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합창을 연주하는 날이면 음악을 들으러 가는 때와 달리 꽤 흥분이 되곤 했다. 어떤 무대인들 긴장을 주지 않는 곳이 있으랴? 연주회가 끝나고 박수 소리를 뒤로 하며 퇴장할 때의 시원섭섭함은 오랫동안 깊은 추억으로 남는다.

▲ 서울모테트합창단-마태수난곡 표지

딱 6년 전인 2009년 3월 31일(역시 화요일이었다) 저녁, 음악을 들으러 가면서도 나는 흥분이 되었다. 미리 예매한 티켓을 몇 번이고 확인하며 집사람과 함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일찍 도착하여 샌드위치로 저녁을 해결했다. 평소 같으면 연주회가 끝난 다음에 푸근한 저녁을 먹곤 했지만 오늘은 밤 12시가 다 되어야 공연이 끝날 것이므로 그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입장하는 연주자들을 보고는 오히려 내가 긴장되었다. 오늘 이들이 참으로 잘해주기를 기도하며 박수를 쳤고 모두의 마음이 그러하니 그 소리가 우레와 같았다.
긴장을 풀려고 듣는 음악이 있지만 오히려 더욱 긴장 가운데 들어야 하는 음악이 있다. 오늘의 <레퍼토리>는 정말 그리하다. 평소에도 여러 연주자들의 음반을 통해 긴장과 몰입을 경험해 왔지만, 오늘은 라이프치히가 아니라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창단 20주년 기념연주의 첫 번으로 다른 연주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서울에서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연주하는 날이고 나로서는 처음으로 음반이 아닌 공연에 직접 참여하는 바흐의 <마태수난곡>이다. 어찌 가슴이 뛰지 않으랴?

30여 년 전 나영수 지휘로 국립합창단에 의해 시도된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국립합창단 부지휘자를 지낸 권승수 선배에게 듣긴 했지만, 인구 5천만, 교회음악이 들어온 지 130년이 지났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마태수난곡>이 연주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날, 박치용 지휘로 당시의 격식대로 <마태수난곡>을 연주하였고 그 날 연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평가할 이유 없이 우리 모두는 <고양되는 영혼>을 충분히 경험하였다.

▲ 합창지휘자 박치용

지휘자 <박치용>은 참 독특한 분이다. 서울예고와 서울대 음대를 나왔다. 모범적인 학력이긴 한데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좋은 학력이 아니다. 유학을 다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계에서는 <가방끈이 짧다>고 다소 냉소적으로 그를 바라보는 것 같다.
대 바흐도 대학을 못나온 자격지심이 있었고 홈스쿨링만으로는 마음이 안 놓여 자식들 대학 교육을 위해 근거지를 옮기기도 했지만, 그 자식들이 결코 아버지보다 더 훌륭할 수 없었고, 때로는 아버지의 육필 악보를 팔아 삶을 잇기도 했다. 나도 대학에서 글공부를 했어도 최종학력이 국졸인 내 선친의 필력에는 아예 필적할 수 없음은 늘 고백하는 바이고, 또 한편 음대를 나오지 못한 처지에 교회음악을 한다는 것이 가끔은 처절할 때가 있다.

어쨌건 박치용은 20대에 <서울모테트합창단>을 만들어 지금까지 독보적이며 귀감이 되는 합창단으로 이끌고 있다. 합창단 운영비를 어찌 마련하는지 늘 궁금하지만 여하튼 나는 그 합창단의 음반을 통해 늘 귀를 씻어내며 공부하고 있으며 합창음악에 대한 귀한 도전과 영감을 얻는다.
자, 이제 <수난곡>이야기로 걸음을 성큼 옮기자.

