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희 선교사의 이번 글은 분량상 2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1999년 1월 어느 날, 뉴델리에서 호주선교사 그라함 스테인의 순교 소식을 들었다.
의사인 그는 인도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며 배타적이라고 알려진 오딧사에서 십 여 년 동안 나환자들을 섬기며 그들의 친구로 살았다. 그 결과가 두 아들과 함께 차 안에 갇혀서 불에 타죽는 참혹한 죽음이었다. 그의 죽음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주었다.

▲ 그라함 스테인 가족사진. 1999년 1월 두 아들과 함께 차 안에서 불에 타 죽었다.

20세기에도 인간이 자기가 믿고 살아 온 진리와 믿음을 위해 기꺼이 생명을 바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전율과 이해타산 없이 고통과 고난을 감수하며 사랑과 자비로 사는 사람을 자신들의 전통과 종교에 위험하다는 이유로 살인을 감행할 수 있는 인간의 악과 폭력에 대한 경악이었다. 하나님도 어찌하지 못하시는 인도와 인간에 대한 절망과 분노에 사로잡혀서 그라함 스테인이 화염에 불타 죽어가고 있는 순간에 하나님은 어디 계셨는가를 질문하며 그의 죽음의 의미를 하나님께 끈질기게 물었다.

그 다음 해인지 기억이 불분명한데 오딧사 앞 바다에서 해일이 일어나서 내륙 수백 키로 미터까지 바닷물이 덮쳤고 수많은 인명 피해와 상상을 넘어서는 자연 파괴가 있었다. 오랫동안 오딧사는 해일로 인한 피해가 전혀 없었던 지역이었고 그 자연 재해가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건이었기 때문에 힌두들조차도 그라함 스테인의 억울한 죽음이 불러온 재앙이라고 쑥덕거렸다. 소금으로 파괴된 미생물과 식물들의 환경이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100여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으면서 ‘피조물이 고대하는 바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나타나는 것’이라는 말씀을 생각하였다.
오딧사의 재앙은 그라함 스테인의 순교가 불러온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말을 크리스챤들에게 들으면서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괴로워하는 인도 크리스챤들의 아픔과 분노, 그의 죽음 앞에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던 미천한 인도 달릿 교우들의 한을 느꼈다.
 
그라함 스테인 사건 이후로 기독교인들과 교회에 대한 방화와 박해 소식은 끊이지 않았지만 2008년 8월 오딧사 칸드마할에서 일어난 박해는 너무 엄청 났다. 공식적으로 250여 명이 살해당하였으며 5,000여 채의 가옥이 불에 탔으며 200여 개의 교회가 파괴되었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1만 여명이 고향을 등지고 나와서 난민촌에 머무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같은 해에 오딧사의 박해는 카르나타카로 이어져서 그 주의 29개 지역에서 112건의 폭동으로 인하여 교회와 크리스챤들이 큰 고통을 받았다.
오딧사의 박해는 2014년 4월에 다시 일어나서 30여 명의 사람들을 순교로 몰아갔다.

제암리교회 사건이 떠올랐고 쿼바디스에서 본 영화의 장면들이 지나갔다.
순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고 지금의 사건이며 특별히 거룩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힘없는 크리스챤들과 그들 속에서 복음을 전하는 우리 친구들의 사건이라는 사실을 체험하였다.

폭력에 근거한 박해는 거센 불처럼 타오르다가 수그러들지만 더욱 악한 것은 반개종법이다. 반개종법은 법이란 이름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그러나 비열하게 서서히 사람의 목을 조이며 사람을 비인간화시키고 사회 구성원 서로를 불신하게 만든다.

▲ 여름성경학교 케랄라 고산에서

2002년 10월에 남인도 타밀나두주에서 제야 랄리따 수상이 반개종법을 선포하였다.
반개종법은 힌두교인을 기독교도로 개종시키는 자를 감옥에 보내거나 벌금형을 가하는 법으로서 기독교의 복음전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법으로 여성과 청소년에게 복음을 전했을 경우는 남성과 어른들에게 복음을 전했을 경우보다 더 가혹하게 취급되었다.
그 법은 선교나 전도 행위를 신고하는 자에게 포상이 컸기 때문에 행여 우리는 포상을 노리는  사람들의 타겟이 되지 않도록 타밀나두지역에서 일체 노출을 피하고 케랄라와 안드라푸라데쉬주로 돌아다녀야 했다.

타밀나두 주의 반개종법은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2년 만에 폐기되었다. 그러나 현재 인도에는
오딧사와 마드야 푸라데쉬, 차티스가르, 히마찰푸라데쉬 등 7개의 주정부에서 반개종법이 시행되고 있다. 다른 종교로 개종을 원하는 사람들은 먼저 당국의 공식적인 승인을 받아야 하며 만약에 이를 어길 경우 5만-10만루피의 벌금을 내고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으며 타인을 개종 시킨 자도 동일한 형량을 받게 된다는 내용으로 기독교의 전도와 선교 사역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인도사회 상황 속에서 교회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반개종법과 기독교인들이 차별과 핍박을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복음이 꽃 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순교자의 피가 흐르는 땅에서 부흥을 목격하고 싶었다.
복음으로 카스트가 무너지는 인도,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로 거듭나는 인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상으로부터 출애굽 하는 인도가 간절히 보고 싶었다.
정말 인도는 복음으로 거듭날 수 없는 나라인가?
달리트교회는 소수집단의 교회로 끝나고 말 것인가?
동북인도 아디바시들의 교회는 인도의 구원과 해방에 기여하지 못하고 섹트화 될 것인가?

