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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의 집언봉사執言奉辭 9>『논어8권』태백편
이은선(세종대교수) | 승인 2015.04.07 12:17

<명구>
 泰伯篇 10 : 子曰 好勇疾貧 亂也 人而不仁 疾之已甚 亂也.
(태백편 10 : 자왈 호용질빈 난야 인이불인 질지이심 난야)

<해석>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용감한 것을 좋아하되 가난을 싫어하면 난을 일으키게 되고, 남이 인간답지 못한 것을 너무 미워해도 난을 일으키게 된다.

<성찰>
『논어8권』인 태백편을 읽으면서는 공자가 사셨던 춘추전국 시대의 요동치는 정치 상황과 그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잘 그려볼 수 있다. 공자는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삶과 정치의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고투하셨고, 전해져 오는 옛 글과 역사를 탐구하면서 거기서 새로운 인간 삶의 모형을 찾는 일도 그 중의 하나였다. 예수가 하나님 나라 선포의 일을 여러 형태로 행하시면서 유대의 경들을 읽으며 기도하시고 성찰하신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편의 이름이 된 ‘태백’은 B.C.12-11세기경 은(殷)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로 통일을 이룬 문왕(文王)의 큰아버지라고 한다. 당시 왕권은 장자상속이었는데, 태왕의 큰 아들이던 태백은 자신들 세 형제 중 셋째인 계략의 아들(문왕)이 매우 뛰어난 것을 보고 그가 왕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자신의 동생도 설득하여서 셋째에게 왕권이 가도록 했다. 결국 거기서 문왕와 무왕이 나와서 주(周)나라로 통일을 이루게 한 공덕자가 된 것이다. 그렇게 세 번씩이나 자신을 버리면서 천하를 물려받기를 사양했지만 그 공덕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백성들이 그 덕을 칭송할 길 없다고 공자께서 애석해하신 이야기가 이 편의 첫 이야기이다(泰伯其可謂至德也已矣. 三以天下讓 民無得而稱焉.).

지난 주말의 한겨레 신문에 “아침이슬, 그 사람-이진순이 만나 학전 대표 김민기”의 인터뷰 기사가 길게 실렸다. “1970-80년대 청년 문화의 원형을 만든 인물이자 노래와 연극, 문학을 아우르며 한국 문화의 새 지평을 연 르네상스적 인간”이라는 소개가 있었다. 이 인터뷰를 담당한 이진순씨는 그가 ‘아침이슬’이 담긴 데뷔앨범을 낸 게 만 스무 살 때였고, 지금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까지 그 험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왔으면서도 “어떻게 이 남자는 괴물과 싸우면서도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고 있다.

거기에 대한 대답으로 볼 수 있을까? 김민기씨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 그는 보안사 취조실에 끌려가서 죽도록 맞고서 의식이 희미해지면서도 드는 생각은 오히려 그 때리는 사람들에게 한없이 미안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나 때문에 죄를 짓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으며, 그는 “나중에 운동권 애들한테도 그랬어. ‘너무 미워하지 마라. 미워하게 되면 걔 닮아간다.’ 나중에 보니까 박정희 무지하게 미워하던 놈들이 박정희 비슷하게 되더라고. 내 참, 별 얘기까지 다하네.” 라고 말한다.

오늘 우리가 선택한 태백편 10절도 유사한 말씀을 한다. “옆의 사람이 仁하지 않은 것을 지나치게 미워해도 그런 사람이 나중에 스스로 난을 일으키게 된다”고. 여기서 ‘난’(亂)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그 뜻은 차마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는 것, 폭력이나 이기적인 모반, 배신 등을 통해서 주변의 사람들을 상하게 하고, 죽게 하고, 혼란과 비참에 빠지도록 하는 일 등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겪은 악과 불의를 미워하고 더불어 싸우데, 스스로의 인간성을 잃지 않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오늘 세월호 참사를 당한 한국 사회에도 다시 던져지는 질문인데, 공자의 仁의 정치는 그런 가운데서도  인간다움의 방식이 무엇인가를 찾고자 하는 고투였다고 생각한다.

