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고덴바(御殿場) 모임에서 KNCC 총무 김관석 목사의 주도하에 ‘남산 부활절 사건’으로 박형규 목사를 위시한 성직자들이 구속된 것 등 위기의 상황에 처하게 된 한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을 하자는 결의에 따라 맨 먼저 행동에 옮긴 사람이 당시 <JNCC> 총간사 나카지마(中嶋) 목사였다.

그날 밤을 김관석 목사와 같은 방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부터 나카지마 목사는 김 목사를 ‘아니끼’(兄貴; ‘형님’이라는 의미)로 모시며 그 후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김 목사(즉 KNCC)가 원하는 바는 무엇이든지 발 벗고 나섰다”고 한다(오재식 유고집 ‘나에게 꽃으로.....’;기독교 서회 간 232 쪽 참조). 가히 ‘도원(桃園)의 결의(結義)’의 유비(劉備)와 관우(關羽)에 비견되는 ‘고덴바의 결의’의 김관석과 나카지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1974년 1월, 일본 개신교 지도자들을 모아 <한국 민주화 일본기독자 긴급회의>(이하 <긴급회의>)를 조직하였다.
그는 우선 쇼오지 츠토무(東海林勤;전 JNCC 총간사, 현<고려박물관> 이사장), 오시오(大鹽) 목사, 모리오카(森崗;전<신교출판사> 사장), 오시마(大島;전 동경도청 직원) 등을 <긴급회의>의 실행위원으로 선임하고 이이지마 마코토(飯島信;당시 중등학교 교사)씨를 간사로 선정하였다. 이 실행위원회는 한 달에 한 번 씩 월례회를 가지며, 그 외에도 긴급할 경우 수시로 모임을 가졌다. 이 <긴급회의>는 명실상부한 <민주동지회>의 파트너가 되어 ‘한국통신’라는 월간 뉴스레터를 작성하여 일본 전역에 한국의 민주화 운동 소식을 알려 여론을 형성하였다.

<긴급회의>가 했던 가장 중요한 일은 <민주동지회> 동경지부의 요청에 따라, 한국 내에 들어가 한국의 자료들을 일본으로 반입해 들여오는 일이었다.
박정희 군사정권의 삼엄한 경계 속에 비밀히 민주화 운동권 자료를 반입해 들어오는 것은 위험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한국의 정보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매번 번갈아 가며, 각가지 직업을 가진 일본인들이 선정되어 관광객을 가장하여 한국에 들어온 ‘밀사’들은 <KNCC>총무 김관석 목사의 지시를 받은 사람들이 한 달 동안 모아 놓은 자료들을 전달받아, 케이크 밑이나, 선물 속에, 심지어는 속옷 속에 등 여러 가지 은밀한 방법으로 숨겨서 반출(搬出)하여, <긴급회의>의 나카지마 목사에게 전달하면, 나카지마 목사는 <민주동지회>의 오재식 선생에게 전달하였다.
초기에는 주로 일본 기독교 인사들을 관광객으로 가장(假裝)한 ‘자료운반밀사’들로 파견했다.

1975년 어느 날 나는 동경시청 직원이라고 한 오시마(大島)라는 20대 후반의 청년을 당시 KNCC 인권위원회 담당 이경배(李景培) 선생으로부터 소개받아 <서울제일교회> 대학생부 ‘농활’(농촌봉사활동)에 참가시켜 2~3일 같이 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가 그 당시 <긴급회의> 실행위원의 한 사람으로 ‘자료운반밀사’였던 것을 알고는 감회(感懷)를 새로이 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나까지마 목사는 폴 쉬나이스(Paul Schneiss) 목사에게 ‘자료운반밀사’들을 선발하는 책임을 맡겼다. 그는 독일 <EMS> 파송 일본주재 선교사로서 일본인 여성과 결혼하여 동경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자신과 일본인 아내, 아내의 친척들에게 그 일을 맡겼고, 그 다음에는 JNAC 소속 여러 선교사들에게 이 일을 맡겼다고 한다.

1987년 초 런던 <라운드 테이블> 회의가 끝난 후 <EMS> 쇼여마이어 목사는 나를 불러 본국에서 전달된 나의 새로운 과제를 알려 주었다. 그 때는 <EMS> 선교사의 임기를 끝내고, 독일 바인가르텐(Weingarten)이라는 시골의 목사로 와 있는 쉬나이스 목사가 소장하고 있는 한국자료를 정리하라는 것이었다.

