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칼럼 연재
차별 없는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이재산 칼럼> 퇴직금도 차별하나요?
이재산 목사(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 승인 2015.04.27 13:58

   
 
지난해 7월 이주노동자의 퇴직금 수령제도가 ‘퇴사 후’ 14일 이내에 지급했던 것이 ‘출국 후’에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공항 출입국 심사대를 지나야 퇴직금을 지급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제도 변경의 가장 큰 이유를 이주노동자에게 퇴직금을 퇴사 후 14일 이내에 지급하다보니 퇴직금을 받고 나서 체류기간이 만료되어도 출국하지 않아 소위 ‘불법체류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노동자가 퇴직 후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과 형평에 맞지 않아 장하나 의원과 김영록 의원 등이 이주노동자 퇴직금은 퇴직 후 14일 이내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관련 법률 개정안을 각각 발의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2014. 7. 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H-2) 이주노동자 전체 539,518명 중 미등록체류자는 59,934명으로서 미등록 체류율은 11.1%였다. 그 후 12월 통계에서는 이주노동자 전체 553,239명 중 불법체류자는 59,533명으로서 미등록 체류율은 10.8%로 겨우 0.3%가 감소하여 감소 효과는 극히 미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감소마저도 법의 효과 때문이 아니라 연말에 불법체류자에 대한 집중단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볼 때 결국 이주노동자의 퇴직금을 출국 후에 지급하도록 법을 바꾸었으나 미등록체류 감소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오히려 제도의 변경으로 절차는 더 복잡해지고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업주로 인해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퇴직금을 받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 변경 후 퇴직금을 받지 못하거나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몰라서 문의해 오는 이주노동자만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와 이주인권단체들이 공동으로 관련법 개정을 위해 국회에 제출했던 아래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주노동자들이 퇴직금을 받기가 얼마나 힘든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사업주의 퇴직금 지급보류 신청으로 공항에서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한 사례
캄보디아 이주노동자가 근로계약기간 중에 귀국을 결심하여 사직하고 퇴직금을 공항지급으로 신청했으나 사업주가 갑작스런 퇴사에 화가 나서 퇴사 신고를 하지 않았고, 정상적인 퇴사처리가 되어 있지 않아 삼성화재에서 사업주에 연락하자 사업주는 청산되지 못한 금전문제가 있다며 지급보류를 요청함.

이를 알지 못한 이주노동자가 공항에서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사업주가 지급보류를 해지하지 않으면 지급할 수 없다고 함.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에게 지급보류 해지를 요청하자 사업주는 돈을 요구했고, 어쩔 수 없이 사업주에게 요구한 금액을 송금했지만 사업주가 지급보류 해지신청을 늦게 하여 이주노동자는 결국 보험금을 받지 못하고 출국함.

특히 퇴직금을 받기 위한 행정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퇴직금을 공항에서 받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 때문에 퇴직금을 받지 못한 사례
작업도중 다쳐서 하체가 마비된 베트남 이주노동자 L씨는 출국 전 삼성화재에 출국만기보험 수령절차 문의했더니 외환은행이나 우리은행에 가서 해외전용송금통장을 개설하라고 함. L씨는 하체 마비환자라 본인 스스로 은행에 찾아 갈 수 없어 간병인에게 부탁해 한 번에 3만원을 주고 같이 좀 가자고 함.

우리은행에 가서 본인 명의로 해외전용송금 통장을 만들려고 두 번이나 찾아갔지만 첫 번째는 계좌연결 정보가 없어 못했고, 두 번째는 통역이 없어 못했다가 세 번째로 은행에 찾아가서야 해외전용송금 계좌를 개설함.

L씨는 절차가 어려워 베트남공동체에 도움을 요청했고, 베트남 공동체가 대신 서류를 만들어 제출하고 삼성화재 상담원이 모든 서류가 다 갖추어져 출국 후 14일 이내 보험금이 지급될 것이라는 답을 받아 L씨는 안심하고 출국함.

그러나 며칠 후 삼성화재로부터 L씨의 해외전용 송금계좌가 문제가 있어 송금할 수 없다며, 본인이 직접 베트남은행에서 본인 명의로 새로운 통장을 만든 후 계좌 번호를 보내 주면 받을 수 있다고 함. 결국 하체 마비 된 L씨가 베트남에서 290만원이 쯤 되는 퇴직금을 받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가족의 도움을 받아 은행에서 자기 명의로 통장을 개설한 후 그 사본을 팩스로 보냄.

이번에는 서류가 삼성화재가 요구하는 양식과 다르니 다시 삼성화재의 양식에 맞게 만들어 달라고 했고, L씨는 또 다시 은행에 찾아가 삼성화재가 요구한 양식을 만들어서 보냄.

그 후 L씨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이 없어 퇴직금을 받았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변경된 제도로 퇴직금을 받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었다. 통계를 보더라도 이주노동자 관련 전체 상담 중 행정신고 절차가 까다로워 힘들다는 내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역시 퇴직금에 관련된 내용도 ‘신청서 작성이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갖추어야 할 서류가 너무 많다’는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노동자가 직장을 그만 두게 되면 새로운 직장에 입사해서 월급을 받을 때까지는 퇴직금에 의존해서 생계를 꾸려야 한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는 현행법에 출국을 해야만 퇴직금을 받도록 되어 있어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이주노동자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인 퇴직금을 받는데도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에 제대로 받지 못하고 출국해야 하는 고충과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업주까지 있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인종차별적인 현행 이주노동자의 퇴직금제도가 ‘퇴사 후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루속히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이주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권과 인권이 보장되는 차별 없는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속히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재산 목사(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jasonfile@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19 한국기독교회관 503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3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