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빨간 근본주의자이다’
빨간 색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상징성을 갖고 있다. 우선 ‘빨강’ 색은 혁명의 색깔이었다. 20세기 초엽 각종 학생운동과 공산주의 운동이 붉은 깃발 아래 일어났던 일을 역사적으로 기억한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일상 언어의 용례 속에서 ‘새빨간’이라는 형용사가 ‘거짓말’이라는 명사와 짝을 이루는 말임을 보게 된다. 여기서 새빨간이라는 형용사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뜻과 ‘벌거벗은 듯이’ 뻔하다는 뜻 모두를 함축한다.
따라서 “빨간 근본주의”라는 것은 곧 ‘너무나 명명백백하게 근본적인 것을 주장하는 주의’를 의미할 것이다. 빨간 색의 이 이중적 상징성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이중성을 반영한다. 빨간 근본주의는 가능한가? 근본적인 것을 사유하는 방식을 실재(the Real)를 사유하는 형식으로 생각한다면, 그리고 ‘빨간’이라는 형용사가 바로 그 근원적인 것을 명명백백하게 드러내는 수식어라고 생각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도착된(perverted) 상징계 안에서 ‘빨간’은 부정적 함의를 지닌다. 특별히 한국 사회에서 그것은 정치적 좌파를 가리키는 색이다. 기독교를 부인하는 마르크스적 유물론의 이념을 기반으로 하는 좌파의 사유방식 말이다.
이은경은 ‘빨간 색’이 체제로부터 부인당한 욕망의 색이라 하였다.(춤춰라 어디서든지 힘차게 멋있게 춤춰라) 가부장적 종교 질서 하에서 금지된 것을 상징하는 색 말이다. 김희헌은 또한 이 빨간 색을 한국 사회의 반공 이데올로기에 의해 저주받은 색이라 분석한다.(근본주의, 그것이 욕망하는 빨강 구두의 정체) 그런데 김희헌은 더 나아가서 우리 한국사회의 근본주의는 ‘빨간 구두를 욕망한다’고 보았다. 필자는 이 역설을 상징계의 도착된 구조라 이름할 것이다. 즉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귀속된 지배체제는 지구촌 자본주의의 상징계로서 우리는 소비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철학자 지젝(Slavoj Žižek)은 『고통 중의 하나님』(God in Pain)이라는 책에서 우리 시대 도착된 믿음의 구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까라마초프가의 형제들』이라는 책을 쓸 당시에는 ‘만일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말을 선포할 수 있었다. 즉 하나님은 우리가 살아가는 상징계의 도덕적 윤리적 토대가 된다는 말이다.
도덕은 양심의 부정적 음성을 통해 우리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규정한다. 그래서 도덕이 올곧게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할 수가 없다. 즉 ‘모든 것이 (자기 하고 싶은대로) 가능하다면,’ 우리는 그 사회에는 도덕이나 윤리가 온전히 서 있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지젝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들의 시대는 ‘만일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금지된다.’ 우리 시대의 역설이다. 만일 종교가 그 힘을 강력하게 발휘할 수 있다면, 역설적으로 도덕이나 윤리가 자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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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을 꼬집으면서 철학자 지젝은 오늘날 종교가 도덕과 윤리의 토대로 더 이상 기능하지 않고 있음을 고발한 것이며, 역설적이게도 선한 행위들은 신의 이름과 무관하게 실천되고 있는 현실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왜 우리는 종교적일수록, 더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는 상징계를 창출해 내게 되었는가?
오늘 우리의 믿음은 충분히 신앙적인가?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지젝(Slavoj Žižek)은 영화 <니노치카>의 한 장면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진리 한 자락을 열어준다.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주인공은 커피가 마시고 싶어 카페에 들어가 ‘크림 없는 커피’를 주문한다. 그러자 카페의 웨이터는 무척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죄송합니다만 지금 저희가 크림이 다 떨어졌습니다. 대신 오늘 들어온 신선한 우유는 많이 있습니다. 우유 없는 커피를 드려도 될까요?”