성주간(聖週間)은 <Holy Week, Passion Week, Great Week>라고 불리며 종려주일로부터 일주일 간, 즉 부활절 전 한 주간을 말한다. 이 기간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거룩하고 감격적인 사건 - 구속의 역사가 일어났다.
종려주일에 예수님은 영광스런 예루살렘 입성을 하셨으며, 성월요일에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시고 성전을 정화하셨으며, 성화요일에 예루살렘을 보고 우셨으며 한편 가룟 유다는 배반했다. 성수요일에는 베다니에서 조용히 지내셨고, 성목요일에는 유월절 식사로 최후의 만찬을 하셨으며 제자들의 발을 씻기고 겟세마네에서 기도하시다 체포를 당하셨다. 성금요일에는 재판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

성주간의 이 엄청난 사건들을 음악으로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장르가 <수난곡, Passion>이다. 따라서 성주간에 이 음악을 들으며 예수님의 행적을 좇는 일은 매우 귀중한 의미가 있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로 익숙하지만 <Passion>은 <열정, 熱情>이란 뜻도 있지만 <그리스도의 수난>을 의미한다. 또한 <Passion>은 음악에서 <수난곡>이라는 장르 이름이기도 하다. 부디 서너 시간 긴장 속에 다소 힘이 들더라도 <들을 귀>를 훈련시키기도 하고 또한 영적으로 값비싼 은혜를 체험하는 올 성주간이 되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수난곡(Passion)
<수난곡>은 <코랄>, <칸타타>, <오라토리오> 등과 함께 종교개혁을 통해, 특히 루터교회에서 아름답게 꽃피운 교회음악의 성악 장르이다. 수난곡은 네 복음서 내용에 따라, 종려주일에 마태복음에 기초한 마태수난곡, 성수요일에 누가수난곡, 성목요일에 마가수난곡, 성금요일에 요한수난곡이 연주되는 전통이 남아 있다.  

교회음악 형식 중 오라토리오보다 더 앞선 것으로 <히스토리아, Historia>가 있었는데, 이것은 성경이야기, 즉 성탄절, 부활절 이야기 등에 음악을 붙이는 것이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장르가 <수난곡>이었다. 물론 이런 방법은 중세기 때부터 있었고, 12세기 이후에는 사제 한 사람이 설명 부분을 노래하고, 다른 사제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또 다른 사제는 군중들을 노래하는 형식의 단선율 수난곡이, 15세기 말에는 군중들이 노래하는 부분을 모테트(Motet, 여러 파트로 노래하는 종교 합창곡, 영어권에서는 앤덤이라 한다) 양식의 다성(多聲)음악으로 불린 응답수난곡, 극적수난곡, 모테트 수난곡 등이 있었다.

이런 <수난곡>의 발달에 힘입어 종교개혁 이후 최초의 수난곡을 쓴 이가 작곡가이자 시인인 요한 발터(Johann Walter, 1496~1570)였다. 루터의 종교개혁 진영의 미술가로서 비텐베르크 시장을 역임한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 1472~1553)가 유명하듯, 발터는 음악 책임자로서 1524년에 프로테스탄트 최초의 찬송집을 출판하는 등 큰 공헌을 하였다. 발터는 1550년에 독일어 가사를 사용하여 극적수난곡인 <마태수난곡>을 썼다.

극적수난곡이 발전해 모테트 수난곡이 되는데, 당시 루터교회의 모테트 수난곡으로 요하힘 부르크(Burck, 1568), 레온하르트 레흐너(Lechner, 1594), 크리스토프 데만티우스(Demantius, 1631)의 수난곡을 꼽을 수 있다.

이것이 더욱 발전하여 <오라토리오 수난곡>이 나오는데, 레치타티브(Rezitativ, 敍唱, 朗唱 ; 쉽게 설명하면 성서 내용을 해설자<복음전도자, Evangelist>가 변화 없는 음정으로 빠르게 노래하는 형식), 아리아, 중창, 합창, 그리고 기악곡들이 들어있는 곡이어서 세속곡의 오페라처럼 극으로 공연될 수가 있었다. 즉 수난곡은 순수 예배음악으로 발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연음악으로 발달된 것이다.

샤이트, 샤인과 더불어 루터교 3S 음악가로 불리는 하인리히 쉬츠(Schüz, 1585~1672)는 17세기 중기의 가장 유명한 독일 작곡가로, 이때부터 1750년 바흐가 죽기까지 100년 동안 루터교 음악이 서양음악의 모범이 되던 기간의 길잡이 구실을 한 이다. 그는 이태리 베네치아의 조반니 가브리엘리 문하로 드레스덴의 작센 지방 선제후의 교회 악장을 지냈으며 독일 최초의 오페라를 썼다고 알려져 있으나 악보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는 최초의 오라토리오 수난곡인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을 썼다. 이것은 한 복음서에 치중하지 않고 네 복음서에서 발췌한 내용을 편집한 것이다. 쉬츠의 후기 수난곡으로는 <누가수난곡, 1653년경>, <요한수난곡, 1666년경>, <마태수난곡, 1666년경>이 있다.

