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1970년~1979년)~(5)

3) <서울제일교회> 대학생회
- 사회과학 공부하는 교회대학생부(2)
 
1973년 6월 “남산부활절연합예배사건” 사건으로 박형규·권호경 목사님들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여 발족(發足)한지 겨우 6개월이 조금 지난 걸음마 수준의 대학생회는 첫 시련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사회과학 세미나를 중단하지 않는 가운데에서, 당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박성자 전도사(목사, <잠실교회> 원로목사)의 보살핌 하에서, 더러는 교회의 성가대원으로, 더러는 중·고등부 반사로서, 위기(危機)의 <서울제일교회>의 유지(維持)를 위해 힘을 보태었다. 그때 우리는 박 전도사님을 “우리의 신앙의 어머니”라고 고백하였다.

특별히 7월에는 대학생부는 “박형규·권호경 목사님 석방을 위한 전국교회 청년·대학생회 연합기도회”를 개최하였다. 이 기도회에서는 서경석(목사, <경실련> 초대 사무총장)이 이끌고 있던 예장 <새문안교회> 대학생부 회원들과, 황주석(작고, 전<YMCA전국연맹> 부장)이 이끌던 기장 <창현교회> 대학생회 회원 등 서울시내 여러 교회청년·대학생회 회원 350명의 간절한 기도소리가 <서울제일교회>의 좁은 예배당을 가득 채웠다. 이 기도회에는 <한신대>교수인 문동환 목사님이 설교를 맡아 주었다.

우리들의 이런 기도는 그 이후 <KNCC>, <KSCF>의 석방운동으로 이어져, 이 해 9월에 두 목사님들은 보석(保釋)으로 석방되었고. 뒤이은 법원의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이것으로 목사 등 기독교인들을 내란음모로 몰아 유신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박정희 정권의 음모(陰謀)는 좌절(挫折)되었고, 오히려 이 사건을 계기로 <KNCC>와<KSCF>가 1970년대 이후 이어지는 한국교회의 반독재·민주화 운동의 중심으로 부상(浮上)되게 되었다.

1972년 성탄절의 연극 “어느 노동자의 크리스마스”의 연출을 맡은 홍세화(<한겨레신문>대기자, 당시 문리대 4학년)는 이 연극의 주연(主演)으로 당시 서울대 문리대 연극반 반원(班員)인 구창완(목사, 대만주재 선교사, 당시 문리대 1년)을 차출(差出)하였다.

연극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낸 후, 주연을 맡은 인연으로 구창완은 <서울제일교회> 대학생회 회원으로 남았고, 원래 기독교인인 그는 1973년 8월에 서울대 시위사건으로 도피(逃避) 중인 필자(筆者)에 이어 제2대 회장을 맡게 되었다.

1973년 연말 대학생회는 제2대 회장 구창완의 주도(主導)로 두 번째 사회극 ‘청산별곡’(김지하 작, 임진택 연출, 채희완 안무)을 공연하였다. 그해 4월에 결성된 서울 문리대의 <가면극 연구회>(회장 채희완) 회원들의 지도(指導)로 준비된 이 연극은 <서울제일교회> 교인들 외에도 일반 학생·청년 관객들 300여명이 관람(觀覽)하였다.

당시 모든 대학에서 이념 서클들이 해체된 상황에서 유독(惟獨) 신생(新生) <가면극 연구회>는 민속예술을 전승(傳承)·보존(保存)한다는 명목(名目)으로 학교당국의 활동허가는 물론 재정적 지원(支援)까지 받아 내는데 성공하였다. 그 때에 당국(當局)은 이들이 이념서클들을 대신(代身)하여 70년대 중반 이후, 학생운동의 선전반(宣傳班) 역할을 할 줄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使命) 중 그 첫 사명이, 한국 최초로 교회에서 성극(聖劇) 대신 사회극(社會劇)을 실험하고자 하는 <서울제일교회> 대학생회를 지원(支援)하는 것이라고 인식하였던 것이다.

그 후 구창완은 고등학생부 지도교사, 성가대 지휘자로 봉사하였으며, <서울제일교회>의 중심역할을 수행하였고, 그후 <한국신학대학>에 편입(編入)하여 목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는 박형규 목사, 서도섭 목사에 이어 <서울제일교회> 제 4대 담임목사로 임직(任職)하였다.

▲ 민청학련사건 배후로 지목되어 구속되었다가 풀려난 박형규 목사.(사진: open archives)

1974년 4월, ‘민청학련사건’ 등으로 박형규 목사와 권호경 목사, 이직형 장로와 나병식, 필자 등 대학생회 초대 회원들, 구창완, 윤관덕 등 2대 회원이 구속되었다. 그때의 구속된 목사·학생 등 교인들의 징역(懲役) 총 년 수가 75년에 달한다고 했던 것처럼 <서울제일교회>는 말 그대로 완전히 쑥대밭이 되었다.

