어 살거라
쌀 보리 밀 옥수수 물고기에 온 만물들은
자신을 제단 위에 밥으로 드리는데
그렇게 사람들만 밥되지 않으면 어느 누가 생명 세상을 열겠느냐
사람은 생명의 밥을 먹고 밥이 되어 사는 거여

​참으로 자식을 기르는 부모의 정이 물신 묻어나는 노래이다. 기독교인들이야 의례 밥상 앞에 앉으면 먼저 머리 숙여 감사하는 기도를 드리고 먹게 되니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러면서 저런 노래를 함께 부르며 그 뜻을 다시 곱씹어 보면 밥이 더 고마워지는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앉아 밥을 먹으면서 하나님께 감사하고, 부모님께 감사하고, 농부에게 감사하고 땅에, 햇볕에, 바람에, 비에, 벌레에 다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먹으면 그 아니 천국이겠는가?

또 여성교회의 ‘살리미의 기도’를 드린다. 이 기도는 ‘주의 기도’를 내가 여성신학의 입장에서 초안한 것을 여성교회 교인들이 함께 공동 작업한 것이다.

​천지 만물을 지으신 하느님,
당신의 이름은 거룩하십니다.
하느님을 섬기고, 부모를 경외하며 이웃과 바르게 살도록
명하신 당신은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맨 처음에 지으신 세상을 보고 참 좋다고 하신 하느님,
만물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그 나라가 오늘 이 땅에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모든 사람을 당신의 모습으로 평등하게 지으신 하느님,
저희가 청지기 일을 잘 감당하여 자연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신 당신의 뜻을 이 땅에서 이루겠습니다.
오늘도 하루의 양식을 허락하신 것을 감사하며,
우리 몸에 필요한 음식을 소중히 여겨 올바로 먹으며
남겨서 버리지 않겠습니다.
하루의 양식보다 더 많이 쌓아두어서
다른 사람을 배고프게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하느님이 명하신 희년법 정신에 따라
우리에게 빚진 사람의 빚을 탕감해주고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함으로써
미움과 원한을 풀고 자유로이 살겠습니다.
예수께서 세 가지 시험을 겪으시고 이겨내신 것처럼
우리도 수많은 유혹을 이겨내도록 도와주십시오.
이 세상의 불의와 죄악에서 저희를 구원하여
당신의 빛 안에서 살게 해 주십시오.
사랑과 정의와 평화는 하느님께 영원히 있습니다.

안상님  sangnim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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