쉬츠의 <마태수난곡>은 독일어 레치타티브가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데카가 출반한 로저 노링턴(Norington, 작년에 80세 기념음반집이 출반되었다) 지휘의  하인리히 쉬츠 합창단의 CD와 베를린 클래식이 출반한 마르틴 플레미히(Flamig, 1913~1998) 지휘, 드레스덴 십자가 합창단 연주의 CD를 구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요한 제바스티아니(Johann Sebastiani, 1622~83)와 요한 타일레(Johann Theile, 1646-1724)의 수난곡이 1672,73년에 작곡되면서 수난곡은 더욱 발전하며 바흐 당대 헨델과 더불어 세계적 명성을 가졌던 필리프 텔레만(Georg Philipp Telemann, 1681~1767, 그는 바흐에 앞서 라이프치히의 음악감독직에 초빙되었으나 거절하고 이것을 기화로 자신이 일하던 함부르크 음악감독직의 급료를 인상시켰고 바흐는 시험을 치루고 겨우 그 자리에 들어갔다)도 수난곡을 남겼다.

바흐는 1724년의 <요한수난곡>을 비롯하여 공관복음 수난곡 3편과 다른 1편의 수난곡을 썼지만 지금 악보가 전하는 것은 요한, 마태수난곡 뿐이다. 당시 유명한 작사자로는 18세기 경건파(루터교사, 개신교 교파사에서 뿐 아니라 찬송가사<史> 연구에도 경건파의 대두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의 영향을 받은 후놀드-메난테스와 브로케스가 단연 돋보인다. 그 후 수난곡은 하이든, 베토벤, 리스트에 의해 그 전통이 이어진다.

J. S. Bach의 마태수난곡(BWV 244)

▲ Bach Festival-Leipzig 토마스교회

바흐는 44세 때, 라이프치히에 온 지 4년만인 1727년에 이 곡을 작곡하여 성 금요일(4월 15일)에 성 토마스교회에서 연주하였다. 라이프치히는 당시 인구 2~3만 명의 작은 도시였지만 음악적 수준은 아주 높았다.

25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게반트하우스 연주회는 연속 공개연주회로서 지금껏 큰 권위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라이프치히 음악원에는 많은 학생들이 있었으며 그 중 뛰어난 55명의 학생들은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공부할 뿐 아니라 교회에서 연주자로 봉사했다. 뒤에 소개할 지휘자 카를 리히터도 이 음악원 출신이며 노르웨이의 민족음악파 그리그(E. H. Grieg, 1843~1907) 등 수많은 음악의 영재들이 여기서 공부했다.

바흐는 라이프치히 시의 음악감독(칸토르)으로 27년 동안 일했는데, 그는 음악원 학생들을 가르치고 두 곳의 루터교회(성 토마스교회, 성 니콜라스교회)를 위해 300곡에 달하는 칸타타를 작곡하여 매 주 예배 때 봉헌했고 오르간을 연주했으며 성가대를 지휘했다. 그 외에도 미사와 수많은 종교음악곡을 통해 그의 신앙을 유감없이 표출했던 곳이 이곳이다.

그의 <마태수난곡>은 라이프치히의 시인이었던 헨리치(C. F. Henrici, 1700~64, 필명 피칸더)가 마태복음 26, 27장을 기초로 쓴 가사에 인류 역사상 가장 고귀한 영감을 담았다. 바흐는 한 편의 오페라도 쓰지 않았지만, 그 기법, 형식, 정신을 종교적 수난곡에 담았다. 워낙 큰 작품이므로 자세히 그 내용과 감상을 이 산책을 통해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코끼리 다리 만지기 같은 우를 범할 수밖에 없다.