인도 정부의 공식 통계는 항상 기독교 인구 2.4%다. 개신교 1.2%, 로마천주교 1.2%로 나온다. 그러나 10 여년 지나는 사이에 정부의 통계를 의심할 일들이 내 주변에서 많이 일어났다.
2012년 8월 난댤노회 로렌스비숍이 은퇴하면서 재임 5년 동안 150개 교회를 개척한 것이 가장 보람찬 일로 기억된다며 그 일에 적극 협력해준 기장교회에 대하여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나는 그 분의 재임기간 하루에도 몇 백 km를 달리며 시골마을들을 순회하였고 교회 건축을 지원하였다. 그 기간에 그 지역에 기장교회 후원으로 건축된 교회가 거의 40여 개에 이른다.

▲ 여름성경학교 케랄라에서

그 옆의 라열라씨마노회도 마찬가지로 부흥이 있었다. 오딧사 기독교 박해로 인하여 잠말라마두구 그리스도교회에서 새벽기도회가 시작되었고 그 새벽기도회가 교우들은 깨워서 많은 교회들이 아침기도회를 시작하였고 광활한 카드리 미전도종족 지역에 여러 개의 교회가 세워졌다. 또한 칼리기리, 쏘만디빨레, 아로기야바람 등등의 지역에 개척교회들이 세워지고 예배를 중단하고 우야무야 되었던 시골 교회들이 회복되어 활기를 띠게 되었다.

이두끼군에 있는 동케랄라노회는 타밀나두주와 경계하고 있으며 서고츠산맥이 있는 고산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다니엘목사가 비숍으로 취임한 이래로 청년들을 교육과 훈련을 통하여 전도사와 선교사(인도교회는 자국 내에서 활동하는 전도사라도 언어가 다른 지역 또는 미전도지역에서 일하는 사역자를 선교사로 호칭한다.)로 임명하여 40여개의 지역과 마을에 복음을 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델리와 아그라에 선교사를 파견하여 교회와 어린이집 7개를 세웠다.

뿐만 아니라 오딧사주와 경계를 하고 있는 도나깔노회는 2012년부터 해마다 10학년을 졸업한 청년들을 모아서 전도와 선교 훈련을 시키고 그들을 필드로 내보내 전도를 하게 한다. 그들의 전도로 올해 초에만 해도 10여개의 마을에 복음이 전파되고 교회가 개척되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다.

▲ 십리 산길을 걸어서 교회에 오는 나게쉬

2012년 100여 명이 참여한 도나깔노회의 선교사 훈련 모임에 참석하였을 때 이슬 같은 청년들의 복음에 대한 확신과 주님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이 활활 타오르고 있음을 보았다. 그들의 찬양, 기도, 말씀을 사모함이 너무 열렬해서 내가 마치 오순절 마가다락방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일심으로 혼신을 다해서 부르는 그들의 찬양이 얼마나 뜨겁던지 눈물이 절로 났고 한국의 70년대와 80년대 교회를 보는 것 같았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찬양을 흠향하시며 그들을 사용할 계획을 세우신다는 확신이 들었다.

깐야꾸마리노회의 선교사 훈련 집회와 남인도교단 연합선교사 훈련 집회도 뜨겁고 간절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성령의 강권적인 역사가 일어나고 있으며 부흥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300여 년 동안 수동적으로 선교를 받기만 하였던 남인도교단이 선교사 훈련을 시작하였고 그들을 외국으로 파송하려고 한다. 선교국장인 크리스토퍼 목사는 네팔과 스리랑카에 선교사를 파송하기 위하여 현지교회를 방문하였고 우리 한국교회와 공동으로 선교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필자 소개> 한신대학교, 동대학원 졸업 영주중앙교회, 군산한일교회, 베다니집 등에서 시무. 1997년 전북서노회 파송 인도 선교사로 출발. 1999년 기장총회 파송 남인도 교단 선교동역자로 데칸고원 라열라씨마 일대에서 달리트 선교에 동참해 오늘에 이름. 2007년 7월 13일 전 인도 신학 협회로부터 명예신학박사 학쉬를 수여. 비전아시아미션 창립 이사(2005년 11월 30일)이자, 비전아카데미(지도자훈련원) 설립 이사(2006년 6월) 인도선교 10주년 기념시집 <비아돌로로사>, 선교 17주년 기념에세이 <선교사는 거지다>의 저자 <후원계좌> 국민은행 520702-01-176813 이옥희

이옥희 선교사  yiso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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