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산골에선 고사리 채취가 한창이다. 전주 등 주변도시에서 많이들 산을 찾는다. 산속에 사는 나도 도시인들의 출현으로 때를 안다.

흔히들 산에 가면 고사리밭이 있어서 낫으로 한 움큼씩 베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많은 경우 험한 산을 오르내리며 고생하며 하나씩 하나씩 채취한다. 몇 년 전에 누님부부와 친구분들이 서울에서 산골에 사는 동생집 방문 겸 고사리 채취하러 산골집에 왔었다. 많은 고사리를 채취하려고 큰 배낭과 자루를 갖고 왔다. 막상 산에 오르니 산에 오르기도 힘들고 가시덤불을 헤치고 고사리를 하나씩 채취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몇 시간 산을 헤매며 고사리를 채취해도 그 양은 얼마 되질 않았다. 그래서 내가 채취해 놓은 것을 보태서 싸드렸다. 그 뒤론 큰 자형이 내가 보내준 고사리를 한입에 한 움큼을 못 드시겠단다. 그 소중함을 아시기에. 

나는 혼자 비온 뒤 산에 오른다. 고사리 하나 보잘 것 없기에 허리 굽혀 따는 수고를 하기엔 효율성도 경제적 가치도 없어 보이지만 오히려 가시덤불 헤치고 무릎까지 꿇고 기어서 딴다. 마음을 비우고 그 하나를 소중하게 반갑게 온 정성을 다해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면 신비의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그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고 숨겨져 있던 다른 여럿으로 안내한다. 무릎을 꿇으면 새로운 세계가 보인다. 그리고 그 새로운 세계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로 이어진다. 하나가 여럿이 되고 여럿이 하나가 되고, 계산되고 계획된 길이 아닌 길로 인도되어지는 것이다.
 
수수께끼 같은 길 없는 길로 나도 모르게 접어든다. 그래서 나는 산속에서 여러 번 길을 잃었다. 고생도 많이 했다. 그래도 참 좋은 경험이요 명상수련이요, 현 삶의 좌표와 같았다. 

나는 인천에서 기독노동운동하다 정리하고 산골에 내려오면서 다짐한 뼈아픈 반성 중에 하나가 ‘이젠 자아(내가)가 주도하는 운동은 그만 해야겠다.’였다. 전반적인 기독사회운동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이끌리는 삶과 운동"은 나의 중심화두였다.

나는 고사리 하나 속에서 99마리 양을 두고 잃은 양 한마리을 찾아 떠나는(눅7/3-8) 예수의 바보 같은 삶이 보였다. 잃은 양 한 마리를 찾고 온 하늘이 기뻐하는 소리가 들렸으며 그 길이 조직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지만 궁극엔 99마리 양도 함께 구할 수 있는 길 아닌 길이라는 믿음이 우러났다. 

지금 세월호가 바다에 수장된 지 일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9명의 실종자와 배가 팽목항 바다 속에 방치되어 있다. 비용 얘기가 나오고 여론조사 얘기도 나온다. 정말 아니다. 실종자 9명과 배는 우리의 미래다. 가장 우선적으로 건져내야할 민족적 과제인 것이다. 나는 고사리의 신비를 체험하면서 더욱 아프게 먹먹한 가슴으로 팽목항의 유족들의 울부짖음이 다가온다.

안태용  azaz0106@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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