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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절, 해방과 구원의 기억함<정현진의 출애굽기와 노닐기 18> 출애굽기 13장
정현진(수도교회 담임목사, 한신대 대학원 외래교수) | 승인 2015.06.02 14:42

무교절 (출 13:1-10)

모세를 통해 여호와께서 초태생이 자신에게 속하였다고 말씀하신 뒤 (1-2절), 무교절에 관해 (출 13:3-10), 그리고 다시 초태생을 구별하라고 말씀하셨다. (출 13:11-16) 이로써 유월절이 ... (이집트) 로부터의 구원이라면, 본문은 ... (거룩한 구별을) 향한 구원을 보여준다. 이를 지리나 생활영역으로 표현하자면, 이집트에서 벗어나는 구원이자 가나안에 들어가기 위한 구원인 것이다.

말씀과 관련하여 1절에는 아마르 (°¹mar 말하다) 와 따바르 (d¹b¹r 말하다) 란 낱말 두 개가 나란히 나온다. 앞의 것은 말하는 내용에, 뒤의 것은 말하는 행위 자체 또는 행위의 주체에 더 관심이 있지만, 종종 이런 구별없이 쓰이기도 한다. 2절에는 거룩하게 하다, 성별하다는 말 카다쉬 (q¹dasch) 과 ‘... 안에서, 중에서’ 란 전치사 뻬 ( 3x)가 여기에 독특하게 쓰였다. 이로써 사람이든 동물이든 성별된 것은 모두 다 하나님께 속하게 되었다. 2절을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

나를 위해 (내게) 거룩하게 하여라, 모든 초태생(맏이)을.
이스라엘 자손들 중에서 자궁에서 차음 난 모든 것을.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것은 다 내 것이다.

3절에서 모세는 백성에게 ‘바로 이 날을 기억(기념) 하게 하기 위하여’ 말문을 열었다. 바로 이 날이란 이스라엘 자손이 이집트로부터, 그 집으로부터 나온 날을 의미하였다. (분리, 이탈을 가리키는 전치사 민 min  이 두 번 쓰임) 여기서 기억(기념)이란 말은 단순히 과거를 잊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그 기억을 출발점으로 하여 현재와 미래를 향해 긍정적인 결단과 행동하는 것을 포함하는 말이다. 여기서 이 말은 명령형 대신에 부정사 절대형(Inf. abs.)으로 쓰였다. (출 20:8-10 안식일 규정에도 이와 같이 쓰였다.) 이는 그 낱말의 기본적인 뜻을 강조하는 동시에 기억에 포함되는 모든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형태를 강조된 명령형으로 풀이할 수 있다. (emphatic imperative, GK 346 §113.bb)

키(kī) 이하를 목적절로 해석하자면, ‘기억하라 ... 그리고 여호와가 손의 강력함으로 너희를 그곳에서 나오게 하셨음을 ...’ 다른 곳에서는 강력한 손으로(뻬야드 카자카)라는 표현이 쓰인 반면에 (출 3:19; 6:1; 13:9), 여기에는 손의 강력함으로 (손의 강력함을 통하여) 라는 표현이 나온 것이다. (출 13:3, 14, 16)

   
▲ 게제르 달력 (주전 10세기)
이스라엘 자손이 출애굽 한 때는 아빕(°¹bīb) 월이었다. (4절) 이것은 나중에 니산(nîs¹n) 월이라 불리웠다. 아빕은 갓 돋아난 보리 이삭을 가리키는 말이다. 유대 달력으로 이것은 1월이며, 태양력으로 3-4월에 해당되었다. 이 말은 보리라는 뜻으로도 쓰였다. 그 뿌리 엡 (°¢b) 은 신선한, 초록이란 뜻이다. 마치 겨울을 이겨낸 보리가 새봄을 맞아 새싹을 트듯이 하나님께서는 히브리민족에게 억압과 흑암의 세력을 뒤로하고 하나님 약속의 세계로 발걸음을 내딛게 하신 것이다. 5절은 출 12:43-51이 가나안 정착 후에 지켜야 할 유월절 규례와 상응하게 무교절 규례를 말씀하였다. 3절에는 애굽을 가리키는 용어로 야차 (y¹'ṣ¹° 히필형)가 쓰였고, 여기에는 뽀 (bô° 히필형)가 나왔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자손에게 주실 땅은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다. (에레츠 자바트 할라브 우데바쉬) 이 표현은 가나안 땅에서의 풍요로움을 나타내는 것이다. (출 3:8; 민 13:27; 신 26:9, 15; 31:20; 수 5:6; 렘 11:5; 32:22; 겔 20:6)

6절은 7일에 걸친 무교절 행사 가운데 마지막인 이레째 날에 관해 언급하였다. “누룩없는 떡(무교절 떡)은 이레 동안 먹히게 될 것이라.” (7절 직역) 누룩이 든 떡을 절대 보이게 하지 말라는 명령이 출 12:15, 19에 이어 이 구절에 두 번 계속 주어지는 것은 이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유교병이 눈에 띄지 말아야 할 곳으로 출 12:19에는 집안이, 여기에는 ‘네 땅’ (뻬콜-께불레카 = 너의 온 영역에서; 너희가 사는 영토 안에서 - 공개)이 각각 언급되었다.

