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통일 인터뷰 단신
"마음이 통한 우리는 자매, 친구가 됐다"[인터뷰] WOMENCROSSDMZ 공동제안자 현경 교수
고수봉 기자 | 승인 2015.07.08 05:26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 이후 남북 간 교류는 민간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꽉 막혀 있는 듯하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는 그나마 유지되고 있던 개성공단 폐쇄가 되기도 했었으며,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민간에서는 분단 70주년을 회고하며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명박 -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정부의 대북정책은 강경하기만 하다. '통일 대박'을 외쳤지만 민간에서도, 정부에서도 평화통일 논의는 전무한 형국이다.
그런데 지난 5월 18일부터 25일까지 평화통일의 작은 소용돌이가 일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매어리드 맥과이어, 리마 보위 등 세계 여성 평화운동가들이 참석하는 'WOMENCROSSDMZ' 행사가 열린 것이다. 행사는 18일에서 1주일간 평화행사를 진행한 후, 24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그리고 임진각과 서울에서 평화통일을 위한 포럼, 축제를 벌였다.
이에 WOMENCROSSDMZ 행사의 공동제안자로 알려진 현경 교수(뉴욕 유니언 신학교)를 만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들어 보았다.

편집자 주

   
▲ 현경 교수. ⓒ에큐메니안
1. WOMENCROSSDMZ(WCD,5월 18일부터 25일) 행사에 참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참가하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이번 행사를 통해서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반도 현대사의 원죄는 분단이다. 특히 한국전쟁은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로 생각된다. 어제까지만 해도 형제였던 우리가 제국의 싸움으로 인해 서로 다른 군복을 입고, 총을 겨눠 죽인 전쟁이다. 유태인을 죽인 나치 독일의 3세대만 해도 알 수 없는 분노, 수치심의 무의식에 홀로코스트가 남아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한 민족을 죽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얼마나 큰 트라우마에 병들어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나는 이를 분단심이라고 하고 싶다. 다름을 인정할 수 없고, 적에 대한 공포심, 흑백논리, 불신 등 대통령부터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느끼는 정서적인 감정이다. 우리나라 지도상에 있는 DMZ보다 우리 마음의 DMZ가 훨씬 위험하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통일이 되어야 한다. 휴전 중인 상태에서 전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2. WCD 운동이 제안된 배경과 취지는 무엇입니까?

이 운동의 시작은 한 여성의 꿈으로부터 시작했다. 2009년 크리스틴 안(WCD 운동 제안자, 국제여성평화운동가)은 모든 남북 교류가 끊어진 상태에서 북한의 임진강댐 방류로 캠프를 하던 사람들이 죽은 사건을 보게 됐다. 그녀는 그 사건을 보면서 남북한 당국자 간의 전화 한통이면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바보 같은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그녀는 꿈에서 남북한 여성들이 함께 둘러 큰 솥에 죽을 끊이는 모습을 보았고, 한국의 통일에 여성들이 나서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이를 위해 평화운동가들을 모았고, 평양에서 판문점을 거쳐 임진각까지 평화의 걸음을 걷는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WCD 운동의 중심 주제 중,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1325호 결정에 따라 ‘모든 평화 프로세스 과정에 여성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평화운동은 남자들의 방식과 다르다. 남자들의 평화운동은 정치, 경제, 시스템 등 거시적인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평화는 의외적인 곳에서 시작된다. 라이베리아의 리마 보위, 영국의 메어리드 맥과이어 등 여성들은 일상에서 평화를 만들어 낸다. 남북의 냉전상태를 전 세계 여성들이 평화가 흘러갈 수 있는 틈을 만들어 보자는 의도였다.

3. 남북관계가 악화된 시기에 의미 있는 행사였던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는 어떤 성과를 남겼다고 생각하십니까?

남북 문제의 스폐셜 리스트라는 사람들은 우리에 대해 얘기할 때 성과를 주로 언급한다. 어떤 조약을 맺거나 성명을 발표한 것도 아니다. 우린 시민외교를 하고 온 것이다. 유형의 성과가 아닌 무형의 성과인데,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일주일 있으면서 금방 마음이 통했다. 우리가 군사분계선에서 헤어질 때는 부둥켜안고 울었다.

나는 정치 리더들의 통일을 믿지 않는다. 자기 이해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문서와 조약들이 사라지는 것을 역사에서 경험했다. 그러나 양쪽의 시민들이 마음을 열고, 신뢰를 쌓아가면서 서로 통할 때, 이미 통일은 이뤄진 것이다. 마음이 통했다면 그 외연으로서 정치, 경제, 문화, 시스템은 조금씩 바꿔 가면 된다. 그게 가장 건강한 통일이라 생각한다.

   
▲ WCD 행사에 참가한 현경 교수를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에큐메니안
4. 이번 행사에 참가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일화가 있습니까?

인민궁전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북한 인민궁전에 모였을 때, 북한 여성이 전쟁에 대해 증언했다. 미군에 의해 폭격, 팔이 잘리거나 벙커에 투하된 폭탄으로 인한 죽음 등. 모든 여성들이 그 증언을 들으면서 가슴 아파했다. 미국, 북한, 남한 여성이 나와 서로를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북, 남, 해외 여성들이 준비한 조각보를 하나로 엮어 그들을 감싸 안았다. 그때 했던 말이 “우리는 5천년 가부장제, 제국의 논리, 남자들이 만들어 낸 전쟁에서 서로 적이 됐다. 그러나 오늘 이 자리에서 자매가 되고, 친구가 되는 첫 걸음을 내딛어 보자”는 것이었다. 서로 아파하며 울었다.

