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부유한 아랍 어떤 왕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왕자인 그 왕의 아들이 독일에 유학을 갔다. 어느 날 아버지인 왕에게 편지를 보냈다. 내용은 “다른 학생들은 모두 버스나 기차로 통학을 하는데 혼자만 금으로 장식한 한 메르세데스 벤츠로 통학을 하니 친구들 보기에 민망합니다. 저도 기차를 타고 통학을 하고 싶으니 허락해 주십시오.” 바로 답장이 왔다. 내용은 “알았다. 기차로 학교에 다녀도 좋다. 그런데 기차 한 대 값은 얼마냐?” 우리나라에서 재력가인 부모를 가진 학생이 이런 경우를 당한다면 그 학생은 자신의 부모님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경남지사는 어느 일간지 인터뷰에서 무상급식 중단을 반대하는 사람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그게 교육감답지 않은 반론인 게 참 안타까운 게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건 지방 행정입니다. 학생들한테 돈 지원하는 게 아니고 서민층 가계에 지원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청하고 상관이 없어요. 그리고 교육청이 하는 사업과 중복되는 것도 없어요. 이미 교육부하고 지난 한 달간 협의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사회보장심의위원회도 다 통과가 됐어요.”

내용인즉 교육과 행정, 그 둘이 서로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나라 돈이 들어가면 그 어떤 활동이든 행정행위로 변하게 된다는 말이다. 무상급식은 정치나 행정, 경제행위가 아니다. 그 자체가 진정한 교육적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미래세대에게 나눔의 삶을 가르치는 교육이고, 빈부격차를 떠나 모든 학생들의 인격적 존엄성을 존중한다는 윤리와 도덕적 가르침을 베푸는 참 교육이다.

우리말 『위키백과』의 설명이다. “무상급식(無償給食)은 세금을 재원으로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급식을 말한다. 취학필수비무상설에 따라 의무교육을 받는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예산 등의 이유로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제한적 무상 급식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산다는 네덜란드와 캐나다를 제외하고 전 세계 나라 65%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니, 특수한 정치이념을 세계 각국이 인정하여 무상급식을 하게 된 것이 아니라, 무상급식 그 자체가 미래세대에게 서로 마음을 합쳐 더 나은 사회를 만들라는 희망을 제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논리를 보고 “사람은 빵만 먹고 살 수 없다.”라는 말과 함께 칼 라너의 “인간은 스스로 반성을 할 수 있는 정의할 수 없는 존재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사람이나,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사람들이니 의견이 다름을 보고 어떤 사람인지 판단할 수 없지만, “반성 능력이 있는 존재”라 것과 “밥으로만 살지 않는 존재”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사람의 문제인 무상급식이란 주제는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것으로, 경제권을 가졌다고 해서 어른들만이 독점적으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예수께서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하늘나라는 이런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마태 19: 13-15 공동번역) 하셨다. 그분은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이라 표현하시어 어린이들도 막으려 들었던 제자들과 똑 같은 인격적 존재이며, 반성과 판단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대하셨지, 옳고 그름을 판단을 못하여 남의 말을 무조건 따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대하신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당연히 그 어린이들도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지, 같이 뛰어놀자고 몰려들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는 14-15세에 성인예식(成人禮式)을 했다. 지금 우리나라 학생들도 어른들만큼 알고 더 잘 한다.