8절은 무교병과 토라가 자손에게 자세히 설명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여기 ‘보여 이르기를’이란 말(나가드 n¹gad 히필형 + 레모르)은 (눈앞에 보여주듯이) 설명하라, 해석하라는 뜻이다. 이 나가드의 히필형에서 나중에 학가다라는 말이 나왔다. 학가다는 규칙이나 지식보다는 교훈이 담긴 가르침을 말하였다. 이것이 유월절과 관련하여 쓰일 때에는 부모가 자녀와 나누는 질의 응답식의 대화를 가리키기도 하였다. (출 12:26-27 참조) 8절 뒷부분 (빠아부르 제 아사 여호와 리 뻬체티 밈츠라임) 은 그 자체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문장이다. (70인역 참조: dia. tou/to evpoi,hsen ku,rioj o` qeo,j moi w`j evxeporeuo,mhn evx Aivgu,ptou)

이것 때문에[이를 위하여] 여호와께서 나를 위해 [내게] 행하셨다, 내가 이집트에서 나올 때.

‘이것’이란 말은 아마 누룩없는 떡을 먹는 무교절을 가리킬 것이다. 9절은 8절의 내용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여기서 하나님은 출애굽 당시 주신 유월절 및 무교절 규례와 토라를 잊지 말고 반드시 기억하며 실천할 것을 언급하셨다. 그것은 손의 기호와 미간의 표를 위한 것이다. 여기서 기호란 낱말(오트)은 표적, 증거란 뜻으로 널리 쓰이는 말이다. 이에 따라 유대인은 오늘날에도 천이나 가죽에 말씀을 쓴 다음 손에 매거나 이마에 두르고 다닌다. 이를 경문(經文) 또는 성구갑(聖句匣)이라 한다. 거기 새겨지는 말씀은 출 13:3-10, 11-16; 신 6:4-9; 11:13-21 등 4가지 가운데 하나였다. 이로써 유대인은 9절의 말씀을 문자 그대로 지키고 있다. 물론 이것이 문자 그대로 실행하라고 주신 말씀이기 보다는 마음에 깊이 새겨 (신 6:6) 영원히 잊지 말라는 뜻이라 할 것이다.

3 인자와 진리가 네게서 떠나지 말게 하고 그것을 네 목에 매며 네 마음판에 새기라 4 그리하면 네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은총과 귀중히 여김을 받으리라 (잠 3:3-4)

   
▲ 상징 그림으로 표현된 일년(이즈르엘의 베트 알파 시나고그, 주후 6세기 모자이크)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b/b2/Beit_Alpha.jpg
이런 의미는 그 다음 구절 “여호와의 율법[토라]이 네 입에 있게 하라. (직역: 여호와의 토라가 네 입에 있게 하기 위하여” 말씀에서도 밝혀졌다. (시 1:1-2 참조) 물론 이 구절은 개역개정의 번역처럼 명령형이 아니라, 당위성을 나타내는 것(3인칭 미완료형)으로 되어있다. 더 나아가 토라가 그 입에 있다는 말은 그 가르침과 교훈대로 행하며 산다는 뜻이다. 예수님은 이 말씀의 본래 정신을 망각한 채, 습관으로 이렇게 하고 다니는 사람을 혹독하게 책망하셨다. (마 23:5)

10절은 무교병에 대한 규례를 지키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흔히 ‘해마다’라고 번역되는 말(미야밈 야미마)은 사실 날이면 날마다, 곧 ‘늘’ 이란 뜻으로 보아도 되는데, 여기서는 유월절 및 무교절과 관련하여 언급되었으므로 ‘해마다’로 풀이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 오늘의 적용

① 마른 떡, 쓴 나물

상구작질 (爽口作疾) 이란 말이 있다. 입에 좋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병이 셍긴다는 뜻이다. 이것은 송나라 때 진록(陳錄)이 엮은 '선유문(善誘文)'에 나온다. (입에 맞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병이 된다. 爽口味多須作疾). 孔子家語(공자가어)에는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을 다스리기에 좋다’(良藥苦口利於病)는 말이 있다.

출애굽 하는 (한) 이스라엘 자손이 먹는 누룩이 들지 않은 마른 떡, 쓴 나물은 아마 별로 맛이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입맛이나 신체보다는 정신과 영혼을 건강하게 가꾸는 것이었다. 이는 단순히 출애굽 이전의 고통스러운 현실이나 출애굽 당시의 긴박한 상황만 기억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로운 선물(출애굽)을 기억(기념)하며, 그것을 지금의 현실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② 말씀을 품고 사는 사람

하나님께서는 출애굽 사건과 그 말씀을 네 손의 기호로, 네 미간의 표로 삼으라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언제 어느 곳에서나 하나님의 말씀과 함께 있으며, 그 말씀을 따라 살겠다는 표식이다. 그리고 여호와의 말씀을 항상 입에 달고 산다는 뜻이다. (9절: 여호와의 율법이 네 입에 있게 하라)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 (수 1:8)

(복 있는 사람은)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시 1:2)

③ 받은 은총을 정기적으로 기념하라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망각에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다. 지난 날의 긍정적인 경험을 잊는 것은 망각을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가리켜 사람들은 흔히 ‘원수는 돌에 새기고, 은혜는 물에 새긴다’고 말한다. 성경은 그 반대로 하라고 가르친다. 사실 상처와 깨어진 인생경험을 잊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인생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성경은 출애굽(특히 유월절)의 경험을 해마다 기념하라 하였다. 이는 이스라엘 자손 개개인 및 그 민족에게 뿌리체험과 같은 것이다. 이것은 그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주어진 환경과 상황이 캄캄절벽일 때에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소망과 용기를 잃지 않는 원동력이 된다. 받은 은총, 이미 경험한 은총을 기념하는 일은 이래서 유익하고 좋은 것이다.

정현진(수도교회 담임목사, 한신대 대학원 외래교수)  psalm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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