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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 없는 떡을 먹기 (무교절 無酵節)<정현진의 출애굽기와 노닐기 ⑮-1> 출애굽기 12장
정현진(수도교회 담임목사, 한신대 대학원 외래교수) | 승인 2015.04.14 11:13

이번 <정현진 목사의 출애굽기와 노닐기> 열다섯번째 순서는 분량상 두차례에 나눠서 싣습니다. - 편집자 주

무교절은 누룩을 넣지 않고 (발효시키지 않고) 만든 떡(빵)을 먹는 절기이다. 내용으로 보면, 이것은 출 12:1-14에 이어지는 여호와의 말씀이다. 유월절과 무교절은 다 출애굽, 곧 하나의 구원사건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졌다. (김이곤, 출애굽기의 신학, 125쪽):

   
▲ 무교병

너희는 무교절을 지키라 이 날에 내가 너희 군대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었음이니라 ... (출 12:17; 12:51 참조)

이는 여호와께서 강하신 손으로 너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셨음이니 (출 13:9; 13:16 참조)

이 절기들은 여호와를 아는 것과 출애굽을 선물로 주신 여호와의 표적을 기억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정되었다. 이에 따라 성경에는 유월절을 기념하라(출 12;14, 17, 24, 42)는 명령과 그것을 후손에게 가르치라 (출 12:26-27; 13:8-10, 14-16)는 말씀이 거듭 주어졌다. 출 12:15-20은 무교절을 지키라 (17절)는 말씀을 중심으로 전후반복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구절에는 ‘지키다’는 말(샤마르)이 두 차례 되풀이 쓰였다:

너희는 이레 동안 무교병을 먹을지니(15a)
    그 첫날에 누룩을 너희 집에서 제하라(15b)
        무릇 ... 유교병을 먹는 자는 이스라엘에서 끊어지리라(15c)
            너희에게 첫날 ... 일곱째 날 .. 이 두 날에 아무 것도 하지 말고...(16)
                너희는 무교절을 지키라 ... 너희가 대대로 지킬지니라(17절)
             첫째 달 열나흗날 저녁부터 ... 이십일일 저녁까지... 무교병을 (18)
        이레 동안은 누룩이 너희 집에서 발견되지 않게 하라 (19a)
    무릇 유교병을 먹는 자는 ... 이스라엘 회중에서 끊어지리니 (19b)
너희는 ... 먹지 말고, 너희 모든 유하는 곳에서 무교병을 먹을지니라 (20)

개역개정은 15절에서 ‘반드시, 틀림없이, 확실히’ (아크 %a;) 란 부사를 빼놓았다. (표준새번역과 공개: 말끔히) 이를 직역하자면, “.. 그 첫날에 너희는 너희 집에서 아예(반드시) 너희 집에서 누룩을 없애라.” 그리하여 누룩이 들지 않은 음식(無酵餅 = 무효병)을 먹으라는 것이다.1) 이것은 의무사항이지 선택사항이 아니다. 무교절과 관련된 무교병을 언급한 곳은 12장 8, 12, 18, 39절과 신 16:3, 8 등 여러 군데이다:

유교병을 그것과 함께 먹지 말고 이레 동안은 무교병 곧 고난의 떡을 그것과 함께 먹으라 이는 네가 애굽 땅에서 급히 나왔음이니 이같이 행하여 네 평생에 항상 네가 애굽 땅에서 나온 날을 기억할 것이니라 (신 16:3)

너는 엿새 동안은 무교병을 먹고 일곱째 날에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성회로 모이고 일하지 말지니라 (신 6:8)

누룩없는 빵은 이스라엘 자손에게 낯설지 않다. 아브라함의 조카 롯은 소돔과 고모라에 찾아온 낯선 손님들(하나님의 천사들)을 맞아들여, 급히 빵을 만들었다. 그것은 누룩으로 반죽이 부풀어 오르지 않은 채 구은 것이었다. (창 19:3) 기드온이 여호와의 천사에게 내놓은 빵(삿 6:19-22), 엔도르의 무당이 변장을 하고 찾아온 사울 임금에게 내놓은 빵(삼상 28:24) 등이 다 그런 것이었다. 이런 곳에서 보면, 누룩없는 빵은 숙성시킬 시간이 없을 때 급히 구워내는 것이었다. 다른 한편 이것은 여호와께 봉헌하는 예배에도 쓰였다. (출 29:2, 23; 레 2:5, 7, 12; 8:2, 26)

