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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년, 사회적 책임에 대한 종교의 응답"자성과 쇄신", "메시아 관념 회복", "윤리의 연결점"
고수봉 기자 | 승인 2015.04.16 17:05

세월호 참사를 두고 한국사회의 총체적 모순이 만들어낸 사건으로 규정한다. 그렇다면 이 속에서 한국사회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참사 1년이 지난 지금, 카톨릭와 개신교, 불교 등 한국사회 3대 종교가 이 물음에 답하고자 공동세미나를 진행했다.

   
▲ 15일 오후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과 2층 국제회의장에서 종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세미나가 진행됐다. ⓒ에큐메니안
대한불교조계종(이하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 우리신학연구소(카톨릭),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세미나는 15일(수) 오후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과 2층 국제회의장에서 ‘종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본부장 도법 스님은 “세월호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유족들이 거리에 나와 호소하는 장면이었고, 진실과 올바른 사회에 대한 논의보다 편 갈라 싸우는 모습이었다”며, “각자 문제를 풀기보다는 함께 모여서 새로운 활로와 희망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를 전했다.

토론에 들어간 발표자들은 대부분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종교에 대한 반성과 성찰,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종교 안에서 쇄신을 말할 수 있는가?

   
▲ 경동현 소장. ⓒ에큐메니안
첫 발제자로 나선 카톨릭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 소장은 지난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족에 대한 행보를 언급하면서 “교황이 던진 메시지와 행보가 한국카톨릭교회의 현실과 불일치하며,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과 실천이 내부로부터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신도, 사제, 수도자 여부를 막론하고 거침없이 자기 종교의 쇄신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강한 그룹의 존재 여부가 종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5월 세월호로 수세에 몰린 박근혜 정부가 종교지도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것에 대해 “선거부정과 세월호 참사로 인한 박근혜 정권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초청을 거부하는 것이 종교의 예언자적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이 시대의 징표는 무엇인가?’라고 물으면서, 민주주의의 위기와 강화된 소비주의 문제를 지목했다. 그는 “종교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경이로운 적응력을 통해 그 생존력과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를 우리 사회 총체적인 문제의 집약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물신화, 종교화된 사회현실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신의 자리를 꿰차고 ‘돈’ 종교가 된 세상, 그런 세상과 타협한 사회 성원이 만들어낸 필연적 비극의 신호탄이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것”이란 평가이며, 이에 대해 종교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이 깊이 물들어 있는 사회와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종교에 대한 대안으로 각기 종교 안에 쇄신을 말할 수 있는 건강한 그룹들의 활동이 보장을 제안했다.

   
▲ 김희헌 교수. ⓒ에큐메니안
왜곡된 메시야, 한국교회의 두 메시아

개신교 발제자로 나선 김희헌 교수(성공회대 연구교수, 낙산교회)는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는 개신교의 두 가지 흐름을 ‘메시아의 두 계보’로 비유한 신학적 글을 발표했다.

그는 세월호 1년 동안 ‘밝혀낸 것’보다 ‘배운 것’이 있는데, “기득권 세력은 필사적으로 진실을 감추려고 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드러냈는데, 그것은 진실을 감추는 것이 그들의 본질이라는 사실”이라고 지적하며, “이들은 삶을 왜곡된 방식으로 그려내면서 사람들을 불안과 공포에 빠뜨리며 진리와 생명을 향한 열정을 꺾는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기독교 신학의 메시아는 기득권의 왜곡된 방식을 해체한다. 그는 “기독교 신학에서 ‘메시아’는 기존의 지배 질서에 종속되지 않고, 억압적인 옛 질서를 깨뜨리기 위해서 새로운 가치를 태동시키려는 절박함으로 사건을 일으키는 존재”로 해석했다.

그러나 개신교에는 이와 다른 메시아가 존재한다. 그는 “한국 개신교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그 이전과 동일하게 어떤 메시아를 숭상하고 있다”며 ‘참사를 일으켜서라도 어떤 목적을 이루는 메시아’와 ‘참사로 인해 고통을 당한 사람에게 희망이 되는 메시아’로 구분했다. 어떤 메시아를 대망하느냐에 따라 종교가 취하는 행동양식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왜곡된 메시아 관념에 의한 종교의 행태에 대해 설명하면서 “기득권 질서를 유지하는 세력들 간의 정신적 친화력은 반공주의와 경제지상주의가 버무려진 비윤리성에 기초하고 있다”며, “그것이 한국사회의 기본 문법인 것처럼 작동하며 인간의 짐승화가 강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쇄신과 성찰을 위한 그룹, 진정한 메시아 관념의 회복, 개인-사회 윤리의 연결점으로서 종교 등 다양한 시각에서 종교의 사회책임에 응답했다. ⓒ에큐메니안
개신교에 흐르는 메시아의 양면성에 대해 그는 “고통당하는 사람과 함께 시련을 겪겠다는 상생의 마음이 윤리와 종교의 출발점”이라며, “종교는 세상이 비명을 지를 때, 그 비명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찢어지는 신의 심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는 종교는 ‘한의 사제’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며, “종교가 권력의 기성질서에 길들여질 때, 그 집단의 사멸은 멀지 않다는 사실은 역사의 준엄한 가르침”이라고 전했다.

개인과 사회의 윤리적 연결고리로서 종교

   
▲ 박병기 교수. ⓒ에큐메니안
마지막 발표로 불교 측 박병기 교수(한국교원대 윤리학)는 세월호 참사를 개인과 사회가 분리되지 않는 상호연기(相互緣起)의 관계 속에서 윤리적 참사로 받아들이길 원했다.

그는 “세월호는 21세기 한국사회가 직면한 윤리적 사태로 잠시 동안을 이를 전국민이 공유한 것처럼 보였다”며 “1년 전 우리는 수없이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공유했지만, 모든 것들은 강요된 망각의 강을 건너 사라지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세월호는 그 자체로 우리 자신과 사회의 모든 문제들이 서로 얽혀 빚어낸 총체적 사건이자 윤리적 사태이기 때문에 단순한 인식틀로는 제대로 파악이나 대안이 제안될 수 없다”며 “겸허함을 근간으로 하는 과정성과 실천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월호를 윤리적 사태라고 본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에 기반한 배려윤리와 연결된다”며, 불교를 비롯한 기독교, 유교 등 종교가 기본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관념에 주목했다. 그러나 문제는 “과잉 공감 현상으로 인한 급속한 소진과 피로감, 공감의 뿌리를 살려가면서도 공감 이후의 상황을 보다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대처하는 능력의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종교성 또는 영성을 정신적 기반으로 한 종교계가 공감의 지속, 합리적이고 총체적인 대안을 추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 윤리적 심성을 사회 윤리적 심성으로 연결시킬 고리가 필요한데, 여기에서 종교가 해야할 역할이 크다고 본다”고 전했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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