언뜻 동문서답같은 이 대사의 나눔을 통해 우리는 ‘커피’라는 대상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이 손님과 웨이터에게는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게 된다. 즉 현재 지금 바로 여기에 존재하는 존재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부재하는 것 혹은 결여된 것이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금 여기에 없는 것이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없는 것(the nothing)은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설적으로 부재함으로 현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없는 것이 현재의 현실에서 존재하는 효과를 가지려면, 그 없는 것은 단지 부재하거나 결여된 것이 아니라, 있다고 믿어져야 한다. 혹은 있어야만 한다고 요청된다.
하지만 그는 커피가 마시고 싶었고, 자신이 마시는 커피를 ‘이 없는 것’을 통해 규정하였다. 사실 크림 없는 커피와 우유 없는 커피는 유물론적 관점으로 보자면, 전혀 차이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그 손님과 웨이타는 ‘없는 것을 통해 규정되는 커피’가 서로 다르다고 보았다. 그 없는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적으로 유물론적인 바로 지금 이 세계는 철저히 믿음의 세계인 것이다. 문제는 그 믿음이 철저히 도착되어(perverted) 있다는 것이다.
이 도착된 믿음의 상징계를 넘어갈 수 있는가? 바로 거기에 기독교의 미래가 있고, 바로 거기에 진정한 근본주의의 가능성 즉 실재주의의 가능성이 놓여있다. 우리는 기억한다. 루터의 종교개혁 원리들 중 핵심인 ‘오직 성서로만’(sola scriptura)를 말이다. 오늘 우리의 기독교는 이 종교개혁의 핵심 원리를 무척 도착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며 살아간다.
당대 교회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루터는 깊은 위기와 좌절에 빠져들었다. 교회에 “환멸”1)을 느낀 것이다. 도무지 자신의 텍스트 경험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그래서 읽는다. 그리고 또 읽는다. 읽다가 이제 텍스트에다 대고 성을 낸다. 도대체 이런 텍스트가 나의 현실적 고통과 좌절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래서 결국 당대의 교회의 현실 앞에서 루터는 하나님을 저주하고 증오하는 신성모독의 지경에 이르기까지 한다.
“인간에게 지킬 수도 없는 법을 내려주고서 법을 지키지 못한다고 정의(正義)에 따라 정죄”2)하는 하나님의 정의는 결코 정의롭지 못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부정의한 신에 루터는 저항했다. 하지만 그 저항은 결국 ‘순종’일 수밖에 없었다. 저항하는 텍스트를 붙들고 다시 또 읽었다. 텍스트를 읽고 또 읽고 강의를 준비하는 “학자의 따분한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저항했다. 그렇게 저항하면서도 루터는 끝까지 텍스트를 붙들었다. 결국 텍스트3)가 루터에게 말을 걸었다.
정의는 죄지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는 죄와 불의에 빠진 사람들을 그것들로부터 건져내어 정의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바로 그 텍스트. 이제 텍스트의 말씀이 루터의 육신의 삶이 된다. 여기서 텍스트를 읽는 경험은 우리에게 명확한 대답을 바로 제시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주목하는 점이 중요하다. 성서는 우리에게 답을 제시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 현실의 상징계 속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주체를 구성하는 우리들에게 물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바로 그것이 루터의 성서 읽기 경험이었던 것이다.
사사키 아타루는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 그것은 곧 “고쳐 읽는 것”이고 그래서 그것은 다시 “고쳐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4) 읽는 것이 쓰는 것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얌전하고 조용한 성찰의 시간이 아니라, 모든 것이 뒤집어지고, 모든 경계가 희미해지고, 무엇을 믿는지 무엇을 불신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시공간으로 진입하는 것이며, 그 막막한 시공간에서 해석의 전투를 통한 혁명이 일어난다.