바흐의 전기로서 최근 가장 높이 평가되는 하버드대 교수인 크리스토프 볼프(Christoph Wolff, 1940~ )의 <Johann Sebastian Bach: The Learned Musician>에서 몇 구절을 옮긴다.

“바흐는 지금까지 연주된 음악의 차원을 초월하는 한 작품을 연주했다. 바로 <마태수난곡>(BWV 244)의 초연이었다.”
“형식ㆍ장르ㆍ작곡 테크닉의 차원을 넘어서는 <마태수난곡> 프로젝트는 <음악적 학문>이라는 바흐의 컨셉을 전부 실험해보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바흐의 손으로 만들어진 자필 총보 중 어떤 것도 이처럼 사려 깊게 씌어진 것은 없으며, 붉은 색과 어두운 갈색의 두 가지 잉크로 구분하여 기보된 것도 없다. … 나중에 잘못하여 몇 페이지가 손상되었을 때, 덧종이를 붙이고 지워진 보표를 다시 그려 넣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바흐는 이 <대 수난곡>이 자신의 다른 작품들보다도 진정한 의미에서 역사를 창조하리라는 것은 아마 예측하지 못했으리라. 그렇지만 이 작품의 초기 기획 단계부터 뭔가 특별한 것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 그도 의식하였을 것이다.”
“교회 제단 쪽에서 울려퍼지는 코랄은 <보여주기 위해 멋 부리는 음악>이 아니라, 종교적이고 전례적인 성격을 확실히 증명하는 그런 음악임을 처음부터 확실하게 인식시켜 주는 것이었다.”

▲ Bach-마태수난곡 악보 첫 페이지

전체 2부, 일흔여덟 곡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당시 음악적인 전문성을 위해 잘 개축된 성 토마스교회에서 웅장하게 연주되었다. 두 대의 오르간, 양쪽 회랑에 나뉘어 연주하는 2중 관현악, 2중 합창…!
아직도 이 교회에서 마태수난곡을 위시하여 많은 음반들이 실황으로 녹음되는데, 언젠가 그 현장에 자리하는 것이 내 인생의 큰 꿈이며 소망이다.

1729년 4월 15일 성금요일의 마태수난곡 연주는 그 지고한 종교성은 말할 것도 없고, 교회 음악을 집대성한 한 천재와 수준 높은 기량의 라이프치히 음악인들이 만든 천상의 잔치였다. 그러나 세상은 전혀 조용했다. 바흐의 천재성과 마태수난곡의 진가가 세상에 알려지는 데는 꼭 한 세기가 필요했다.

루터교회 음악가 중 또 한 천재, 멘델스존(Felix Mendelsshon, 1809~47, 이 사람도 라이프치히에서 젊은 생을 마감했다)은 12세 때 왕립도서관에서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연구했고, 기특하게 여긴 그 어머니는 생일선물로 그 필사본을 만들어 주었다. 8년 후인 1829년 3월 11일, 드디어 20세의 멘델스존은 베를린 젤터하우스에서 역사적인 지휘봉을 잡았다. 400명의 합창단과 왕실관현악단, 필하모니협회가 주축이 된 모든 연주자는 이 공연에 무보수로 임했다. 실로 바흐 마태수난곡이 100년 만에 세상 나들이를 하였고, 이 날의 연주로 세상은 완전히 뒤집혔다.
이때를 즈음하여 바흐의 첫 전기가 출판되고, 그의 곡 전집이 나왔으며 바흐협회(Bach Gesellschaft)가 창립됨으로 바흐는 완전히 부활했고 그의 음악에서 배움을 얻은 많은 작곡가들을 통해 <서양음악의 아버지>로 등극했다.

재미난 것은 마태수난곡 전반에 걸쳐 5번이나 반복되는 ‘오 거룩하신 주님’(통일찬송가 145장)이란 코랄합창곡이다. 이 곡은 본래 루터교회 코랄이 세속음악을 차용했던 과정에서 하슬러(Hans Leo Hassler, 1564~1612, 많은 종교곡도 쓴 유명 작곡가이다)의 1600년 경 성악곡인 <내 마음은 사랑스런 아가씨 때문에 괴로워한다>에서 온 멜로디이다.

