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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 “아이를 떠나보낼 수 있게 해달라”세월호 1주기 신학토론회에서 실종자 가족 증언
“위험한 기억의 공동체”, “맹골수도의 예수 부활”
고수봉 기자 | 승인 2015.03.25 12:36

“은화가 하늘나라로 떠난 것은 안다.
그러나 차가운 바다 속에 아이를 두고 어떻게 살 수 있겠습니까?”

세월호 참사 1주기 신학토론회에서 증언을 맡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호소에 토론회의 분위기는 숙연해 졌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부모의 말에 참가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NCCK 세월호 참사 대책위원회(위원장 이승열 목사)는 지난 24일(화) 오후7시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한국교회의 응답’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왼쪽부터 박장현 교수, 김은혜 교수, 사회를 맡은 이승열 목사, 허흥환 씨, 김은호 목사. (사진: NCCK)
세월호 참사 실종자 허다윤 양의 아버지 허흥환 씨는 “세월호 참사 1주기라고 해서 많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저희에게 1년이라는 의미가 없다. 시계가 멈춰 버렸다”며 “정부는 처음부터 대안도 없었고, 책임지는 사람 없이 가족에게 다 떠넘겼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허 양의 어머니 박은미 씨도 “수학여행 가기 4일전 임직예배에서 찍은 가족 사진을 아직까지 보지 못하고 있다. 날마다 하나님께 밤에 눈 감고, 다시 깨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며 실종자 가족들의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실종자 9명을 모두 찾을 때까지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함께 참석한 실종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지방 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 동영상을 봤다. 배가 넘어가는 시간이 영상에 나왔는데, 그 시간에 아이와 통화하고 있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나가라고 한마디만 했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얼마나 아프고 무서웠을까 생각하면 살 수가 없다”며 “착한 아이들 천국에서 친구들이랑 놀고 있을 것 안다. 하지만 아이를 그 곳에 두고 어떻게 삽니까?”라고 반문했다.

   
▲ 장신대 김은혜 교수. (사진: NCCK)
신학토론회 발표 1: 국가가 주는 편의적 기억에서 위험한 기억으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증언에 앞서 진행된 신학토론회에서 김은혜 교수는 ‘기억하고 저항하는 공동체’를 교회에 주문했다. 그는 “기억은 그 자체가 저항”이라며 “세월호 참상을 기억해야만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고, 변화를 이끌어내어 다른 세상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기억은 국가나 권력자들이 제시하는 편의적 기억이 아닌 은폐하려는 ‘위험한 기억’을 되살리는 것에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정치신학자 메츠(J.B. Metz)를 인용해, “예수의 십자가 죽음이 로마의 억압적 체제에 예언자적으로 항거하는 정치적 죽음이었고, 불의한 구조에 도전하는 위험한 기억이었던 것처럼 교회야말로 위험한 기억을 잊지 않고 저항하는 기억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상에 고통이 만연한데 그 고통에 응답하지 못하는 기독교가 기쁜 소식, 하늘의 위로인 복음을 전달하려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선교”라고 지적하며, “세월호 이후의 신학은 그리스도인들이 기억 공동체의 정체성을 충분히 구성할 수 있도록 통찰, 즉 고통당하고 탄식하는 생명과 연대하는 하나님 나라의 미래의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 감신대 박장현 교수. (사진: NCCK)
신학토론회 발표 2: 우는 것을 넘어 실질적 부활을 준비해야

감신대 박장현 교수는 ‘진정으로 한국교회가 유족들과 함께 울었는가?’라는 문제제기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수전 손택의『타인의 고통』(Regarding the Pain of Others)을 인용했다. 이는 타인의 고통을 사진이나 영상 등을 통해 접하면서 직접 고통에 동참하지 않고, 우는 것으로도 자신이 고통에 깊이 참여한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되며, 심지어는 그런 행위가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있다고까지 믿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교회는 세월호의 아픔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잠시 눈물을 흘렸을 뿐, 오히려 함께 울어줬으니 우리를 위해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부담을 유가족들에게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이는 “예수는 십자가에 죽어서 무덤에 누워 있는데 부활하지도 않은 예수의 축제를 하는 것과도 같은 한국교회의 참담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개신교인만이 아닌 모든 사람이 가진 측은지심의 발동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예수가 세월호의 죽은 영혼들과 함께 차디찬 바다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면 교회는 예수의 여자 제자들처럼 모든 사람들이 함께 위로 받을 수 있는 부활을 기대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패널로 참여한 김은호 목사(안산희망교회)는 “한국교회가 4.16 참사를 통해 얻어야 하는 것은 교회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고민으로 철저하게 지역사회와 마을과 더불어 공존해야 한다는 인식”이라고 전하며, “지역사회와 다양한 선교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역사회에 대한 시혜적이거나 선교를 위한 사업이 아닌 지역 주민들이 주체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는 정권이 바뀌어도 일어날 수 있기에 교회가 지역사회와 더불어 공동체를 이루고,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4.16참사가 한국교회에 준 과제”라고 전했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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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세월호 1주기를 맞아 NCCK 세월호 참사 대책위원회는 신학토론호를 진행했다. (사진: NC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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