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톨릭주교회의의 '사회책임투자지침'

그리스도교적 사회윤리에 있어 WCC의 가르침과 카톨릭의 가르침에 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말한 대로다. 또한 WCC는 “교회를 향하여, 교회에 대하여” 말하고 있고, 카톨릭은 “교회를 위하여” 말하고 있다는 일부 학자들의 평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 바 있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가르침의 대상을 서로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국가톨주교회의는 1980년대 중요한 합동사목서한 2개를 발표하였다. 하나는 <평화의 도전>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이를 위한 경제정의>이 주제였다. <평화의 도전>에서 문제가 된 것은 핵공격억지력을 위한 핵무기 생산과 보유 인정에 대한 것이었다. 주교회의는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었으나, 보수적인 평신도의 반대가 강했고, 바티칸도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서 핵억지력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지 못했다.

이 문제는 한국 교회도 당면한 것이다. 한반도 탈핵 운동의 내용에는 핵무기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소 운영 중단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정치-경제적 상황을 완전히 배제한 채 공통적인 입장을 만들어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상당 기간 이 문제는 논의의 대상으로 남아 종교인들을 괴롭힐 것이다.


▲ 미국 카톨릭 주교회의는 1991년 사회책임투자지침(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Guideline)을 발표했다.

미국주교회의는 1990년대에 와서야 사회책임투자지침을 발표하였다. 당연히 합동사목서한에서 논의한 사항이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복음주의 교회의 페렌바흐의 투자지침에 비해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미국주교회의의 투자지침(1991년 사회책임투자지침(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Guidelines)의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교회의 경제활동:주주와 투자자인 교회(Church as Shareholder and Investor)
주주인 개별 신자와 미국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교회기구의 책임자는 투자한 회사가 자금을 책임 있게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주의 책임(Shareholder Responsibility) : 주주는 투자수익률뿐만 아니라 기업의 결정에 영향을 받는 다른 사람들과 공동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제활동 주체인 교회(Church as Economic Actor) :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교회는 모든 윤리적인 원칙을 따라야 한다. 교회는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2) 기본적이고 상호의존적인 원칙

① 주교회의는 교회의 경제적 자원에 대하여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사회적 관리자 역할을 다 해야 한다.
② 주교회의는 투자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사회적 관리자 역할을 다 해야 한다.

(3) 전략 : 해를 끼치지 말라(악을 피하라)

①카톨릭 윤리에 어긋나는 기업에 투자하지 말라.
②그런 기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라.

③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라 : 정상적인 주주의 임무를 이행하라. 교회의 정책에 따라 주주결의를 하고, 주주총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라.

④적극적인 전략을 수행하라(공동선을 증진하라) : 카톨릭 윤리와 사회적 가르침 또는 입장이 지지하는 가치를 증 미국예수회의 경우 투자회수보다는 회사 경영에 개입하여 변화를 추구할 것을 권고한다.

⑤카톨릭 윤리와 사회적 가르침 또는 입장이 지지하는 가치를 증진하고 적절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기업의 정책과 행동을 지지하라 : 수익률이 낮더라도 교회의 가난한 이의 우선적 선택 또는 사회적 편익이 큰 공동체 개발을 촉진하는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참고: 미국예수회의 경우 투자회수보다는 회사 경영에 개입하여 변화를 추구할 것을 권고한다.)

(4) 재무적인 효과 : 주교회의가 사회책임투자지침을 시행한 이후 투자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정책의 재정적 영향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5) 주교회의의 활동방향

①기업동태 주시 : 카톨릭의 가르침과 주교회의의 정책이 시장과 기업에서 어떻게 증진되고 어떻게 와해되는지 면밀히 주시할 것이다.
②투자지침 : 주교회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지침과 전략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③신중/상식 : 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신중하고 상식을 지킬 것이다.
④제약요소 : 이 투자지침은 추가적인 인력투입 없이 시행할 것이다.

(6) 요약 : 주교회의는 자기는 행하지 않으면서 다른 이에게 설교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주교회의는 사회적으로 책임성 있는 투자에 분명히 투신하지 않고는 자기의 의무를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

미국주교회의의 투자정책 : 미국주교회의의 투자정책은 아래의 영역을 포함한다. 즉, 인간 생명의 보호, 인간 존엄성의 증진, 무기 생산의 감축, 경제정의의 추구, 환경의 보호, 기업책임의 촉구이다. 지금까지 주교회의의 정책은 주로 투자 제외(exclusions) 정책이었으며, 투자대상에서 제외된 기업의 수는 S&P 500에 속한 기업의 약 10%였다.

(1) 인간 생명의 보호 : ① 낙태 ② 피임 ③ 배아줄기세포/인간복제

(2) 인간존엄성의 증진 :

① 인권 ② 인종차별 금지 ③ 성차별금지 ④ 약품의 제공 ⑤ 포르노그래피 억제

(3) 무기생산의 억제 : ① 무기의 생산과 판매 ② 대인지뢰

(4) 경제정의의 추구 : ① 노동법령 위반과 저임금 노동 ②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과 은행서비스 제공

(5) 환경보호

(6) 기업책임 촉구 : 회사에 대해 사회, 환경과 재무적 성과 보고, 회사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를 정한 기업사회책임지침(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guidelines) 수립과 채택을 요구하는 주주결의를 지원한다.

<필자 소개>

박상조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 공부하고,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정책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천주교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중앙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사)기업책임시민센터 이사장(2010-2014.3)을 역임하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이사로 있다.

저서로는 "인간중심발전론적 시각으로 본 대기업정책의 평가"(한국학술정보/2007), "기업의 사회적 책임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사람인가 돈인가" (이담북스/2011), "경제시평 -무너지는 바벨탑 수리하기"(이담북스, 2014)가 있다. 2011.11부터 내일신문 에 경제시평을 기고하고 있다.

박상조 pxzsim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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