이런 시기에 제 3대 회장을 맡은 한승호(<충남대학교>겸임교수, 전 당시 서울대)는 흩어진 회원들을 다시 끌어 모으고, 신입회원들을 뽑고, 일본어 공부를 하고, 사당도 빈민지역 실태조사를 하는 등, 학업도 가정도 팽개치고, “쑥대밭이 된<서울제일교회>”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노력하였다.

그가 회장으로 재임당시 대학생부는 사회극 “금관의 예수”(김지하 작)를 준비하였다. 그러나 이 연극은 당국의 방해로 공연을 될 수는 없었고, 교회당을 가득 채운 300여명의 관객들은 양두석의 창(唱) “진오귀”로 섭섭함을 달래야만 했다.

“쑥대밭이 된<서울제일교회>”를 정상화시킨 후 1974년 중반 자신의 동기인 오세구에게 회장직(제4대)을 물려준, 한승호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당시 회장은 현 <기사연 원장 성해용 목사) 산하(傘下)의 ‘문화선교위원회’를 발족하여 초대회장을 맡아 기독교문화운동의 발전을 위해 매진(邁進)하였다. 그 이후 역대(歷代) 회장은 다음과 같았다.

1974년 제4대 회장 오세구(작고, 전<민중교육연구소> 연구원, 당시 서울대),
1975년 제 5대 회장 기길동(전<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 당시 서울대).
1976년 제6대 회장 박세현(재미, 당시 광운대).
1977년, 제 7대 회장 황인하(작고, 전<주식회사 대우 자동차> 근무, 당시 서울대).

1972년 말에 발족된 <서울제일교회> 대학생회의 학번 별(學番別) 회원들은 대강(大綱) 다음과 같았다.

70학번 회원들은 나병식, 강영원 박원표 김회곤, 김경남, 신혜수, 김은혜, 차옥숭.
71학번 회원들은 임상택, 황인성, 최준영, 이영우,
72학번 회원들은 구창완, 정인숙(<서울제일교회>시무장로, 당시 이대), 조중래(<국민대>교수, 당시 서울대), 강정례(미국 거주, 당시 이대 ), 윤관덕(학원운영, 당시 고려대 ), 박혜숙 등.
73학번 회원들은 한승호, 오세구(작고, 당시 서울대), 황은선(당시 성신여대). 백미서(전 <동국대>겸임교수, 당시 이대), 김희은(<여성사회교육원>원장, 당시 이대), 이형숙(당시 숙대), 양두석(전 <한국보험연수원> 부원장, 당시 국민대), 신희춘(전 <롯데호텔>근무, 당시 서울대), 김기정(<주거연합>대표, 당시 서울대) 등.
74학번 회원들은 기길동, 주재석(<민주노총>창원 지부 지도위원, 당시 서울대), 박찬우(전 고등학교 교사, 당시 서울대), 최규덕(전<국민은행> 지점장, 당시 서울대), 이창호(<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근무, 당시 서울대), 정창균(개인사업, 전 서울대), 박혁순(<목포대> 교수, 당시 서울대), 지두환(<국민대>교수, 당시 서울대), 김만중(당시 서울대) 등.
75학번은 박세현, 이창호(전 <성심여고> 교사, 당시 서강대), 이경숙(당시 서강대), 윤후덕(<새정련> 국회의원, 당시 연세대) 한승동(<한겨레신문> 대기자, 당시 서강대), 이구슬(당시 외대) 등.
76학번 아래로는 백금서 (<조선대>겸임교수, 당시 성균관대), 안동환(전 <SK> 훈련원장, 당시 서강대), 김왕태(<의정부의료원> 원장, 당시 서강대), 장경우(학원경영, 당시 서울대), 이승숙(당시 이대), 한석희(고등학교 교사, 당시 서강대) 등등이었다.

1975년 우리들이 석방되어 귀환하기까지 제1기의 박원표와 임상택이 대학생회 후배들과 배움을 같이 해주었다. 나는 석방되어 복귀한 후 대학생회 선배로서, 그리고 <서울제일교회> 전도사로서, 1977년 말까지 대학생회 후배들과 배움과 실천을 같이 하려고 했다.