책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자신과 세계가 동시에 믿을 수 없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쓴다는 것에 대해서도 '신앙'은 사라집니다. 그 한 행을 믿지 않는다면 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쓰는 것'은 지우고 고쳐 쓴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것을 지우고 고쳐 쓸 수 있다는 것은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 행을 쓸 때 자신은 그것을 정말 믿는 것일까요? 한 행을 지울 때 자신은 그것이 정말로 믿을 수 없는 것일까요? 믿지 않는다면 고쳐 쓸 수 없지만, 고쳐 쓸 수 있다는 것은 믿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신(信)과 불신의 이분법은 다 같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거기에 무한한 회색의 투쟁 공간이 출현합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습니다. '최후에는 고독한 전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그것은 쓰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가 혁명의 장소입니다. 혁명의 시간입니다. 이 시공은 끝나지 않습니다. 정의상, 끝날 수 없는 것입니다.5)
중요한 핵심 중 하나는 ‘글을 읽는다’가 아니라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이다. 텍스트(text)란 언제나 컨텍스트(context)를 가리킨다. 하나의 단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그 단어가 쓰여진 문장의 앞뒤 맥락에서 읽는다는 것이고, 하나의 문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그 문장이 쓰여진 전후 문장들의 맥락에서 읽고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어나 문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그 단어나 문장이 속한 ‘맥락’(context)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맥락을 의미하는 context는 접두어 ‘con’과 ‘text’라는 단어가 결합한 것인데, 여기서 접두어 ‘con’은 본래 ‘함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맥락이란 언제나 텍스트들이 함께 있는 것, 그것들이 형성하는 흐름을 가리킨다. 말씀(the Word)은 바로 그 컨/텍스트(con/text)로부터 일어난다. 읽고 또 읽고, 고쳐 읽고 그리고 고쳐 쓰는 과정에서 ‘말씀’은 읽는 자에게 주체를 불러 일으킨다. 행동을 촉구하는 주체 말이다. 그래서 황제 카를5세가 장악하고 있는 보름스 국회에 출석하여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라는 요구에 루터는 이렇게 답한다.
..... 나는 계속 내가 든 성구를 따르겠다. 나의 양심은 [하느님의] 말에 사로잡혀 있다. 나는 내 주장을 철회할 수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는 것은 확실하기는 해도 득책(得策)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이시여, 저를 도와 주소서. 아멘.
나, 여기에 선다. 나에게는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6)
그렇다 루터는 대답한다. “나는 내가 든 [성경 말씀을] 계속 따르겠다”고. 그래서 “나 여기에 선다. 나에게는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바로 이것이 텍스트를 읽는 경험이 가져오는 주체의 출현이다. 그 주체는 기존의 내가 살아오던 방식에 결정적인 분열을 가져오며, 평화가 아니라 불화를 그리고 검을 가져온다. 그 말씀을 붙들고, 루터는 “불법자”(the outlaw)가 된다.
이 텍스트 혁명에서 가장 근원적인 핵심은 “양심의 준거점”을 어디에 둘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성서본문이 기록된 글자가 아니라 ‘텍스트’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텍스트란 언제나 컨텍스트 속에 있어서, 그의 이해를 위해서는 언제나 ‘해석의 개입’이 요구된다. 텍스트를 읽는 과정에서 해석적 주체의 개입이 이루어질 때, 결국 주체의 해석적 개입을 정초하는 확실한 토대는 이제 ‘개인의 양심’에 있는 것이다. 이 양심은 다른 누군가의 것이 아닌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의 것이다. 텍스트의 읽기를 통해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사유하는 지점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우리는 진정한 믿음의 세계로 진입한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성서 읽기’를 통해 무엇이 진정으로 올바른 것인지를 사유하는 지점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오히려 부정의에 침묵하고 복종하는 지점으로 나아가는 도착이 되고 있다. 교회 내에서 자행되는 수많은 부정의한 행위, 세습, 횡령, 성 추행 등 무신론자들에게도 낯 뜨거운 행위들이 믿음의 이름으로 묵인되는 교회 현실은 우리의 성서 읽기가 근본주의를 사유하는 지점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증언한다.
말씀을 읽는다는 것은 그저 글자를 읽었다는 뜻이 아니라, 말씀이 우리 삶 속에서 하나님의 성육신하심이 된다는 말이다. 즉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선포는 해방은 영적인 해방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 땅의 부정의와 고통은 육신적인 것이니, 무가치한 것에 탐닉하지 말고, 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사모하며, 참고 기다리라는 영지주의적 복음 해석에 대한 강력한 저항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육신이 말씀을 통해 영적인 해방의 상태나 해방의 영으로 승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세상의 고통과 절망의 한 복판으로 하나님이 내려오신다.
