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저장소'는 4곳으로 1호관과 2호관이 전시실로, 3호관과 4호관이 각 각 작품들과 창고로 나눠졌다. '아이들의 방'은 2호관에서 전시 중이다. ⓒ에큐메니안

‘이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너희들이 따뜻한 방에 머물 수 있도록...’
‘내 동생 너무 보고 싶다. 손잡고 싶고, 안아주고 싶다...목소리도 듣고 싶다. 사랑해 내 동생’
‘부끄럽다. 아줌마는 너무 이기적이었어. 이제 우리 가족의 삶, 작은 조각이나마 떼어 너희들과 함께하마.’
‘사랑하고 사랑하는 예진아. 절대 포기하지 않을게. 아무 걱정 마. 엄마가’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도보로 약 5분가량 떨어진 주택가에 위치한 ‘기억저장소’.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이곳은 여러 명의 방문객들이 찾아 메모로 벽을 채우고 있었다.
김종찬 사무국장(기억저장소)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 뒤, 하나하나 사진들을 설명했다.

“천장에 보이는 기억함은 아이들 물건을 저장해 놓는 함인데요, 노란색 종이에 이름이 써져 있는 곳은 아이들 엄마들이 찜 해놓은 곳이에요. 성격 급하신 민정이 엄마는 벌써 물건을 싹  넣었네요”

▲ 전시장벽은 방문객들이 적은 메모들로 채워져 있다. ⓒ에큐메니안

▲ 벽에 붙어있는 메모들. ⓒ에큐메니안

참사, 그날 이후 기억과 기록의 시작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한 안산 일동 주민인 김종찬 사무국장은 평소 친분이 있던 김은호 목사(안산희망교회)와 희생자들을 위한 촛불기도회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시간이 흘렀을 때, 김 국장은 기록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6.25 같은 경우, 우리나라만의 기록이 남아있질 않아, 배우려면 미국에 가서 배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삼풍백화점 같은 커다란 참사에 대한 기록이나 자료가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죠. 우리 스스로가 그것을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죠”

김 국장은 그렇게 조각 조각난 기억과 자료들을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했고, 그 기록들은 일 년이 지난 4월 2일에 전시를 시작했다. 
그는 ‘진실과 정의’, ‘흔적’, ‘생사’로 기록을 나눴다.

▲ 작품들을 설명 중인 김종찬 사무국장(기억저장소). 그는 안산 일동 주민으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 촛불기도회를 시작했다. ⓒ에큐메니안

“진실과 정의의 기록은 정부가 갖고 있는 기록들로 위조되고, 폐기 됐죠. 유일하게 부모님들이 어렵게 확보한 CCTV 영상들과 아이들 문자 내용이 전부입니다”라며 ‘흔적’은 부모님들을 중심으로 ‘생사’는 아이들의 방을 사진으로 모아 전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의 방을 설명하며 “이 공간이 304개의 꿈 안에 엄마 아빠의 기도와 우리가 만나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전했다. 

어느 방의 사진에는 아이의 영정사진이 책상 의자에 놓여있었는데, 부모들은 이 영정사진을 밤이 되면 침대로 가 눕힌다고 했다.

그렇게 4월 16일 이후 부모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과 그 방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 아이들의 방을 기록한 사진 작품. ⓒ에큐메니안

엄마와 아빠 그리고 가족들

김 국장은 담담하게 그날 이후 부모들에 대해 설명했다.

“한 아빠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팽목항까지 시속 180km로 갓길을 달려 가셨데요. 그날 범칙금만 64만원이 나왔답니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사고 현장까진 가볼 생각도 못하고, 떨어진 곳에 고립돼 있었어요. 팽목항은 사고의 현장이 아니라, 고립의 현장이었어요”

“그날 이후 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겪는 신체적 특징이 있어요. 먼저 노화가 굉장히 빨리 진행됐다는 거예요. 아침에 대면하는 현실을 잊으려다 보니, 기억력에도 문제가 생겼고, 하도 울어서 그런지 시력도 나빠졌고, 다들 잇몸이 주저앉아서 치아를 몇 개씩이나 뽑았죠”

▲ 실제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노숙 농성에 쓰였던 이불들은 부모들의 고된 흔적과 진실을 향한 싸움을 보여준다. ⓒ에큐메니안

▲ 벽에 적힌 문구들은 기록수집 단계에서 세월호 참사 부모님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에큐메니안

그는 부모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엄마 아빠로서 자격을 묻는 1주기에 아무것도 이뤄놓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1년을 진상규명을 위해 노숙상태로 있는 그들에게 정부는 무엇을 해주었는가를 되물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월호 참사를 한국사회가 잘 극복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이 흘러서 유가족들과 국민들이 어떻게 삶을 잘 살고 있느냐에 따라 달렸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기록들을 잘 마주 대해야 합니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기억 저장소’를 찾아 세월호 참사를 극복해야 한다고 전했다.

▲ 천장에 달린 '기억함'. 이 함에 아이들의 물건을 채워놓는다. ⓒ에큐메니안

박준호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