누룩은 보통 밀로 만들지만, 때로는 보리, 옥수수, 콩 등의 곡물 또는 밀기울, 쌀겨 등을 물에 불린 다음에 쪄서 누룩곰팡이를 번식시킨 발효덩어리이다. 누룩 그 자체를 먹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그 안에 들어있는 여러 성분(효소)의 작용을 이용하여 술, 엿, 간장, 된장, 떡 등 여러 가지 식료품을 만들 수 있다. 유대인은 효소의 이 분해 및 발효작용을 물질이 썩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누룩은 부패하고 더러운 것을 상징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거룩한 친밀도를 드높이는 통로인 제물에 누룩을 넣지 않았던 것이다:

너는 네 제물의 피를 유교병과 함께 드리지 말며 내 절기 제물의 기름을 아침까지 남겨두지 말지니라 (출 23:18; 참조 레 2:11; 6:9-10)

다만 레위인에게 돌아가는 일부 제물(떡)에는 누룩을 넣는 것도 허용하였다. (레 6:9-10; 23:17-20)

이 무교절(무교병)에 담긴 뜻을 설명하는 학설이 여러 가지가 있으나, 크게 세 가지만 언급하겠다. (http://en.wikipedia.org/wiki/Matzo)

① 역사적 의미: 이는 역사적 사건에 기초한 기념일이다. 유월절은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자손이 하나님 은총으로 해방된 일을 대대로 기리는 것이다. 그날 파라오의 마음이 또 변덕을 부리기 전에 서둘러 나와야만 하였기에, 그들은 누룩이 효력을 발휘하기까지 기다렸다가 빵을 찔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비상식량을 준비해야 하였기 때문에. (출 12:39) 무교병은 이런 역사적 사실 아래 유래된 것이다.

② 상징적 의미: 무교병은 한편으로 구속과 해방을, 다른 한편으로 가난한 자의 식량(lechem oni) 상징하는 음식이었다. 이는 비천했던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요, 노예생활이 얼마나 비참한 지를 잊지 않게 만드는 도구였다. 신명기는 이것을 가리켜 고난의 떡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16:3) 더 나아가 발효(부풀어 오름)는 타락과 남 앞에서 우쭐대는 교만을 상징하였다. 그러므로 누룩이 들지 않은 빵을 먹는 것은 인간성에 대한 교훈인 동시에 자유하게 하시는 하나님 은총에 자신이 포함된 것을 감사하는 의미가 동시에 있다.

③ 유월절과 관련된 의미:
무교절은 유월절을 대신하였거나, 무교병은 성전파괴 이전에 유월절에 바치는 전통적인 예물이었다. 이스라엘 민족은 세데르 의식에서 무교병을 세 번 먹었다. 이 때 먹는 무교병은 평소보다 배부르게 먹었던 유월절 예물을 회상하는 것이었다. 무교병을 먹을 때,  마지막 조각을 가리켜 애피코만(afikoman)이라 하는데 (אפיקומן = evpikomoj), 바빌론 탈무드는 이것이 그리스어에서 유래하여, 식사의 마지막 순서인 후식(dessert)에 해당한다고 보는가 하면, 예루살렘 탈무드는 이것이 에피코미온(epikomion)에서 유래하여, 식사가 다 끝난 후 간식에 해당된다고 보았다. 어떤 유대인 가정은 이 무교병 조각을 감추어 놓고, 자녀들이 그것을 찾아오면 그에 대해 상을 주었다. 또 다른 가정은 아이들이 그것을 훔치게 만든다. 이것은 장차 있을 구원을 상징하는 것으로 사용되었다.

유월절에 하는 이 세데르 행사를 구원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전수되었다. 이때에 엘리야를 위해 문을 열어 놓았으며, ‘내년에는 예루살렘에서’ 라 말하며 문을 닫았다. 무교병은 이 행사에서 가장 오래된 상징물이었다.

   
▲ 유월절과 무교절의 세데르 식탁

16절을 직역하면, “그리고 첫째 날에도 거룩한 모임이 있을 것이요, 일곱 번째 날에도 너희에게 거룩한 모임(미크라 코데쉬 = 성회)이 있을 것이다.” 로 된다. 모임이란 말(미크라)은 부르다(카라 ← arq)의 명사형이다. 안식일 또는 매월 첫날 예배로 모이는 것이나 중요한 범국민적인 종교행사(회개운동, 언약체결 및 재확인)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기에 이것은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거룩한 모임인 것이다. 이런 날에는 일체의 노동이 금지되었다. 지난  날 역사를 회상하며 하나님의 은총을 기리는 행사를 그 어떤 이유로도 소홀히 해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은혜 받은 날에는 은혜 받은 자(또는 은혜 받을 자)답게 처신하라는 말이다. 본문은 이런 날에 노동을 하는 자는 어느 누구든 이스라엘 회중에서 끊어져야 한다(= 제명? 사형?) 는 것을 두 차례나 강조하였다. (15, 19절)