‘말씀’으로. 말씀은 무엇인가? 그것은 문자로 기록되어 박제된 문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쓰여진 문자들이 살아있는 말씀이었을 때 그것들은 나름 그 시대의 고통과 좌절에 대한 복음이었다. 따라서 루터는 책을, 성서를 읽었다. 그 텍스트 읽기를 통해 루터는 믿음으로 온전케 되는 실재의 세계로 나아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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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텍스트를 읽는 과정에서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을 접한다. 논리적인 단어들의 조합이 일관성 있게 다가오지 않을 때, 우리는 텍스트가 읽혀지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경우, 내가 텍스트로 향한 해석적 개입이 텍스트가 담지한 해석의 구조와 맞지 않는 경우이다. 다른 말로 텍스트의 패러다임이 해석자의 패러다임과 맞지 않는 경우 말이다.
때로는 텍스트의 모든 문장들이 너무도 이해가 되는데, 문제는 그 텍스트가 지시하는 현실의 사실은 도무지 텍스트와 들어맞지 않는다. 즉 텍스트가 지시하는 ‘사실’(fact)은 우리에게 그대로 아무런 장치 없이 모습을 드러내거나 파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엄연하고 환원 불가능한 사실을 접할 수 있으려면, 우리는 우리의 해석을 가능케 하는 해석적 이해구조 혹은 추상적 개념의 장치들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해석적 장치를 갖고 사실에 다가가기 때문에 우리는 해석적 개념장치들이 제거된 사실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수 없게 된다. 이를 “해석적 불확정성의 원리”라고 해도 될 듯하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본래 전자의 위치를 확정하면, 속도를 알 수 없고, 역으로 전자의 속도를 확정하면, 그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사실을 알려면, 추상적 해석 개념이 필요하고, 추상적 해석 개념을 도입하면, 해석이 배제된 원초적인 사실은 알 길이 없어지는 해석적 순환성과 유사하다. ‘텍스트’란 사실과 해석 사이에 개념적으로 설치되는 독해의 기제인 것이다.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사실로서의 텍스트는 결코 우리에게 순수하게 도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건-텍스트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사건-텍스트를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그리고 고쳐 읽고, 수정해 읽고, 변조해 읽고 하는 경험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고쳐 쓸 수 있을 때까지. 그 고쳐 씀을 통해서 우리의 텍스트 혁명이 이루어질 때까지. 바로 그것이 ‘근본주의’ 혹은 ‘신앙적 실재주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근본주의는 ‘빨강’의 이중성을 체현할 수밖에 없다. 근본주의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순응하지 않는다. 이 도착되고 왜곡되고 부정의한 현실에서 우리가 어찌 있는 현실 그대로를 침묵하며 순응할 수 있단 말인가? ‘빨강’은 혁명의 색깔이라고 했다. 그렇다. 빨강은 지금 이 부조리한 현실에 침묵하지 않고,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행위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신앙의 근본을 생각하고 믿는다면, 우리는 빨갛지 않을 수가 없다. 명명백백하지 않은가?
나는 빨간 근본주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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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퀜틴 스키너(Quentin Skinner), 『근대 정치사상의 토대 2: 종교개혁의 시대』(Foundations of Modern Political Thought 2: The Age of Reformation), 박동천 역 (서울: 한국문화사, 2012), 45. 2) 퀜틴 스키너, 『근대 정치사상의 토대 2: 종교개혁의 시대』, 45. 3)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시편 31편에 “주의 의로 나를 건지소서(in justitia tua libera me)”라는 구절에 대한 완전한 재해석이 떠오른 것을 가리킨다 (퀜틴 스키너, 『근대 정치사상의 토대 2: 종교개혁의 시대』, 45-46). 4) 사사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236. 5) 사사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236. 6) 사사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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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감리교신학대학 종교철학과, 보스턴대학 신학석사, 드류 대학 철학박사. 종교학과 철학과 신학의 접경 지역들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집중하며, 특별히 인지과학과 진화생물학의 연구결과들을 종교철학적으로 성찰해 나아가면서 ‘인-간’ 즉 ‘삶-사이’를 ‘인간-이후’ 시대에 어떻게 자리매김해 나갈 것인지를 궁리하고 있다. 현재 감리교신학대학 기독교통합학문연구소 소속으로 ‘트랜스휴머니즘 시대의 혼종적 인간론 연구: 화이트헤드의 사건적 존재론과 진화론과 인지과학을 통한 사이-존재로서 인간론 구성’이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에큐메니안 신학위원장으로 섬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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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준(본지 신학위원장 iljoon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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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징계 사건에 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