나는 <후사연>의 선배들로부터 소개받았던 사회과학 교재들로 후배들과 함께 공부를 했고, 노동자, 농민, 빈민들과의 동행을 위해 농촌봉사활동, 노동자, 빈민 야학의 실시 등을 권면하였다. 기장 <베다니 기도원>, 성공회 <성 미카엘 수도원>, 경기도의 정성국 장로(정광서 목사의 부친)의 농장(農場) 등지에서 수련회를 하며, 올바르게 살아가는 길에 대한 배움과 의지를 다졌다.

1975년에는 경기도 양평으로 농활을 실시하였고, 1976년에는, 교회의 지하실을 이용하여 중부시장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야학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 야학은 1977년에 들어서서 대학생부 회원들과 중부시장 노동자들과 동등(同等)한 형제로서의 만나자는 뜻을 지닌 ‘형제의 집’으로 결성·발전하였다.

<서울제일교회> 대학생회의 소문이 알려지자, <새문안교회>, <창현교회> 등에서 ‘사회과학 공부하는 교회대학생회’가 속속들이 나타났으며, 나중에는 보수적인 교회들을 제외하고는 사회과학 공부하는 교회대학생회로 모이지 않는 교회가 드물 정도가 되었다.

이들 교회 대학생·청년들은 1973년 ‘남산 부할절 예배 사건’, 1975년 ‘선교자금 횡령사건’ 등으로 박형규 목사와 권호경 목사의 구속 시, 이분들의 석방을 위한 연합기도회에 함께 참가하며 연대와 협력관계를 넓혀갔다.

1975년 <KNCC>는 이와 같은 새로운 교회 청년들의 힘을 아울러 내기 위해 청년부(당시 서경석 간사 담당) 산하(傘下)에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초대회장, 송진섭)를 신설하였다. <EYC>는 기존(旣存)의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와 더불어, 1970년대 이후 한국기독청년·학생 민주화 운동의 쌍두마차가 되었다.

1973년부터 대학생회 회원들은 처음에는 기존 기독교인들로서 일요예배 참석, 성가대원의 봉사, 중고등부 교사로의 봉사 등을 통하여 <서울제일교회>의 신도가 되었으며, 또한 비기독교인 회원들도 차례로 세례를 받고 <서울제일교회>의 신도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들과 친지들도 교회로 인도하는 회원들도 생겨났다. 특히 강영원은 자신의 부모님과 동생들을 교회로 인도하는데 앞장을 섰다. 강영원의 부친 강승택 아버님은 나중에 <서울제일교회> 장로로 피택되어 시무하셨다. 72학번 강정례는 그의 누이 동생이고, 후일 그의 막내 동생 강상원의 부부도 열렬(烈烈)한 신도가 된다. 뿐만 아니라 73학번, 이형숙 회원은 그의 과외(課外) 제자이었다.

다른 교회에 출석하던 제2대회장 구창완의 두 여동생 구은희와 구선희도 전입해 왔다. 심지어는 <형제의 집> 노동자 회원들도 세례를 받고 신도가 되었다. 김장수, 이주열, 장옥자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었다. 대학생회 회원들 외에도 민주화를 염원하는 많은 인사들이 속속 박형규 목사의 품으로 모여들었다.

두 목사님들의 명예를 실추(失墜)시켜 <서울제일교회>를 와해시키고자 했던 독재정권의 의도(意圖)와는 반대로 두 분의 목회자와 대학생회 회원들의 계속된 구속(拘束)에도 불구하고 신도 수는 점점 늘어났고, <서울제일교회>는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널리 알려진 민주화 운동의 메카가 되었다.
 
대표적인 인사들로는 손학규 씨(전<민주당> 국회의원, 당시 <수도권> 간사)의 부부, 이창식 씨(전<YMCA>연맹 부장, 당시 서울대 대학원) 부부, 이직형 씨(전<서울제일교회> 장로, 당시<KSCF> 총무> 부부, 유일상 씨(전<건국대>교수) 부부, 고민영 목사(전<기장 선교원>원장) 부부, 한용상 씨(당시 <CBS> 국장) 부부, 김재훈 씨(전<유가협> 회장) 부부, 임기란 씨(전 <유가협> 총무) 등등 이루 다 기억할 수 없다.

그 결과 1972년 말, 대학생회가 설립된 당시 50여명 정도였던 신도 수는 1977년에 이르러 200여명으로 증가(增加)하였다. 나는 “역사를 움직이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의 현장(現場)을 목도(目睹)하였다.

당신들과 함께하여 나는 행복했다.

<필자 소개> 김경남 목사 1949년 (66세) 전남 완도 생 광주제일고등학교, 서울법대, 한국신학대학 졸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 총무, <한국민주화기독교민주동지회> 동경자료센터 관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사무국장, 무주<푸른꿈고등학교> 교장, <한국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업본부장,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김경남 목사  gisoo9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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