17절 “무교절을 지키라”는 말이 말씀이 이 단락의 핵심이다. 14절에는 지키라는 말이 카가그로 여기서는 샤마르가 쓰였다. 이는 무교절 행사가 일회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이 자손대대로 보전하며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이 말씀은 이 단락의 핵심이자 주제이다. 이 말씀 앞뒤로 이 절기와 관련된 사항이 구체적으로 반복되는 것만 보아도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다. 무교절이란 말은 발효되지 않은 떡(빵)이란 말(맛차 hC'm;)의 복수형 마촛트을 번역한 것이다. 이 절기를 지키는 이유를 여호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바로 이 날의 뼈에(뻬에쳄 하이욤 핫제 = 바로 그 날에, 창 7:13; 17:23, 26 참) 내가 너희 군대를 이집트 땅에서 인도하여 내었기(호체티 ← acy) 때문이다.” 여기에 이스라엘 자손을 가리켜 군대(체바오트)라 부른 것이 특이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스라엘 자손을 가리켜, 히브리인, 회중 등으로 부르는 것을 보아왔다. 여기서 새로운 용어(체바오트)가 등장한 것이다.

이 무교절은 해마다 되풀이 되어야만 하는 연례행사였다. 14절 유월절에 관한 말씀에서 ‘이 날을 기념하여’ 라고 한 것이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기념9기억)은 단순한 사고작용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것은 재생, 재활용을 뜻한다. 곧 하나님께서 주신 구속과 구원의 은총을 개인과 공동체는 해마다 곱씹으며, 자기 자신의 생활에 적용시키라는 것이다. (Childs, Memory and Tradition in Israel)

15절에 이어 18절은 무교절 기간이 꽉 찬 7일인 것을 보여준다. (아빕월 = 니산월 십사 일 저녁부터 이십일 일 저녁까지) 이렇게 하는 이유는 구원받은 지난날의 은총을 기억하는 한편 그 감격을 오늘날 되살림으로써 구원받은 자(은혜를 입은 자)답게 살자는 데 있다. 성경에서 누룩은 긍정적으로 쓰일 때도 있고, 부정적으로 쓰일 때도 있다. 특히 누룩의 특성은 아주 빠르게 발효되는 데 있다. 이에 착상하여 누룩은 종종 죄(죄성)이 빠르게 퍼지는 것과 그로부터 생겨나는 부패를 상징하였다. (마 16:6. 12; 고전 5:8 참조)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의 누룩 (마 16:6, 11) 및 바리새인의 누룩과 헤롯의 누룩이란 말도 부정적으로 쓰인 예이다. (막 8:15) 누가복음은 겉치레로 하는 행위를 누룩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눅 12:1) 긍정적으로 쓰인 경우는 예수님이 하나님 나라를 비유할 때 드신 밀가루 세말 속에 넣은 누룩이야기이다. (마 13:33; 눅 13:20-21)

19절 내용은 15절의 그것과 비슷하다. 여기에는 유교병이란 말(마크메체트)이 15절의 유교병(카메츠)과 다른 용어로 쓰였으며 (누룩이) 발견되지 않게 하라(로 임마체 ← acm = 눈에 띄지 않게 하라)는 표현이 15절의 ‘없애라’는 말 대신에 쓰였다. 마크메체트란 단순히 누룩이 든 음식이라기보다는 누룩으로 부풀어진 음식이란 점에서 카메츠와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방인(께르 rGE)과 본토민(에즈라흐 xr'z>a,)이란 표현이 쓰여 15절보다 사람의 범위를 더 구체적으로 나타내었다. (최승정, 303쪽) 이 절기가 거행될 곳은 ‘너희 유하는 모든 곳’이다. (20절) 이로써 무교절에 관련된 시간과 사람 및 공간의 범위가 확정되었다.

무교절의 내용은 출애굽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상기하는 누룩과 이집트 종살이의 고되고 힘든 시절을 회상하는 쓴 나물이다. 이는 해방과 구원을 기념하는 유월절과 한 짝을 이루며 이스라엘 자손에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였던 것이다.

1) 한자 '酵'의 발음이 요즈음에는 '효' 인데, 우리 말 성경이 개역개정으로 되기 이전의 한글판 개역성서가 편찬될 당시에는 흔히 '교'라고 읽혀졌다. 이래서 "무효병"이 아닌 "무교병"이라 한 것이다. 이를테면 '발견'의 '견' (现 = 見)과 '알현'의 '현'과 같이 동일한 한자가 자음 'ㄱ'과 'ㅎ'으로 발음되기도 하는 것이다. 
참조:  http://ko.wikipedia.org/wiki/%EB%AC%B4%EA%B5%90%EB%B3%91

정현진(수도교회 담임목사, 한신대 대학원 외래교수)  psalm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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