이 곡이 코랄 <내 마음은 그리움으로 가득찬다>로 바뀌었다가 루터교 코랄로 편입되면서 <오 거룩하신 주님, 그 상하신 머리>로 바뀌게 된다.
이 가사는 클레르보의 수도원장이던 성 베르나르두스(Bernard, 1091~1153, 그는 두 명의 교황을 선출시켜 당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분이며 루터, 칼뱅이 인용할 정도로 신학적 업적도 대단했다)의 것으로 루터교회의 목사이며 유명한 찬송가 작가인 파울 게르하르트(Paul Gerhardt, 1607-76, 통일찬송가 18장)에 의해 1656년 독일어로 번역된 것이다.(1830년에는 미국의 제임스 알렉산더에 의해 영역된다.) 원래 그리스도의 신체 일곱 부분을 노래한 것 중 얼굴 부분을 노래한 일곱 번째 시였다.

평소 루터교 찬송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던 바흐는 이 노래에 두 가지 화성을 붙여 그리스도의 수난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거룩한 노래로 마태수난곡에 사용했다. 역시 통일찬송가 345장 <주 하나님 늘 믿는 자>(21세기 새찬송가에는 빠졌는데, 예장합신 측은 격조 높은 찬송을 뺐다며 새찬송가를 사용치 않는 하나의 명분으로 밝혔다)도 앞의 케이스와 비슷하다.

카를 리히터의 마태수난곡

▲ Karl Richter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소개하려면, 카를 리히터(Karl Richter, 1926~81)라는 독일의 오르가니스트 겸 지휘자를 꼭 소개해야 한다. 그는 바흐와 마찬가지로 대대로 많은 음악가를 배출한 집안 출신으로 작센의 프라우엔에서 태어났다. 열 살에 드레스덴 김나지움에 입학하여 이 학교의 십자가 성가대(앞에 이야기한 쉬츠의 마태수난곡을 녹음한 합창단이다)의 단원이 됨으로 루터교 음악에 대한 전문적 공부를 시작한다. 스무 살 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라이프치히 음악원에 입학하여 바흐처럼 성 토마스교회의 오르간 주자이며 칸토르였던 카를 슈트라우베, 오르간 주자며 합창 지휘자로서 바흐의 권위자였던 마우에르스베르거, 슈트라우베의 후계자로 칸토르가 된 라민 등, 당시 최고의 교회음악가들에게 특히 바흐를 사사했고, 스물세 살 나이로 성 토마스교회의 오르간 주자로 임명된다.

▲ Karl Richter 지휘 바흐 마태수난곡 음반들

분단 후 1951년 서독 뮌헨으로 옮겨 그 곳 음악학교에서 가르치면서 성 마가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 취임했다. 이때부터 그의 오르간 음악은 전 유럽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쳄발로 연주자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바흐 연주를 위해 합창이 필수라는 생각에 ‘뮌헨 바흐 합창단’을 창설하여 지휘를 맡았으며, 또한 오페라극장 관현악단, 뮌헨 필하모니, 바이에른방송 교향악단의 세 오케스트라에서 능력 있는 연주자를 모아 1955년 <뮌헨 바흐 관현악단>을 결성하였다. 바로크 음악을 제대로 구현할 놀라운 팀들이었다.

연주나 녹음 때는 상임단원 외에 각 나라의 뛰어난 연주자를 모아 혹독한 훈련으로 원하는 최고의 수준을 만들었다. 바흐와 헨델 음악의 권위자로서 그는 교회활동도 철저히 했는데 신앙인으로서 바흐의 형이상학적인 뜻에 관심이 커서 남들처럼 전통적인 소년합창단을 쓰지 않고 가사에 담긴 뜻을 이해하여 표현할 수 있는 젊은 여성단원을 썼다.
과로 때문인지 55세에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는 늘 이렇게 말했다.

“바흐 음악에 절대 필요한 순수하고도 수정처럼 청순한 뜻을 이룩하려면 안이한 태도로는 안 됩니다.”

