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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월교회, "오늘날 주민복지사업의 모체"허병섭 목사 3주기 맞아 민중교회 이야기 나눠
고수봉 기자 | 승인 2015.03.30 10:42

허병섭 목사 3주기, 27일(금) 오후4시 추모행사가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허병섭과 민중교회 이야기’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는 “허 목사님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속사정 얘기를 다 할 수 있는 분이었다”며 “이 시대에 목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사람”이라고 추억했다.

그는 허 목사와의 일화로 “교회가 가난을 도둑 맞았어”라는 말을 이야기하며, “한국교회는 그의 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오늘날 그가 너무 그리워진다”고 인사를 전했다.

   
▲ 오전11시 마석 모란공원 추모예배 후 오후4시 '허병섭과 민중교회 이야기'라는 주제로 이야기 마당이 진행됐다. ⓒ에큐메니안
오전11시 추모예배에 이은 추모행사는 허병섭의 동월교회에 대한 회고와 함께 민중교회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이야기 마당으로 진행됐다.

먼저 무주지역자활센터장 오용식 목사는 하월곡 4동에서 시작된 동월교회를 중심으로 한 허병섭 목사의 목회에 대해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허 목사님은 가난하고, 멸시받는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메시야의 나라, 민주사회, 천국 잔치를 이루는 것이 교회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삶과 사업,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고민해 갔다”고 전했다.

77년 동월교회는 농촌 경제의 파탄으로 인한 이농화 현상으로 도시에 형성된 빈민선교를 위한 민중교회로 시작됐다. 당시 가난한 사람들은 생존권 문제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었으며, 정치적으로는 민청학련, 인혁당 사건, 긴급조치 9호 등으로 독재의 그늘이 짙었던 시기였다.

허병섭 목사는 가지고 있던 작은 주택을 팔아 동월교회를 개척했다. 이후 신학생들의 빈민 현장학습, 야학 등 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그 후 가난한 맞벌이 부모들을 위한 ‘똘배의 집’을 개원하기도 했으며, 주민 문화운동, 전통예배, 자모회 등을 운영해 주체적인 지역주민운동을 조직해 나갔다.

   
▲ 패널로 참여한 오용식 목사, 윤여창 집사, 전성표 목사. ⓒ에큐메니안
오 목사는 “70년대 허 목사님이 시도했던 많은 사업들은 지금에 와서 지역아동센터, 공부방, 지방자치 활동, 생활협동조합, 자활사업 등의 모체가 됐다”며 “고난 받는 민중들과 더불어 새 하늘 새 땅, 민주적 사회를 위해 투쟁하고, 고난당할 때 교회는 가장 교회다운 모습을 갖는다. 허 목사님은 이를 위해 평생을 살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동월교회의 옛 청년회원 윤여창 집사는 당시 하월곡 4동을 회상하면서,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산동네는 철거반의 횡포와 깡패들이 폭력을 휘두르는 공포의 땅으로 친척 아저씨는 산동네가 무서워 버티지 못하고 떠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주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특별히 학교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시절, 친구의 제안으로 동월교회에 출석하게 됐다는 윤 집사는 “동월교회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한마디라도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허병섭 모사에 대해서도 “깊이 고뇌하는 소크라테스 같은 사람, 생각이 정리되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야학, 똘배의 집, 지역신문, 마을은행, 일꾼드레 등 성과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노력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는 주체적인 삶을 잔잔하게 말했던 허병섭, 약자에 대한 배려, 양심, 정의를 가르쳐준 커다란 나무 같은 목사”라고 정리했다.

   
 
동월교회를 통해 옛 민중교회를 살펴본 사람들은 민중교회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생명선교연대 전 회장 전성표 목사(이웃사랑교회)는 미국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는 한 개신교 교단의 부채춤을 예로 들며, “기독교라는 이름을 공유하기 때문에 교회 밖 사람들에게는 같은 사람들로 인식된다”며 개신교의 다양한 형태와 흐름, 의식들이 있지만 개신교의 일반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인도 시크교, 매노나이트, 제7일안식일 교회 등 다양한 종교와 교파들의 특성과 독자적 교리들을 분석하며, “개신교에서 일치와 연합이 제일 많이 듣는 말이지만, 오히려 민중교회는 연대보다 분리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새롭게 제기했다.

그는 “예수는 민중이며, 민중은 예수라고 고백하는 민중교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예수 그리스도란 이름만 공유하고 개신교라는 우산에서 나와야 한다”며 민중교회의 신앙과 고백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허병섭 목사님은 탈향을 했던 사람으로 목사직을 버리고 민중 속으로 들어갔다”며 “알 속의 새에게 알은 세계이다.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사람은 알을 깨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전의 개신교라는 우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사람들에게 접근하려는 노력, 그렇지 않으면 민중교회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끝맺었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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