   
 

공자는 이 일에 있어서 또한 과감히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가 매우 중요하지만 그런 사람이 만약 “가난을 싫어하면” 그도 역시 나중에 난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여기서 다시 김민기씨가 오랜 기간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서 형제 이상으로 함께 했던 시인 김지하씨에 대해서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를 한 선배의 소개로 만났는데 당시 시인은 <오적>을 쓰고 도피하면서 수배생활 중이었지만 “굉장히 럭셔리한 바바리 코트을 입고 있”어서 “만나는 순간 느낌이 별로였다”고 회상한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많이 회자되는 시인 김지하의 “변절”의 단초가 바로 공자가 이미 이천 오백 년 전에 지적하신 대로 물질과 관련된 인간적 약함과 관계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공자는 12절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삼 년을 배우고도 녹(俸祿)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쉽게 얻지 못하겠다”(三年學 不志於穀 不易得也). 이 말씀은 그때나 지금이나 배움의 목적과 성과가 쉽게 부나 지위 등의 물질적 보상과 관계되는 것을 말한다. 당시 3년이라는 기간이 오늘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가 되는지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이렇게 배움과 공부가  인간성의 배양과 관련되기 보다는 물질적인 보상이나 지위와 연결될 때 공동체의 타락이 심해짐을 지적한 것이다. 오늘 한국 사회에서의 교육, 특히 고등교육의 타락은 극심하여 공자께서 한탄하신 이 이야기가 그대로 적용된다.

김민기씨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명(命)은 “돈 안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누누이 말했다고 한다. 그가 ‘학전’(學田)이라는 소극장을 1991년부터 운영해 오면서 10년 전부터는, 그동안 돈이 되어 왔던 <지하철1호선> 대신에 청소년, 아동극으로 바꾸어 이끌고 있는 것도 “내 말은 세상에 돈 되는 일만 다가 아니다 이거지. ... 돈 안 돼도 사람이 해야 되는 일은 해야 된다. 내가 아동극을 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라고 밝혔다. 지금은 빚이 얼마가 되는지도 모를 정도이지만, 그래도 “내 목표는 더 이상 빚낼 수 없어서 문 닫을 때까지 그 짓을 하는 거다”라고 말한다.

공자는 중국 고대 하나라의 창시자 우(禹) 임금을 칭송하시면서 그는 스스로는 보잘 것 없는 음식과 허름한 옷, 허술한 궁실에서 살았지만 백성들의 농사를 위한 봇도랑을 파는 일에는 최선을 다했으므로 흠잡을 데가 없다고 하였다. 여기에 반해 오늘 한국의 정치는 가장 기초적으로 아이들에게 밥 먹이는 일로 온통 소란한데, 공자가 이 상황을 보았다면 지금의 시대는 난세 중에서도 난세라고 지적하셨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난세를 당하여 점점 더 과격해지고 거칠어지는 우리의 성정에 고삐를 맬 수 있을까? 공자는 지도자의 가족적 삶이 신실하면 민중들의 인간성이 고양되고, 오랜 것을 귀히 여기고 함부로 버리지 않으면 사람들이 각박해지지 않는다고 했다(君子 篤於親則民興於仁 故舊不遺則 民不偸). 또한 “詩에서 (바른 정서를) 일으키고, 禮에서 서며, 樂에서 이루는”(興於詩 立於禮 成於樂) 방도를 이야기하셨다. 우리 시대의 김민기씨가 오랜 동안 괴물과 싸워왔으면서 괴물이 되지 않은 근거가 그런 가운데서도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며, 10남매의 막내로 독실한 관계 안에서 살아왔기 때문인가? 공자는 그 난세 중에서도 이렇게 시와 예와 악을 함께 말씀하셨고, 그것이 인간다운 길이라고 지적하셨다.

그 문하의 증자(曾子)는 ‘우리 인생의 임무는 仁을 이루는 일’이고, 그 일은 죽은 뒤에라야 그만두는 것이므로 가는 길이 무겁고 멀기 때문에 우리의 ‘도량을 넓게 하고 의지를 굳게 해야 한다’(弘毅)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도량이 넓고 의지가 굳은 사람이 되어서 우선 공자의 사랑하는 제자 안회가 그랬다는 것처럼 “남이 나에게 해를 끼쳐도 (일일이) 따지지 않는 사람”(犯而不校)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은선(세종대교수)  leeus@sej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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