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한 여인의 호소가 4년째 외면되어 오고 있다. 바로 4년 전 탈북 해 남한으로 오게 된 탈북자 김련희 씨의 이야기다.

김 씨는 2011년 6월 중국으로 해외여행을 갔다가 남한에 가서 몇 달 일하면 많은 돈을 벌어올 수 있다는 브로커의 유혹에 속아 남한에 오게 되었다. 뒤늦게 중국으로 돌아가려면 몇 달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그녀는 국정원에 고향으로 돌려보내 줄 것을 강경하게 요구했지만 끝내 한국 정부는 여권조차 내주지 않았다. 북한으로 도망갈 것이라는 게 이유다.

김 씨는 탈북자 17명의 주소를 휴대폰에 입력하고 경찰에 전화해 북측에 보낼 정보를 수집했다고 알리며 간첩행세까지 했다. 혹시 간첩이라도 되면 자신을 강제추방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그녀는 징역형만 받았을 뿐 고향으로 돌아갈 길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종교인들이 인도주의적인 원칙과 종교적 사랑의 입장에서 ‘김련희 씨의 송환을 촉구하는 종교인 기자회견’을 3일(월) 오전 11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었다.

▲ 김련희씨의 송환을 촉구하는 종교인 기자회견이 3일(월) 오전 11시, 한국 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에큐메니안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의장 정금교 목사는 “신문을 통해 김련희 씨의 소식을 듣고 너무 딱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종교인으로서는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김 씨를 집으로 돌려보내고자 하는 생각을 퍼뜨리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종교인의 입장에서 발언한 문대골 목사(한국기독교평화연구소 고문)는 “해방 70년, 분단 70년의 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문제에 대해 우리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렇게 우는 딸을 놓고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대통령이 이것을 모를 리 없고, 국정원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정부가 이를 모른 척하는 것은 국민을 섬기는 올바른 정치가 아닌, 국민을 끌고 가려는 잘못된 정치다.”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와대, 국정원, 법조인들 모두가 협력해서 김 씨 송환을 돕는 연대를 조직해 되돌아 갈수 있는 길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사건을 계기로 남과 북이 다시 한 번 ‘우리가 하나’라는 고백을 더욱 뜨겁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 "가족의 품으로 가고싶다"고 호소하는 김련희씨.ⓒ에큐메니안

이어 법회스님은 “김련희 씨 사건은 가고 싶어 하는 나라로 가려고 하는 마음, 자식을 보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이 짓밟힌 사건”이라며, “그 마음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장경욱 변호사는 문서를 통해 “본 사건은 착오 내지는 기망에 의하여 탈북한 사람이 분단 체제의 특성상 자신의 실수에 비해 큰 대가를 치르게 된 사건”으로 보고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장 변호사는 김 씨가 탈북자 명단을 수집한 것에 대해,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수사기관에 의지한 극단적 선택으로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착오에 의한 탈북, 가족에게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큰 점, 남한 사회 적응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인도주의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련희 씨는 “인간으로 태어나 자기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이것을 가로막는 것은 반인륜적, 반인권적, 반 민주주의적이라 생각 한다”며, “체제, 이념을 초월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합법적인 절차를 받아 가족의 품으로 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