바인가르텐은 내가 거주하고 있던 하이델베르크(Heidelberg)에서 기차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었다. 쉬나이스 목사가 소장하고 있는 한국자료들은 교회 옆 사택의 개인 서고(書庫)와 신·구교 교회당이 쌍둥이처럼 붙어 있는 바인가르텐 개신교 교회 건물 2층에 있는 20평 정도 되는 부속실(附屬室)에, 그 때까지 아직 풀리지 않은 채, 이삿짐 상태로 박스에 담겨 쌓여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의 하이델베르크 대학 어학교실 학생신분을 그만 두고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주 5일 간, 도시락을 싸들고 바인가르텐의 새 일터로 출퇴근하게 되었다.

첫날 살펴 본, 쉬나이스 목사의 개인 서재의 자료는 주로 쉬나이스 목사가 한국에서 촬영한, 운동권 사진들과 일반 관광 사진들이 뒤섞여 있었고, 거기에 그가 선교사직과 관련된 독일어, 영어, 일본어로 공문이나 그 외 기타 문서들이었다.

다음날부터 아침 10시쯤 출근하여, 쉬나이스 목사에게 인사(출근보고)를 하고 그의 교회 부속실로 가 자료를 정리하고, 도시락을 먹고 한 시간 정도 동네 산보를 하며 휴식을 취하고 오후 5시 쯤 퇴근하여 하이델베르크로 퇴근하는, 그런 나날이 3~4개월 계속되었다.

열 몇 개의 크고 작은 박스들을 하나, 둘 풀어 살펴보니, 바로 엊그제까지 '목요기도회‘(나중에 금요기도회로 바뀜)나 시위현장, 농성장에서 우리가 나누고, 줍고, 숨기곤 했던, 투쟁현장에서 흘렸던 피땀 냄새가 생생하게 배어 나오는 듯한 그런 자료들이었다. 그런 자료들이 몇 천리 떨어진 낯선 땅 독일의, 인구 2천명이 채 되지 않는, 이 조그마한 마을에까지 와, 이렇게 쌓여 있다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감개무량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기도 하였다.

그 자료들은 주로 노동운동, 학생운동, 빈민운동, 청년운동, 여성운동 등 우리의 민주화 운동 각 분야에서 제작되고 발표한 성명서들이었고, 그리고 거기에 보고서, 월간잡지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더러는 한 종류의 문서가 한 장, 또는 두어 장, 어떤 것은 십여 장이 겹쳐 있기도 하였다. 나는 우선 모든 자료를 한 장씩을 발간 연대순으로 분류를 하여, 일본으로 반송할 것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쉬나이스에게 남겨둘 것으로 따로 정리하여 벽에 붙어 있는 책장에 연대별로 비치하였다.

나의 작업 과정을 매일 지켜보던 쉬나이스 목사는 끝나는 날, 나처럼 그렇게 열심히 일만 하는 사람은 일본의 지명관 교수 말고 처음이라고 인사치례를 하여, 어느 잡지에서 그 이름을 본 적이 있을 뿐인 지명관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상상해볼 뿐이었다.

3~4개월에 걸친 작업을 끝내고 쉬나이스 목사 사택 서재에 보관되어 있는 사진들과 공문서 등은 쉬나이스 목사 개인자료인 것 같으니 제외하고 일본으로 반송될 1972년부터 1986년에 걸친 약 2천4백 종류가 된다는 나의 보고를 받고, <EMS>의 봉급을 받은 선교사가 모은 자료에 개인자료가 어디 있느냐고 되묻는 쇼여마이어 목사의 얼굴은, 만면에 웃음을 감추지 않던 평소와 달리 붉게 상기되고 굳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나도 식민지에서 귀중한 것은 무조건 들어오는 서양의 제국주의적 습성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이 들어 갑자기 쉬나이스 목사의 천진한 얼굴이 가증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동경에 도착한지 한 참 뒤에야 배로 운송되어 온 자료들은, 사진자료들을 제외하고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발간 일자 순서대로 정리·보관되어 있는 자료센터의 자료들과 대부분 중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야 자신의 가족·친척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을 조직하여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자료 반송에 전력을 다했던 쉬나이스 목사를 잠시만이라도 의심하고, 독일을 떠나올 때는 한마디 작별인사도 하지 않고 떠나온 속 좁은 내가 정말 부끄러웠다.