다른 하나는 판문점 정전협정 장소를 세계 여성들의 조각보를 들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면서 평화협정 체결, 통일을 염원했던 것이다. 구약 성서학자 월터 부르그만은 ‘통곡은 첫 번째 예언자적 행동’이라고 했다. 여성들이 서로의 가슴을 열고, 껴안아 눈물을 흘렸을 때, 딱딱하게 굳어진 냉전 체제의 틈을 만들었다. 마음이 통하면 통일이다. 그것이 첫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5. 일반 국민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평화와 통일은 먼 이야기로 생각된다. 평화와 통일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WCD 공동명예위원장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한반도와 같이) 미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너무 잔인한 남북전쟁이었지만 미합중국이 되었고, 서로 용서하고, 잘못을 인정했기 때문에 세계 최강국이 됐다. 그러면서 한국도 동일한 과정을 통해 강하고, 창조적인 나라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통일을 통해 민족상잔의 트라우마, 분단심을 극복할 수 있다. 국격과 경제도 성장할 것이다.

지금도 남북이 너무나 많은 군사비용을 지출한다. 그 돈을 교육, 복지, 문화에 투자하다고 생각해 보자. 지금도 한류는 세계를 휘젓고 있다. 또한 인류학적으로 보더라도 반도는 해양문화, 대륙문화를 연결해 굉장히 창조적인 문화를 만들어 내 왔다. 우리도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내는 잠재력을 이미 가지고 있다. 그러나 70년 분단이 우리를 섬나라로 인식하게 했고,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단심을 가지게 했다.

   
▲ 진열장에는 그녀가 18일 북한을 방문하기 위해 끊은 1일 여권이 진열되어 있었다. ⓒ에큐메니안
6. 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북한의 아이들이 굶어죽어 갈 때, 군량미로 쓰일까봐 쌀을 보내지 않았다. 한국교회, 특히 보수교회의 통일정책은 북한은 붕괴되어야 하고, 망할 때까지 돈을 모으며 기다리다가 북한에 돈을 세우겠다는 식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착한 사마리안인의 비유’가 떠올랐다. 한국교회가 마치 제사장, 레위인 같았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북한인가? 2천5백만명의 사람들이 북한이다.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이 우리나라가 아니듯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통해서 자꾸 만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화의 논리를 배워야 한다. 평화의 논리는 테러리즘과 정 반대이다. 테러리즘은 나와 다름을 싫어하고, 악마화 한다. 그 다음은 악마를 무찌르기 위한 거룩한 전쟁을 말한다. 그러나 평화의 논리는 다름을 인정하고, 친구가 되려 한다. 다름을 포용할 수 있는 힘이 평화이다. 이를 역사 속에서 해온 사람들이 생명모성을 간직한 여성들이라고 생각한다. 북한도 어머니의 마음으로 껴안아야 한다.

7. 개신교인으로서 선한 마음, 남을 배려하는 마음 등은 윤리적으로 중요한 덕목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보면 기독교인들이 가장 반통일, 반평화적일 때가 많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개신교가 분단 마귀에 사로잡힌 것 같다. 예수의 복음보다 분단마귀의 분단심이 더 센 것이다. ‘원수를 사랑하라’, ‘너희 중 가장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다’, ‘착한 사마리안인’, ‘요나 이야기’ 등 성경에 이미 다 나와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성경은 내팽겨 치고, 분단심 마귀에 사로잡혀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군대귀신에 들린 사람이 바로 우리 모습이다. 개신교가 복음에 근거하지 못하고 친미, 친자본, 반공주의 등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다. 복음은 이데올로기를 넘어서야 한다.

   
▲ 현경 교수는 "리더들의 도장 찍은 종이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며 용서와 화해, 신뢰의 시민운동을 지목했다. ⓒ에큐메니안
8. 일상에서의 평화를 강조하셨습니다. 평화를 위한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해 독자들에게 조언해 주십시오.

세계 평화운동가들이 말하는 평화를 만드는 힘은 ‘Holding the difference’, 다름을 인정하면서 공생과 상생의 방법을 배워가는 것이 기본이라고 한다. 간디는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믿고, 평화를 위해 행동하고, 평화가 되라고 말했다. 신학적 인간학에서 우리를 벌레만도 못한 죄인이라고 한다. 거기에만 사로잡힌 사람들은 인간에 의해 가능한 평화를 믿지 않는다. 원죄보다 Original Blessing(창조의 온전성)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 온전성에 의해 창조됐다. 그 온전성을 믿고, 일상에서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비폭력 대화, 갈등 해결 등을 배워가야 한다. 우리 언어, 행동이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나 폭력적인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 인정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모든 것은 시민교육에서 시작해야 한다. 더 이상 위로부터 내려오는 평화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믿지도 않는다. 한사람, 한사람이 자기 안에 있는 평화로 옆 사람의 평화와 연결돼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수봉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2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