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은혜로 받은 ‘두 번째의 삶’

나는 2013년 2월 25일 오후 2시경, 자전거를 타기 운동을 하다가 돌산읍 해변 길 위에 쓰러졌다. 아니 쓰러졌다기보다는 주저앉았다. 다행히 긴급 출동한 119 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겨져 ‘심혈관 스텐트 삽입시술(施術)’을 받고 구사일생(九死一生)하였다.

1개월간의 응급실과 1개 월 간의 일반병실 등 2개월여의 병상(病床)에서 며칠 동안 발생한 일들을 생각해보니, 내가 살아 있는 것은 그야 말로 여러 우연(偶然)들이 겹쳐 이루어진 기적(奇蹟)이었다. 후일 나의 이 이야기를 들은 나상기 씨는 나와 유사한 경우를 당한 사람들을 위해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라고 했다. 그의 권유(勸誘)에 힘입어 다음과 같이 그때의 일을 기록한다. 조금은 장황(張皇)하다.

1. 두 번째의 귀농

나는 2008년 1월 <기사연> 원장을 사임하고 무주에서의 ‘두 번째의 귀농생활’을 시작했다. 1998년 국민의 정부는 민주적 시책(施策)의 일환(一環)으로 <국가인권위원회>를 신설한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그때 나는 이제부터는 더 이상 민간차원의 <인권위원회>의 역할이 필요 없게 되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KNCC> 인권위원회의 일을 고집(固執)하려는 것은 밥그릇 지키는 일일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래서 나는 그해 2월 <KNCC> 사회국장(인권위원회, URM 위원회, 그리고 신설된 환경위원회를 담당하는)을 사직하고, 오래 전부터 계획해 둔 바에 따라 전북 무주군 안성면 진도리에 귀농하여 있는 고(故) 허병섭 목사 곁으로 삶의 터를 옮겼다. 그러나 아직 때가 일렀는지, 농사 대신 같은 지역에서 대안학교를 시작한 교사들을 지원하는 일에 관계하게 되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본의 아니게 무주 <푸른꿈고등학교>의 교장직을 맞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법적인 교장 자격이 없는 나로 말미암아 학교가 교육청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支援)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2년 6개월 만에 교장직을 그만 두고 대신 <무주자활후원기관>을 설립하여 관장의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박형규 목사)의 사료관장으로 일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귀농(歸農)한지 3년이 채 못 된 2001년 11월에 무주를 떠나게 되었다. 그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사료관장, 사업본부장,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등의 일을 하다가 2008년 1월에 “두 번째 귀농”을 감행하게 된 것이었다.

나는 첫 번째 귀농 시 구입해 놓은 논 800평과 밭 2,000평의 작지 않은 전답(田畓)을 무농약·유기농을 고집(固執)하며 경작을 하는 등 나름대로는 열심히 노력을 했다. 제초제(除草劑)를 대신 우렁이를 사용하는 무농약 농법, 직접 제조한 액체비료를 사용한 유기농법(有機農法) 등 새벽부터 밤늦게 가지 내 나름대로 열심히 농사에 전념하였다.

나를 대신해 <무주자활후원기관>의 관장을 맡고 있던 농촌 출신 오용식 목사는 “형님, 그렇게 과욕(過慾)을 부리다가는 쓰러집니다.” 하고 염려 했다. “도시에서 온 놈들이 어떻게 견디어 내나 보자.”고 호시탐탐(虎視耽耽) 노려보고 있던 지역 원주민 농민들도 놀라워하며 나를 농민으로 인정해 줄 정도였다.

그러나 귀농 3년째에 들어섰을 즈음 오목사가 우려(憂慮) 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허리통증으로 농사일은 물론 움직이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었다. 나의 정황을 지켜보던 <푸른 꿈 고등학교> 이태룡 교장 선생은 수술(手術) 없이 시술(施術)만으로 허리 디스크를 치유하는 것으로 이름이 나있다는 부산 소재의 <김앤정 정형외과>를 소개하였다. 이 교장의 거듭된 권유에도 불구하고 고집으로 견디어 보려했던 나는 마침내 견딜 수 없어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기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이 교장의 말대로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시술을 거푸 두 차례나 받고도 차도(差度)가 없는 나에게 김 원장은 나의 병이 너무 고질(痼疾)이 되어 시술로는 안 되겠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수술을 받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수술을 끝낸 후, 김 원장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최소한 1년 동안은 농사일을 그만 두고 걷기 등 가벼운 운동 만 하면서 보내야 한다고 충고를 했다. 그러나 농사일은 그 충고를 받아드릴 수 있을 만큼 한가(閑暇)하게 나를 놓아 주지 않았다. 나는 매일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농사일을 보면서 쉴 수가 없었던 것이다.