바인가르텐에 출퇴근하는 날들 사이의 토요일과 일요일에, 나는 덤으로 <EMS> 파트너인 한국 교회에서 파송된 ‘선교 동역자’(Fraternal Worker)와의 교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독일 개신교회는 아시아 지역,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선교 동역자를 받아들였는데 과거 제1세계가 제3세계에 파송한 선교사(Missionaries)와 달리 이들을 선교동 역자(Fraternal workers)라고 부르며, 선교사의 경우 자비를 들어가며 파송하는 것과 달리 초청된 이들과 그 가족들의 급료를 자신들이 지급하였다. 그것은 아시아 지역의 새롭게 일어나는 신앙의 동력(動力)을 받아들여, 소수 고령층 위주의, 관광지로 변해 있는 자국의 교회들을 살려보자는 목적을 지닌 새로운 시도였다. 19세기에 복음을 전파하고 가르친다는 자세를 바꾸어 이제는 보고 배우자는 자세의 독일 사람들이 새롭게 보이는 제도였다.

선교 동역자들 가운데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일본 교회 등에서 파송된 동역자들도 한 두 사람이 있었으나 다수는 한국교회에서 받아들인 선교 동역자들이었다. 그것은 1963년부터 한국에서 파송된 광부들이나 간호원들이 독일인들이 하기 어렵고 고된 일을 성실하고도 근면하게 일해 온 덕택이기도 하고, 그 위에 1973년 이후 민주화·인권 운동에 한국교회가 앞장서 온 것을 높이 평가한데 기인(起因)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채수일 목사(하이브론; 현 <한신대>총장), 성해용 목사(슈트트가르트;현 <한국사회문제연구원>원장), 김원배 목사(프라이브르크; 전 <기장>선교교육원 원장>, 고(故) 박창빈 목사(마인츠; 전<예장>봉사국 총무), 김희은 선생(하이델베르그; 현 <한국여성사회교육원>원장) 등이 그들이었다. 그들은 모두가 국내에서 같은 길을 걸어온 나의 동료·선배들이었다.

이들과의 만남은 주로 독일의 관문인 프랑크푸르트의 <한인교회> 이해동(李海東;현 <행동하는 양심>이사장) 목사의 사택에서 이루어졌다. 이 목사는 1976년 명동성당 ‘3·1민주구국선언 사건’과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옥고를 치루기도 하였고, 고(故) 문익환 목사가 세운 서울 <한빛교회> 담임목사로 재직 중에 <프랑크푸르트 한인교회>로 파송되어 온 한국민주화 운동의 대선배이신 분이시다.
 
여기에서 나는 ‘한·독 기독청년 교류 사업’으로 방독하여 있는 한국교회 노래패의 일원인 아름다운 청년, 주현신(현; 예장<과천교회>담임목사)군과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입·출국하며 잠시 들른 문규현 신부와 고(故)유인호 교수 등도 만날 수 있었다.

베를린 선교부 소속으로 바덴주 교회와의 회의를 위해 슈트트가르트에 내려왔던 슈바이처 목사(MS. Rev. Schweizer)가 일부러 하이델베르크의 나를 찾아와 중화요리를 대접하면서 능숙한 우리말로 나를 격려해주었다. 어머니와 같은, 선녀같이 청초한 슈바이처 목사는 3년 선교사 임기를 마치고 돌아온 지 2년이 채 안 되었지만 또다시 한국 파송을 자원하여 곧 한국에 들어가게 되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베르너 롯체(Werner Lotche) 변호사 부부가 슈트트가르트 주변 작은 마을의 자기 집으로 나를 초대하였다. 독일 행을 준비하는 동안 3개월 가까이 나는 선교사로 한국에 온 그의 통역과 안내를 한 바가 있었다.
2006년이던가, 여섯 살과 네 살 때에 부모를 따라와, 불과 3년 밖에 체재하지 않았던 한국이 그리워, 이제 과년한 처녀들이 되어 한국에 유학해 와있다는 두 딸을 보러 방한(訪韓)한, 베르너 씨의 부인 잉가 롯체( Mrs. Inger Lotche) 변호사를 성해용 목사가 <기사연> 내의 사무실로 데리고 왔다. 5년 가까이 폐암으로 투병 중인 남편의 상황을 전해주면서 그녀가 우리들에게 보여준 그의 사진 속에 서있는 사람은 180cm의 훤칠한 키에 100kg이 넘었던 나보다 나이가 불과 세 살 위의 거인(巨人)의 베르너가 아니었다. 그 사진 속에는 호호 백발에 꼬챙이 같은 몸을 한 한 노인이 서있었다. 흑흑 흐느껴 우는 롯체 부인을 위로하는 것도 잊은 채 우리도 울먹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해동 목사 댁에서 파독 광부출신 윤재술(가명)씨도 만났다. 그는 고향인 전남 화순 본가의 부모들에게 맡겨놓고 온 두 자녀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가져다주기 위해 파독 간호원인 부인과 함께 본에서 키오스크(Kiosk;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가두 소형 판매집)를 운영하면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그는 우리들을 친동생처럼 여겨 귀중한 시간을 자신의 승용차를 손수 운전해 가면서 부퍼탈에 유학해 와있는 서울공대 ‘산업사회연구회’ 출신 윤조덕(현; <한국노동문제연구원>수석 연구원)군이나, 저 북쪽 함부르크에 유학 온 박명철(전 연세대 교수) 목사를 방문하는 기쁨도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는 또한 서베를린(통독 전인 당시)에 있는 파독광부모임에 찾아가서 영주(永住)광부들(독일 정부는 독일에서 5년 이상 일한 광부나 간호사들에게 영주권을 부여하였다)을 만날 수 있게 주선해 주기도 하였다. 그가 우리에게 그렇게 해준 것은 아마도 고향의 후배들이 생각나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노동이 얼마나 고달팠는지는 영화 ‘국제시장’에 생생하게 묘사된 바이고, 그들에게 전해들은 서독광부 애사(哀史) 한 가지.
파독 광부들은 나이의 고하(高下)를 막론하고 하루라도 먼저 독일에 온 사람들 순으로 형님, 동생 서열을 매겼고 이것을 그들은 엄격히 준수하였다. 하루는 동생 광부 한 사람이 선배들이 모인 한 아파트에 헐레벌떡 뛰어 들어 와,
“성님들, 나가 오늘 보신탕 깡통 파는 디를 보고 왔어라우!”
“머시라고야, 워매~ 니가 속이 허해져가꼬 헛것을 봤는갑다.”
“아니어라우, 참말로 봤당께요!”
하고 옥신각신하다가,
“그람, 니가 사갔고 와 바라~”
그렇게 해서 그들은 막내 광부가 사온, 개가 그려져 있는 통조림들을 왕창 솥에 넣고 푹푹 고아서 오래간 만에 석탄가루 범벅이 된 목구멍과 허파를 청소했다. 왜 그런지 독일제 보신탕은 조금 시금털털하기는 하다고 불평하면서도.

