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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 순간, 마법에 빠지다”[생태선교사 카리나의 내성천과의 사귐]
카리나 슈마허(Karina Schumacher) | 승인 2015.05.08 10:43

지난 3월에 한국기독교장로회 생태공동체운동본부 간사로 사역하고 있는 이현아 전도사와 함께 내성천(경북 영주시)에 내려갔다. 한국에 온 지 4년째가 되어, 생태선교사로서 스스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매월 한 번씩 정기적으로 내성천을 방문하고, 내성천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예정이다.

그동안 생태선교사로서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생명이라는 가치에 대해서 어떻게 마주하고, 풀어가야 할지, 과연 그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처음 한국에 와서 9개월가량은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문화를 익히는 데 시간을 보냈다.

그 이후 대한민국의 생명과 관련된 현장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체험하며 대한민국의 생태지수에 대해 느끼고 있다. 4대강 사업 때문에 망가진 강들도 순례했었고, 평화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에도 다녀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안겨주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외국인선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더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 잊지 않기로 했다. 미약하지만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노란리본을 달았다. 진실을 알기 위해서 광화문광장에도 나갔고, 독일에 이 일들을 알리기 위해서 글도 쓰고 번역도 했다.

그러나 무언가 부족했다. 다시 나의 포지션이 생태선교사라는 것을 생각했다. 과연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인간의 생명, 그리고 온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녔다. 나는 나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대한민국의 생태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

대한민국의 여러 생태 문제 가운데에서 독일인으로서 관심이 더 갈 수밖에 없는 것이 4대강 사업이다. 이미 16개 보가 건축되었고 운영되고 있으나, 아직 4대강 공사는 끝나지 않았다. 그 마지막 공사인 영주댐이 내성천에 건설되고 있었다.

   
 
지난 3월 5일,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정월대보름 마을 행사(무섬마을)에 참여하게 되었다. 독일에서 마주하던 불놀이를 볼 수 있어서 참 신기했다. 그리고 3월 말, 다시 생태공동체운동본부에서 동역하고 있는 이현아 전도사와 함께 내성천이 흐르는 무섬마을에 오게 되었다. 봄볕으로 따뜻해져 있는 내성천 모래 위에 둘이 함께 앉아 있다 보니 많은 생각이 났다. 흐르는 강물은 세월과 같았고, 계절이 지나듯 긴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을 맞으며, 변화하는 강의 모습은 깊은 영감을 주었다. 그 순간 전도사님이 기쁨이 넘친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지금처럼 생태선교사의 눈으로 바라보고, 듣고, 느끼는 내성천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 어때요?”

그때 나의 역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내 역할은 과학적인 생태 연구나 대단한 어떠한 활동도 아니며 정치적인 관련도 없는, 그냥 지금 이대로 내성천 모래 위에 앉아서 내성천 자체를 느끼며 받아들이며, 그 이야기를 듣는 것. 내성천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정리될 때, 강변에서 내 맨발은 찰랑거리며 강과 하나가 되었고, 마음은 들떴으며 자연스레 원기회복이 되었다. 우리는 부드러운 모래에 정답게 안기어 있었다. 금색 노을의 빛이 강물에 희미하게 비추고, 조금 쌀쌀해질 때까지 그냥 그대로 오랫동안 있었다.

일몰 후에 무섬 마을에 들어갔다. 이 내성천 강변에 위치한 한옥 마을의 이름은 원래 ‘물섬’이라고 했다. 경상도에는 이 무섬마을처럼 섬처럼 강이 휘감아 형성된 마을이 세 곳이라고 한다. 안동의 하회마을, 예천의 회룡포, 그리고 이곳 영주의 무섬마을이다. 무섬마을을 걷다가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어떤 민박집에 들어갔다. 260여 년 된 한옥집이었다. 집주인 부부는 20연 년 동안 서울 근처에서 살았는데 5년 전 아들과 함께 귀농하여 민박집으로 개조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처럼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 차도 마시고 쉬면서, 영혼까지도 달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한국에서 정말 놀라운 것은 현대 서양건축물들은 오래되면 곰팡이도 생기고, 오래 지속하기가 쉽지가 않은데, 한옥은 인간의 신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몇백 년이 흘러도 청결하게 유지가 되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한옥은 참 자연스러우면서 생태적이고 과학적이다. 마치 한옥 자체가 숨을 쉬듯 살아 있는 듯 느껴졌다.

그 한옥에는 정말 귀여운 강하지 한 마리도 산다. 이름은 ‘푸름이’. 푸름이가 나에게 조심스레 다가왔다. 나도 용기를 내어 쓰다듬어주니, 바로 내 품으로 다가왔다. 잠시지만, 이 작고 따뜻한 털북숭이 친구에게서 친밀함과 애정을 느꼈다. 어느새 시간이 지났는지, 벌써 어두워졌다. 영주 시내로 가는 마을버스 막차를 탔다. 저녁으로 맛있는 떡볶이를 엄청 먹고 난 후, 숙소를 제공해준 영주중앙교회로 이동했다.

   
 
주일, 생애 처음으로 한국 교회의 주일날 드려지는 모든 예배를 다 드려보았다. 오전 5시 30분에 시작되는 새벽예배부터 시작해서 1부, 2부 예배와 오후 찬양예배까지 총 4번의 예배를 드렸다. 각 예배마다 담임목사이신 간호남 목사님께서 나를 생태선교사로 소개하시면서 환영해 주셨다. 예배가 끝날 때마다 전도사들 옆에 서서 수많은 교우와 함께 인사를 나누었다. 여러 번 예배드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나 설교를 여러 번 들으니, 훨씬 이해가 잘 되었고, 교우들이 성경을 일일이 찾아보는 모습, 경건하게 예배드리는 모습 등에 새로이 감동을 받았다. 또 친교의 시간과 식사시간에는 독일에 가본 적이 있는 분들, 독일에 친척분이나 친구들이 계신 분들이 독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 주시기도 했다.

모든 예배를 드린 후에는 교회 장로님께서 영주댐의 현실을 직접 보여주시겠다고 해주셨다. 장로님과 함께 방문한 현장에서 파괴되고 망가진 내성천의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한 현대 문명이 부끄럽고 마음이 아팠다.

버스터미널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오면서 그곳 내성천에서 받은 감동이 떠나지 않았다. 5월 말 다시 방문할 때는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내 친구 내성천의 곁에서 자전거를 타며 그 아름다움을 다시 전하고 싶다.

카리나 슈마허(Karina Schumacher)  schumacher.karina@web.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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