1) 요양을 위해 여수로

수술한 허리의 통증은 줄지 않고, 급기야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 나는 결국 한 6개월간 쉬면서 요양하기 위해 농사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곳을 찾아 해남으로, 강진으로 돌아 다녔다. 그러던 중 문득 나는 ‘일본-고난의 현장 방문’ 시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지켜보면서,  “여수의 화타(華陀)라면, 목사님을 고칠 수 있을텐데....”하던 김정명 목사(전<KNCC> 인권위원장>, 당시 여수 <은혜교회> 담임)의 말이 생각이 생각났다.

그래서 2012년 6월에 나는 김 목사 교회의 신도이기도 한 ‘여수의 화타’ 정은영 원장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한의원과 가까운 돌산읍 초입(初入)에 원룸 1칸을 세내어 여수시로 거처를 옮겼다.

정은영 원장은 침술 치료를 해주면서 허리와 다리의 힘을 보강하기 위해 하루에 두 시간 정도 걷기 운동을 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일생 처음 갖는 여유(餘裕)와 호사(豪奢)를 즐기는 가운데 허리와 통증은 어느 정도 진정기미(鎭靜氣味)를 보였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일까? 6개월의 치료기간이 지난 그해 11월경, 이번에는 요통보다 더 고통스러운 통풍(痛風)이 나를 엄습해 왔다. ‘화타’의 침술로는 통증을 진정(鎭靜)시킬 수 없어서 찾아간 A통증전문 병원장 K 박사는 통풍은 지나친 걷기운동 때문이라며, 체중이 발목으로 몰리는 걷기운동 대신에 체중의 부담이 덜 한 자전거 타기 운동으로 바꾸라고 처방했다. K 박사의 처방에 따라 나는 자전거를 급매(急賣)하여, 걷기 대신 2시간의 자전거 타기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2) 자전거 타기 운동 중 쓰러지다.

자전거 타기를 시작한 지 2개월이 지난 2013년 2월 25일, 평소(平素)보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그날은 새벽 운동 대신 오후 2시경 집을 나왔다. 운동코스인 ‘여수 엑스포용 주차장 광장’의 둘레를 주행하던 중이었다. 그 광장의 입구에서 시작되는 해변도로의 들어섰을 무렵,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온몸에서 힘이 쏙 빠져 페달을 밟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자주 일어나는 것이어서 평시에는 이런 증상이 나타나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한 20분 정도 더 주행(走行)한 후 내려서 쉬곤 했다. 그런데 이날은 어쩐지 내려서 길옆 벤치에 앉아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시와 달리 식은땀이 나고 온몸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아, 자전거에서 내려 길 옆 벤치에 앉으려고 했다. 그러나 벤치에 앉기도 어려워 그냥 땅바닥에 절퍽 앉아 버리고 말았다.

도움을 요청하려고 해도 걷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아침과는 달리 그 시간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다. 정신은 별로 혼미(昏迷)하지 않았다. 우선 나는 휴대 전화로 일단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불렀다. 그날따라 다행스럽게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최 연석 목사(여수 <중부교회> 담임목사)에게 전화를 했다.

최목사는 나의 고등학교, 한신대학교 후배로서, 내가 1974년 민청학련사건으로 구속되어 있을 때, ‘나의 공범’인 박재천 군(<제정구기념사업회>이사장, 당시 한신대 3년) 등과 함께 향린교회 장학금 20만원을 전달하러 왔다가 모친에게 문전박대(門前薄待)를 당하고, 장학금도 전해 주지 못하고 쫓겨난 것은 하나의 전설(傳說)처럼 회자(膾炙)된 적이 있다. 그 당시 라디오도 신문도 없었던 우리 집 형편에 교회 외에는 친교(親交)할 곳이 없었던 나의 모친은 <민청학련사건>이 빨갱이들이 저지른 사건이고, 그들이 전달하러 온 장학금이 빨갱이들의 자금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모를 일이다.

그날은 <여천전남병원>에 입원하는데 최 목사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최 목사는 내가 허리 때문에 요양하러 왔다는 말을 들은 후부터는 만날 때마다, “형님은 <여천전남병원>의 김 원장에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하곤 했다. 최 목사의 친지 중 한 사람인 정형외과 전문의 김동명 박사가 <여천전남병원>의 원장으로 있는데, 그라면 나의 허리통증을 “끝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3) 침묵의 병-심혈관질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최 목사는 그날 마침 노회 시찰회의로 광주에 출장 중이었다. 하지만 김 원장에게 전화를 해 두겠다고 했다. 그 전화를 마치자마자 생각보다 빨리 119 구급차가 도착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연히도 119 구급대 본부가 여수의 주변 신주택가의 하나인 돌산읍으로 옮겨와 내가 쓰러진 곳에서 5분 거리에 있다는 것이었다.