당사자인 학생들도 이미 반성과 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반드시 그들의 의견을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당사자인 학생들도 우리 국민이고 학교에 다닐 나이라면 옛말로 철이든 나이인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친구가 무상급식 대상인지 아닌지 알면서 급식을 받는 것을 좋아할까 아니며 그런데 신경을 쓰지 않고 모든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학교에 같이 다니는 것을 좋아할까? 모두가 두 번째 경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첫째로 “예산 등의 이유로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제한적 무상 급식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는 말을 앞세워 무상급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무상급식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거나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인가? 반문할 수 있을 것이고, 여당과 중앙정부 고위층 뿐 아니라 국민들 중에도 이런 비관적인 전망에 동의할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물론 경남지사는 경상남도는 다른 데와 달리 경제가 어렵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 그렇다면 저소득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니 오히려 무상급식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둘째, 만약 무상급식을 중단함으로써 남는 예산을 더 나은 교육환경 조성에 사용하겠다고 변호한다면 어떤 질문이 나올까? 무상급식의 본질이 단순한 물질적인 성격의 것인가 아니면 학생들의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관련된 것인가 하는 질문이 나올 것이다. 중단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물질의 문제로,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신의 문제로 보는 것이니, 마치 유물론자와 유신론자 사이에 논쟁하는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 어떤 공감대 형성도 불가능할 것이다. 무상급식 예산을 달리 사용해서 그만한 교육적 효과를 낼 수 없겠지만, 사람은 “빵만으로 산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아니다”라는 말 외에 달리 설득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셋째, 무상급식을 받는 학생 중에 그 부모가 부자들도 있기 때문에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극빈층에 속하는 부모를 둔 학생이든, 부유한 부모를 둔 학생이든, 학생은 그 부모와는 다른 인격체로 보에티우스의 말대로 “인격은 이성적 본성의 개별적 통합체”로 그 부모와 동일체가 아니므로, 교육에 있어 차별도 역차별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무상급식 중단은 가난한 부모를 둔 학생은 부모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벌을 받아야 하고, 부자인 부모를 둔 학생은 부모가 부자라는 이유로 벌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된다. 급식을 받는 학생 자기 탓이 아닌데도 이렇게 둘 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무지한 아랍의 그 왕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해야 할 것은 무상급식은 정치나 행정, 경제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 아니고, 순순한 교육행정에 속하는 것도 아니다. 꼭 범주를 정하자면 인권이나 인간학 또는 사회윤리에 속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라 예산이란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무상급식에 예산의 배정과 집행이라는 행정절차가 있다고 해서 행정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사고는 정부지원을 받는 모든 문화-예술적 창작 활동도 행정에 속한다는 궤변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나라 예산과 법률을 내세워 국민들의 모든 활동을 행정에다 귀속시킬 수 없다. 극우를 대표하는 히틀러는 “한 국가, 한 민족, 한 종교”를 내세웠고, 극좌를 스탈린은 무신론을 전파하는데 전력을 쏟았지만, 같은 지점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전면적인 무상급식이 시행되기 전에 자녀교육을 한 사람들이라면 자녀들로부터 당시 생계가 어려운 동급생들을 대하기가 미안하다, 차별 당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상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즘 학생들이라고 해서 그런 마음이 없어질 리는 없다. 우리 사회 일부 정치인들은 진보니 보수니 하면서 편 가르기를 좋아하여, 상대방의 정책안에 대해서 대화를 통해 대안을 발전시키려 하기 보다는 일단 반대하거나 또는 약점을 밝혀 아예 공적의제에서 제외하려는 속 좁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무상급식제도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찬반 토론의 기초는 교육효과 내지 기회균등의 문제이지 돈 문제는 2차적인 것이다. 사실 이것은 보수의 진정한 가치였지만 보편적인 가치가 된지 오래다. 진보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먼저 내 놓은 착상이라 해서 그 가치가 변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무상급식이 “자치단체 단위로 한국에 최초 시행된 해는 2007년으로 경상남도 거창군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군수는 강석진 군수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이었다.”(위 백과 인용) 이 정책을 학생들이 평등한 위치에서 학업을 수행하고 마칠 때 동일한 출발선에 같이 서도록 하는 “기회균등의 원리”에도 부합하는 정책이다. 무상급식이 보수와 진보란 이념의 산물이 아니라 보편적인 가치라는 것은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세계 각국의 65%가 진보나 급진 또는 보수주의자 어느 한 편이 정권을 잡고 있는 나라들이 아니란 사실로도 알 수 있다.

무상급식에 대한 논의는 경제적인 범주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교육, 즉 양성(formation)의 문제이고 윤리의 문제이며, 굳이 경제적 차원을 찾는다면 문화예술 지원 예산의 배정과 집행과 마찬가지로 예산절차에 관한 것이다. 행정절차가 있다고 해서 모든 일이 행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 학생을 대할 때도 “인간은 스스로 반성을 할 수 있는 정의할 수 없는 존재”로 육체만 지닌 동물과는 달리 정신적이고 영적인 존재라는 것도 인정해야 할 것이고, 학생들의 인간적인 존엄성과 그에 따른 인권을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무상급식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올바른 반성과 판단의 기준이고 원리다.

만에 하나라도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라, 가난한 사람에 대해 미안한 마음에서 반대한다면, 자신의 자녀들과 다른 집 자녀들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 아니라, 학교나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방정부 또는 교육청에 특별 기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익명으로든 이름을 기록하게 하든 어느 누가 말릴 수 있을 것인가? 경제력이 있는 다른 학부모들도 그 모범으로 따르려 할 것이고, 자신의 자녀들뿐 아니라 생계 때문에 무상급식을 받고 있는 자녀들의 친구들과 그 부모님들도 존경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만약 친구들과 사이좋게 공부하고 싶다는 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행동한 아랍의 그 무지한 왕처럼 돈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냉혹하게 될까? 서양 말에 “노블리주 오블리제”말이 있다.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얻고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 즉, 중류층에 들어간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자부심을 나타낸 말일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에 관심을 둔 사람들 모두가 그러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무상급식이라는 귀중한 교육적 가치를 이 땅에서 없애려는 사람들은 가정에서 자녀들 어떻게 설득시키고 있을까? 우선 가정에서 자녀들과 대화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필자 소개> 박상조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 공부하고,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정책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프리카개발은행그룹 대리이사(ED),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천주교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금융위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사)기업책임시민센터 이사장(2010-2014.3)을 역임하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이사로 있다. 저서로는 "인간중심발전론적 시각으로 본 대기업정책의 평가"(한국학술정보/2007), "기업의 사회적 책임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사람인가 돈인가" (이담북스/2011), "경제시평 -무너지는 바벨탑 수리하기"(이담북스, 2014)가 있다. 2011.11-2015.3까지 내일신문 에 경제시평을 기고하였다.

박상조  pxzsim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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