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이 되고자 스스로 ‘목사’라는 이름을 버린 목사, 그 민중이 스스로 역사의 주체로 서길 바라며, ‘스스로 말하게 하라’고 외쳤던 민중의 벗 허병섭의 추모예배가 진행됐다.

27일(금) 오전 11시 마석 모란공원에는 허병섭을 기억하는 2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동월교회 교인부터 인천에서 ‘일꾼드레’에서 함께 동거동락 했던 옛 친구, 빈민선교에 함께 동참했던 동지들, 녹색대학 대표까지 그의 삶의 궤적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추모 자리에 참여했다.

▲ 27일 마석 모란공원 묘역에서 3주기 추모예배가 진행됐다. ⓒ에큐메니안

목사 사직서를 제출해 목사가 아님을 끝까지 증명 받고자 했던 그였지만 예배에서 참가자들은 그를 여전히 ‘목사’로 기억했다. 오히려 더 목사 같은 목사로 기도를 올렸다.

“민중의 벗이요, 가난한 이웃들의 형제로 살았던 허병섭 목사님, 허 목사님을 따라 민중, 가난한 이웃들과 동행하는 엄중한 신앙고백을 이어가도록 지켜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박종렬 목사(행복주거문화센터 이사장)는 “허병섭 목사님은 민중 속에서 민중을 일깨우려는 일을 했다. 그는 민중이 스스로 자립하는 생활을 위해 많은 실험을 벌였으며, 역사의 주체가 되길 원했다”며, 그 이면에는 “민중이 곧 재림예수라는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림한 예수는 민중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그 민중이 역사를 이끌어 간다고 믿었기에 민중과 함께 살았다”며 “허 목사님이 바라본 예수, 그 속에서 민중해방의 꿈을 꾼 것처럼 우리 가슴에 민중예수를 지니고 살아가자”고 말씀을 전했다.

이어 허 목사님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빈민선교를 함께했던 윤여창 집사는 “허 목사님이라면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했을까 하며 살았다”며 “사람을 생각하게 하고, 실수하거나 경솔하지 않도록 이끌어주신 삶의 좌표같은 사람”이라고 추억했다.

오영식 목사는 “빈민가 판자집에서 처음 그를 보고 지근거리에서 허 목사님을 보아왔다. 어린아이 같이 순수한 사람”이라며, “오늘날 같이 혼탁한 세상에서 허 목사님의 중심에 있는 맑은 기운, 구원과 해방을 이루려는 모습이 큰 힘이 된다”고 회고했다.

추모 예배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추모의 인사를 전하며 헌화의 시간을 가졌다. 헌화 후에는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찬양인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를 불렀고, 박종렬 목사의 축도로 추모예배를 마쳤다.

한편 오후4시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는 3주기 추모행사로 세미나가 이어졌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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