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황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0일 세계난민의 날을 맞아 <우리의 난민정책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모든 권한과 기능을 사용하여 우리사회 약자 그룹인 난민 인권보호와 증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조영황 인권위 위원장이 지난 3월 13일 인권증진행동계획 선포식에서 말하고 있다. ⓒ 이철우 기자

조영황 위원장은 특히 “정부는 난민정책에 있을 수 있는 편협한 국수주의를 버리고 국제 수준에 맞춘 과감한 제도개선과 실행에 옳기는 자세를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조영황 위원장은 이어 “한국 정부가 난민협약과 선택의정서에 가입한지(1992년)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가 난민인정을 한 사례가 40여명에 불과한 것도 문제지만, 난민인정 절차나 난민에 대한 사회적 처우는 국제 수준에 비추어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정부가 과거 어느 때보다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고 국제사회의 기대도 큰 만큼, 국제사회에 약속한 인권에 대한 국제 의무를 이제부터라도 본격으로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정부가 국제난민기구(UNHCR) 집행이사국이라는 위치에 맞게 최근 위원회가 정부에 제시한 난민인권증진을 위한 종합권고가 빠른 시간 내에 정부 정책으로 반영돼 시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정부는 지난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했지만 2000년까지는 단 한명의 난민도 인정하지 않았다. 유엔 경제·사회·문화 권리위원회는 2001년 지나치게 엄격한 난민인정기준 개선을 한국정부에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년부터 난민인권을 주요 정책과제로 설정하고 지난 12일 <난민인권에 대한 종합 개선 권고안>을 낸 바 있다.

국가인권위는 이 권고에서 ▲난민보호에 관한 국제규범을 준수하기 위해 강제송환금지원칙을 법률에 명문화할 것 ▲공정하고 효율적인 난민인정절차를 마련할 것 ▲난민인정자와 난민신청인에 대한 적절한 처우를 할 것 등을 제시했다.

국가인권위는 권고와 함께 <난민 인정 절차와 그 사회적 처우에 관한 근거법>을 별도로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 세계 난민의 날 유엔총회는 2000년 12월 4일 만장일치로 매년 6월 20일을 세계 난민의 날로 정해 난민의 국제적 보호와 의미를 되새기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1967년에 선택의정서를 만들어 난민에 대한 특별한 보호 의무를 규정해왔으며, 전 세계 140여 개국이 난민협약에 가입되어 있다.

국가인권위는 난민문제가 일반 외국인 인권개선과 구별되는 인권문제로 다뤄져야하는 이유로, “난민이나 난민신청자는 인종, 문화에서 그 사회의 수수자이며, 외국인으로서 겪는 일상 차별뿐 아니라, 비자발적으로 고국을 떠나온 상황으로 심적 불안과 고통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난민문제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지난 2005년 2월 ‘난민법제(개)정 연구위원회’를 구성, 난민보호 법제를 연구했고, 난민에 대한 별도 법안 제정이 아닌 출입국관리법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한 바 있다.

난민법제(개)정연구위원회는 지난 2005년 정기국회에 법안상정을 목표로 수차례 난민관련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해왔지만, 출입국관리법 전체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함께 상정하려는 법무부 방침으로 법안제출이 지연되고 있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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