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적투자(spiritual investment) 전문가인 그레이 무어(Gray Moore) 목사는 오늘날 미국의 현실을 비판하면서 심리학이 종교를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그리스도교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소비주의(consumerism) 풍조에 따른 현상이다. 우리 모두가 아는 대로 소비주의라는 것은 삶의 의미와 기쁨, 희망을 하느님에게서 찾지 않고 물질적인 풍요와 소비행위에서 찾고 있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철학자나 신학자라면 우리들이 고통을 당하는 실존적 불안(existential anxiety)에서 그 원인을 찾을 것이다.
무어 목사의 글을 읽는 중에 쇠렌 키에르게고르(Søren Kierkegaard :1813-1855)의 예언적인 글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시대에 가장 큰 위협은 자연과학에서 오고 있다. 심리학이 결국은 윤리학을 포괄하게 될 것이다. 이미 윤리학을 진동 수치를 계산하는 자연의 법칙을 알아내듯, 일종의 물리학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취급하여 통계학적으로 계산하고 평균치를 산출할 수 있는 것으로 하는 위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경제윤리 또한 심리학이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의 경우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목적인 정치학의 경우에도 심리학적 접근을 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 종교심의 약화에 어떤 책임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뜻으로 말하는 것이다. 스스로 정신적 치유를 받고『그리스도테라피』라는 치유에 관한 책을 쓴 신학교에서 철학 및 종교학을 강의하던 버나드 틸렐(Berarnd J. Tyrrell) 신부는 개신교 정신이 그리스도-사건의 정신 치료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 가톨릭보다 앞서 있음으로 배워야 할 것이라 한다.
심리학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토마스 호라(Thomas Hora)의 말대로 심리학자나 정신의학자들이 인간을 “하느님의 모상을 닮게 참조된 존재”로 인정하면서 치유를 하는가하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나온다. 세상엔 만연한 우울증이나 노이로제 증세와 경제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중에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큰 재산을 가진 재벌가 사람이 도박에 중독되어 해외에까지 가서 도박으로 수백억 원을 없앴다는 언론 보도를 보노라면, 종교와 윤리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한 숙고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기 5세기에 오랜 정신적 방황 끝에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성 아우구스티노는 하느님을 찾기까지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자신이 쓴 『고백록』에 적었다. 우리가 불안감에 싸여 살아가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경우는 아마도 우리의 믿음이 얕아져, 하느님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능력이나 재산에 의존하려는 자세에서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 청년시기를 지나 노년에 들어도 마음속 깊이 순수한 어린이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키에르게고르는 어린이들이 놀 때 어머니나 아버지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아버지나 어머니 눈앞에서 놀 때 안심하고 즐겁다. 어른이 된 모든 그리스도인도 삶을 영위하면서 하느님께서 보시는 앞에서 지낼 때 불안에서 해방되어 행복해질 것이라 했다. 이 이야기는 이미 성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록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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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많은 학자들이 교회에서 윤리학을 가르치면서 성서적 근반을 가진 경제윤리학을 정규과목에 포함시키지 않은데 대하여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무어 목사의 말대로 성직자들이 “돈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면, 신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영역의 활동에 대한 가르침을 줄 수 없을 것이고, 그 결과는 경제윤리에 있어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될 것이며, 그리스도인들이 더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애덤 스미스를 그리스도교 도덕철학자로 보지 않고 경제학자로 보고 있다. 경제학에서 윤리적인 요소가 배제하는 것은 이미 오랜 전통이 되었다. 무어 목사는 신구약성서에 나오는 돈과 관련된 말씀을 연구하고, 경제윤리의 관점에서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은 경제행위에 있어 기본적인 원리는 아래 말씀이 아닐까 한다. 이 말씀을 성서학자의 해석에 의존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 이 글을 쓰는 사람은 경제행위를 함에 있어서 특히 글자그대로 믿는 것이 올바르다고 본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잘 알고 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마태: 6:3-34)
성서의 말씀을 선별적으로 택하여 자의적인 해석을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이런 경우에도 성찰을 통해 영감을 얻어 그리스도인으로서 양심에 어긋나는 경제행위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려가 되고 있는 것은 현실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인들이 경제윤리를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으로 생각하여, 교회의 가르침이 있든 없든 실생활에 교회의 가르침이나 성서에 기반을 둔 윤리적 지침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조차 하지 않고 지낸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불의와 불의한 경제구조를 비판하면서 사회정의나 사회윤리, 또는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사회정의나 사회윤리, 사회적 책임이란 말은 개인이 사회에 요구하는 책임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사회에 대한 묻는 것이다.
불의한 사회, 불의한 경제구조는 아담으로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쌓여온 원죄의 현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물론 가난한 사람들의 분노를 이용하여 하느님의 존재를 부인하는 칼 맑스의 주장에 따라 구조적 죄악(structural sins)을 실체화한 공산주의체제 아래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도 빈부격차라는 불의한 죄의 구조가 자리 잡고 더욱 확대-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죄의 구조 내지 구조적 불의에 대해 나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이 쌓여진 것이니 사회나 국가에 대해 배타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주장한다면 마치 나치 전범인 아이히만(Adolf Eichmaa)이 자신은 거대한 기계의 나사 한 개와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책임은 독일인 전체가 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을 희생 제물로 인정해 달라고 주장한 것과 다름이 없는 것으로 개인의 모든 책임을 공동체에 전가하게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것은 그리스도교적 경제윤리의 붕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고, 사도 야고보의 다음 말씀을 잊은 것이다.
“유혹을 당할 때는 아무도 ‘하느님께서 나를 유혹하십니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악의 유혹을 당하실 분도 아니지만 악을 행하도록 사람을 유혹하실 분도 아니십니다. 사실은 사람이 자기 욕심에 끌려서 유혹을 당하고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프린스턴대학의 종교연구소(The Center for the Study of American Religion)에서 많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더 교회재정이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면 헌금을 더 적게 할 것이라는 뜻밖의 응답이 나왔다. 이 조사연구를 주도한 우트노(Robert Wuthnow)는 교회가 신앙, 노동, 돈, 가난한 이들에 대한 기부와 사회정의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관계에 대해서 더 많이 말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진단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형이상학을 기초로 초심리학파(metapsychiatry)를 창설한 토마스 호라 박사는 “모든 질병은 심리에서 유래하고 그 치유는 영성적인 방법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언명은 경제행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존 템플턴 경은 여론에 동조하여 움직이는 사람인들 심리와는 반대로 영적인 식별에 의존하여 자산을 운용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탐욕에 사로잡혀 구매에 열중할 때, 그는 팔았고, 모든 사람이 희망을 잃고 내다팔 때 그는 사들였다. 그는 이렇게 자산을 운용함으로써 수시로 인간을 지배하는 공포와 탐욕을 절제하는 신중성을 우리에게 가르친 것이다.
박상조 pxzsim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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