그런데 문제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다. 아파트 밖이 소란하여 문을 열고 나가보니, 아파트 주인이 왜 신고도 안하고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느냐는 것이었다. 그런 일 없다고 항변하자, 그럼 쓰레기통에 버려진 개 사료 깡통들은 무엇이냐고 물었다는 것.

또 한 가지 파독광부들의 슬픈 이야기.
독일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름휴가가 한 달이나 된다. 일가족이 자가용으로 지중해 해변에 가서 한 달을 여유롭게 쉬고 오는 것이 일반 독일 사람들의 여름휴가이다.
광부들은 가족도, 자가용도 있을 리 없어 차 한 대를 렌트해 나누어 타고 여름휴가를 떠났는데, 5인승 자동차에 6명 동승했다.
물론 교통순경이 다가와 차를 세우는 것은 말 할 것 없는 일.
“파피어!”
그가 말했다. 파피어가 면허증이라는 말인지 그때까지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던 그들은,
“파피어? 그건 영어로 페이퍼인 것 같은데, ....종이, 종이라면 돈, 그렇구만 돈을 달라는 모양이다! 야들아 어여 있는 돈 다 꺼내 놔라~”
주섬주섬 있는 돈을 다 걷어 주었는데도, 경찰관은 더 큰 소리로,
“파피~어!”
“아야! 돈이 모자란 모양이다. 어떡하냐? 안되겄다. 니들 전부 빨리 내려라!”
여섯은 경찰 앞에 일렬로 서서,
“옹켈(언클; 아저씨)!”
했다. 이 한국 광부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교통순경은, 측은해하는 표정으로 알았다, 가라는 손짓을 했다는 이야기.

영어 ‘언클’이나 독일어 ‘옹켈’은 집안 조카가 집안 아저씨에게만 사용되는 호칭. 그런데 저 불쌍한 동양 사람들이 얼마나 급했으면, 나를 ‘옹켈’이라고 불렀을까 하고 측은하게 생각해서 그냥 보냈는데, 그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급할 때는 역시 비는 것이 상수(上手)야!”
라고 유쾌하게 웃으며, 휴가지로 떠나갔다는 것.

그런데 그 윤재술 씨는 어느 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또 어떤 고국 사람들을 태우고 가다가 그런 변을 당했을까? 더 큰 미래를 바라보면서 고향에 남겨져 있던 그의 두 아이들을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까?

<필자 소개> 김경남 1949년 (66세) 전남 완도 생 광주제일고등학교, 서울법대, 한국신학대학 졸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 총무, <한국민주화기독교민주동지회> 동경자료센터 관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사무국장, 무주<푸른꿈고등학교> 교장, <한국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업본부장, <한국교회사회문제연구원> 원장

김경남  gisoo9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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