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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인 삶속에서 진주를 캐다<안태용의 산골 이야기>
안태용 | 승인 2015.03.31 11:01

15년 전에 가정을 도시에 두고 홀로 머나먼 지리산 밑 산골로 짐을 싸서 들어왔다. 그때 신께 약속한 것이 있었다. 몸은 떠나지만 가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큰 죄를 짓는 것 같기도 하고 역사적 소명의식이라지만 너무 이기적인 것 같고 인지상정에서였다. 사실 무엇보다 정신의학자 융의 말처럼 모든 것과 단절한 산골생활은 나의 성격으로 보아 자칫 미친 사자(니체표현)가 될 가능성이 농후했기에 세상과의 끈으로서 가족관계를 단절하질 못했다. 나를 위해서. 이것도 이기적인가.

그 뒤 나는 산골에 살면서도 도시에 사는 가족의 문을 두드렸다. 소통의 끈을 놓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려했다. 그러니 나는 항상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내 생각, 내 의견은 접어두고 끊임없이 경청하려고 했다. 수 없이 정신없이 얻어맞았다. 그래도 약자는 가족이고 상처가 큰 것도 가족이라는 생각에 항상 가족 편에 서서 이해하려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이 부재한 가운데 도시의 삶은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기에 내가 산골에 살지만 나의 생명적 삶의 원칙에 크게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생활비를 벌어 송금하였다. 산골에서 자급자족형 농사, 영성적 삶을 살면서 도시에 돈을 보내봐야 큰 도움은 되질 않았지만 최소한 성의 표시이고 가족이라 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나에겐 산골에서 돈을 버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생태적 원칙을 지키며 농사면적을 넓혀야 했기에 바쁜 농사철엔 고행에 가까운 노동을 해야 했다. 가능한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비닐도 쓰지 않고, 혼자 노동에 의존하다 보니 나의 삶의 원칙에 있어 벗어나고픈 '고행을 위한 고행'을 하게 된 것이다. 다행이 바쁜 농사철에 한정되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지역에서 하는 ‘산불 감시원’을 부업으로 십년 가까이 했다.

   
 
사실 회의도 많이 들었다. 어차피 안 되는 것을 붙잡고 고집피우는 것은 아닌지. 산골에서 생명적 삶을 사는데 함께하고자 도시에서 농산물을 사주고 후원 하는데 다시 도시소비구조로 돈이 흘려 가는 것이 못내 괴로웠다.

가족은 자본주의 한복판에서 어렵고 빚 속에 살지만 소비하고 교육하며 살아가고, 나는 산골에서 단순 소박한 삶을 추구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웠고 답이 없는 뒤죽박죽의 삶이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다.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나 진실을 추구하는 마음을 놓지 않고 끈질기게 계속 성찰하였다.

15년이라는 짧지만은 않은 세월 속에서 뜻밖에도 기적적으로 어느 순간 참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삶 자체의 구체성, 그 진실의 리얼리즘이 그 복합성속에서 거울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성과 속,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선, 자유의 삶과 종의 삶은 동전의 양면임을 뒤죽박죽인 삶속에서 진주를 캔 것이다.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같이 되어 나오리라(욥23/10). 천국은 마치... 극히 값진 진주를 발견하매 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진주를 사느니라(마13/45-6)"는 말씀처럼!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쉽게 세상을 단죄하고 이분법적 사고에 빠지기 쉬웠다. 관념적 깨달음에 치우쳐 고립되고, 세상을 잘 모르는 채 잘 안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이해도 없고, 욕망은 솔직하게 대면하지도 않고, 끈질기게 기다리며 성찰하지도 않고, 억압하든지 외면하든지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기에 언젠가 터지게 되어있는 문제였다. 

진리의 깨달음도 결국엔 자신과 관련되어지고 변화되는 용광로 과정이 없다면 허깨비에 불과하다. 머리는 진리를 추구하나 몸은 욕망의 굴레에 있어 방황은 끝이 없고 지행이 다르며 극단적으론 신과 사탄이 공존한다.
"참만고순일성"(장자)이다. 처음 어느정 도 나를 알고 선택한 삶이 잘못되지 않았던 것이다. 감사! 샬롬!

   
 

안태용  azaz0106@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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