▲ 바흐-마태수난곡 다 음반들

리히터가 지휘한 뮌헨 바흐합창단, 뮌헨 바흐오케스트라의 마태수난곡은 1959년에 녹음되어 Archiv에서 3장짜리로 처음 출반했는데, 그 누구도 카를 리히터의 연주가 바흐 음악의 백미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계속되는 녹음에서 그는 완벽하게 작품을 파악하여 바흐 음악의 정통성을 유지하며 생명감 넘치며 극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음악을 만들어낸다.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등의 독창자들의 역량도 대단하고 음반 전체의 느껴지는 힘은 큰 감격을 동반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합창감독을 직전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친형인 게오르그 라칭거가 하여 한참 화제였다. 2004년에 디지털로 리마스터링한 판도 나왔고 보지는 못했으나 DVD로 영상과 함께 듣는 판도 나왔다.(20,000원~70,000원)

리히터 다음 그룹으로 꼽을 수 있는 유명한 음반들을 소개한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출생 암스테르담 콘세르토헤보 관현악단의 지휘자로 있으면서 이를 세계 일류로 길러냈고, 런던교향악단, 로열필하모니, 뉴욕필하모닉의 정지휘자 등을 역임했으나 나치스에 협력한 죄로 1947년에 추방된 Willem Mengelberg가 매년 부활절 전 주일에 암스테르담에서 시도한 음악회 실황 중 1939년 녹음판으로 저작권이 풀려 여러 음반사에서 냈다.(30,000원 정도)

독일의 Rudolf Mauersberger 지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관현악단과 성 토마스 합창단이 연주하여 Berlin Classics에서 낸 3장짜리 1975년 판은 리히터의 스승 마우에르스베르거의 81세 때 연주로서 그의 평생의 역작으로 유명하다.(45,000원 정도)

프랑스 하모니아문디에서 내어 리히터와 다른 팬들을 확보한 벨기에 지휘자 Philippe Herreweghe, La Chapelle Royale, Collegium Vocale이 바흐가 성 토마스교회에서 한 것처럼 양쪽으로 연주단을 나누어 2중 합창, 오케스트라, 바로크 악기로 1985년 녹음하여 2장으로 출반했다.(30,000원 정도)

John Eliot Gardiner 지휘, 잉글리쉬 바로크 솔로이스트, 몬테베르디 합창단의 2003년 음반(Archiv)은 영국적 바흐의 완성본이라 할 수 있는데 10장의 판에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b단조 미사, 요한수난곡이 같이 담겨져 있다.(75,000원 정도)

그 외에 1962년 녹음된 Otto Klemperer 지휘, Philharmonia Chorus & Orchestra 연주의 EMI 판, 카라얀이 1973년 베를린 필하모니와 녹음하여 DG에서 낸 판, Helmuth Rilling 지휘, Bach-Collegium Stuttgart, Gachinger Kantorei Stuttgart 연주의 1978년 CBS 판과, 핸슬러 레이블이 바흐 에디션으로 1994년 녹음한 판, Gustav Leonhardt 지휘로 La Petite가 연주한 1990년 녹음의 RCA 판, 독일 Hermann Max 지휘, Rheinische Kantorei, Das Kleine Konzert의 1996년 판, 네덜란드 Frans Bruggen 지휘, 18세기 오케스트라, 네덜란드 챔버 합창단이 1998년 녹음한 DG사의 판과 같은 나라 Ton Koopman 지휘,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네덜란드 바흐합창단이 낸 Erato사의 판, 일본의 masaaki Suzuki 지휘, Bach Colegium Japan의 1999년 판, 오스트리아의 Nikolaus Harnoncourt 지휘, Concentus Musicus Wien, ArnoldSchoenbergChor, WienerSangerknaben의 2001년 판, 영국 Brilliant사의 Stephen Cleobury 지휘, Brandenburg Consort, The King's College, Cambridge 연주의 2003년 판 등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 마태수난곡 연주

필자소개     ▲ 주대범 장로 1955년 서울에서 출생, 교육에 종사한다. 대학에서 문학을, 개인적으론 작곡을 공부했다. 고등학교 국어교사를 10년 한 후, 출판사를 운영 했었다. 교회합창곡도 작곡하고, 글도 쓰면서 누가 부탁하면 목수 일도 하고, 시각디자인도 한다. 중앙루터교회 성가대 생활을 40년째 하고 있다.

주대범 장로 (중앙루터교회 성가대 지휘자)  bawee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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