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각으로 수천억 수익을 올린 미국계 투기펀드 론스타가 탈세를 위해 지난 2월부터 미국 상원과 하원, 재무부, 상무부, 무역대표부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음이 언론 보도로 밝혀진 가운데, 이미 지난해 5월부터 전방위 로비가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문서들이 드러났다.

▲ 론스타 로비 보고서 목록.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위원장 신학림)은 23일 성명을 내어 미 의회 홈페이지(http://sopr.senate.gov)에 게시된 론스타 관련 자료들을 거론하며 “한미자유무역협정 협상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론스타 문제를 협정 내용에 준용해 처리하자고 주장한 적이 있는지를 밝힐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또 “론스타의 외환은행 편법 인수 의혹에 대한 감사원 조사와 검찰 수사가 지난 2월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시작 선언 이후 강도 높게 진행된 배경을 공개하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론스타 문제는 조세 정의 차원이 아닌 한미자유무역협정 협상용 카드의 하나로 전락할 우려가 매우 높다”며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한 론스타의 전방위 로비를 수용하지 않고 한국에서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지금당장 중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론스타 전방위 로비, 세무조사 직후인 작년 5월에 시작

언론노조가 거론한 문서는 론스타가 2005년 5월 25일 이미 ‘한국정부와 투자자 조세관계’라고 명시한 로비활동을 처음 등록했으며, 같은 해 6월 13일 같은 내용의 로비 목적을 적은 로비활동이 등록됐음을 밝히고 있다.

론스타가 작년 두 차례 벌인 로비 상대로는 “상원과 하원, 재무부, 무역대표부‘가 공통으로 들어가며, 5월에는 국무부와 백악관 비서설, 6월에는 상무부가 대상에 포함된다.

▲ 론스타의 2005년 5월 25일 로비보고서. ⓒ www.sopr.senate.gov

언론노조는 특히 론스타의 로비 시점에 주목했다. 5월25일 론스타의 로비활동은 2005년 4월 12일과 21일 론스타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직후 시작됐다는 것이다.

론스타는 2005년 초 스타타워 빌딩을 매각하고 2,800억의 차익을 얻고도 부동산이 아닌 주식을 사고파는 편법으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고, 당시 국세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통용되는 조세원리를 이용해 과세방침을 세우고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언론노조는 또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한다고 밝힌 2006년 2월 2월 직후인 2월 10일 상원 사무처에 론스타의 로비활동이 접수됐다”고 지적했다.

론스타 2월 10일 로비 보고서, 자유무역협정 협정문 이미 완성?

론스타가 2월 10일 접수한 로비 보고서에는 “한국 정부와 투자자 조세관계와 ‘제안돼 있는(proposed) 미·한 자유무역협정’(FTA)에서 투자자 보호”라고 명시되어 있다.

언론노조는 “여기서 말하는 ‘투자자 보호’의 내용이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론스타가 세무조사가 시작된 후 2005년 5월부터 벌인 로비활동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미국의 ‘양자투자협정 2004년 모델’에 따라 투자유치국 정부에 대한 제소권을 비롯한 투자자 권리를 대폭 반영하라는 강력한 로비를 벌여 한국에서 탈세에 이용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언론노조는 또 2월 접수한 로비 보고서에 있는 ‘제안돼 있는(proposed) 미·한 자유무역협정’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전례 없는(un-precedented) 사전협의’를 거쳐 한·미 두 나라가 이미 자유무역협정 협정문을 거의 완성해 놓은 상태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정부, 투자자 - 정부 제소권 인정 등... 론스타 로비 요구 받아들인 셈

언론노조는 “투자유치국 정부에 대한 투자자 제소권 인정을 비롯한 미국의 ‘양자투자협정 2004년 모델’을 한국정부가 지난 5월 19일 미국에 전달한 협정문 초안에서 전폭 수용한 것은 론스타가 로비로 요구한 내용을 받아들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한국정부는 그동안 도하개발의제를 비롯해 다자협상에서 핫머니나 지식재산권은 물론 주식·채권 투자자금은 ‘투자’개념에서 제외하고 장기투자만을 투자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며 “그러나 결국은 론스타를 비롯한 투기자본의 편을 들어주었다”고 밝혔다.

한국정부가 수용한 주요 내용은 ▲투자의향 단계부터 국내기업과 동일 대우 ▲현지인과 현지부품 사용·기술이전 등 이행의무 부과금지 ▲투자자 재산의 직·간접적 수용 때 정부의 보상 ▲투자 관련 분쟁 때 투자유치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투자자 권리 인정 ▲핫머니·지식재산권 등 투자개념 인정 등이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