구급차에 오르면서 나는 최 목사에게 들은 대로 <여천전남병원>으로 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구급대 대원은, “선생님, 상태로는 <여천전남병원>에 가기는 너무 멉니다.”라며, 15분 거리의 가까운 <여수전남병원>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여수전남병원>에 도착하여 응급조치를 마친 후, 담당 간호원은 “속히 병원에 오도록 연락하게 자녀분들의 연락처를 알려주셔요.”라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올수 없는 곳에 있다고 하자, “그럼 사모님이라도 오시라고 하세요.”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야 나는 비로소 나의 병상(病狀)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닌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긴장이 되었다.

간호원이 구태여 환자의 아내보다 자녀들을 먼저 호출한 것은 유언(遺言)을 남기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위급(危急)한 수술을 하기 위해서 자녀들의 동의서가 필요로 한다는 것은 나중에 안 사실이다.

그런 후 그들은 나를 <여천전남병원>으로 이송하였다. <여수전남병원>은 <여천전남병원>의 지병원(支病院)으로 간단한 수술이나 응급조치 외의 중요한 수술은 <여천전남병원>에서 한다는 것이었다. <여천전남병원>에서 기본검진을 마친 후, 나는 구급차에 실려 또 어디로인가로 향하고 있었다.

<여수전남병원>에서의 연락을 받고 무주에서부터 부랴부랴 서둘어 온 아내의 말로는 나의 상태가 너무 엄중하여, 흉곽 절개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몰라 그런 수술이 가능한 심혈관 전문 병원인 순천의 <성가롤로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성가롤로병원>에서는 마치 나의 도착을 대기하고 있기나 한 것처럼 별도의 검사도 없이 즉시 스텐트 삽입 시술실로 옮겨가 시술에 들어갔다. 6개의 스텐트를 삽입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원래의 진단과는 달리 4개만 삽입하고 상태를 살펴 본 후 판단하자고 했다.

아내가 나중에 알아 본 바로는 심혈관 시술이 시각을 다투는 것이어서 <여천전남병원>의 김준영 박사의 검진 차트에 따라 별도의 검진 없이 즉시 나를 시술한 것이라고 했다. 김준영 박사가 3년 전까지 <성가롤로병원> 심장내과 과장 김동완 박사의 시술팀의 팀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나는 10여 년 전부터 평소에도 식사 후면 가슴이 조금 묵직하고, 다리 힘이 빠지면서 온 몸이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종종 느끼곤 했다. 그러나 그런 증상은 곧 사라졌으며, 그렇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통증은 아니어서 심상(尋常)하게 생각해 버리고는 했다. 그리고 늘상 피곤한 것도 많은 일 때문일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서울이나 무주의 지역 의원들이 나의 부정맥(不整脈)을 처방했지만, 약을 주었을 뿐 그것이 위험성을 언급하거나 종합병원의 검진을 처방하지도 않아 그것도 그렇게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이 별다른 고통도 통증도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 와서 죽음으로 몰아가는 소위(所謂) ‘침묵의 병’의 증상들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4) 새로 부여받은 삶-거듭된 은혜들이 낳은 기적(奇蹟)

한 달여 입원해 있던 응급실에서는 나는 두 번의 곡(哭) 소리를 들었다. 한 번은 시술을 받고 돌아왔으나 회복을 못하고 세상을 떠난 환자 가족의 애간장 녹는 듯한 흐느낌. 또 한번은 너무 늦게 병원에 오게 되어 시술실에도 못 들어 가보고 세상을 뜨고만 환자의 가족들의 비통한 오열(嗚咽). 멀어져 가는 그들의 숨죽인 통곡 소리를 들으며 나는 나에게 새로운 삶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리고 새롭게 받은 나의 삶이 어느 만큼의 확률로 얻어진 기적인지를 헤아려 보았다.

(1) 김정명 목사로부터 권면을 받아 요양을 받기 위에 여수로 오지 않고 무주에 머물러 있었다면?(종합병원이 없는 무주에서는 1시간 반 이상이 소요되는 전주나 대전으로 가야한다)

(2) 평소처럼 몸이 이상해도 계속 자전거로 30분을 더 주행하였다면?(그날따라 나는 몸이 노곤해짐을 느끼자마자 자전거에서 내리고 싶었다.)

(3) 만약 그날 아침 휴대전화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면?(그 후 나는 한시도 상비약 스프레이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4) 만약 여수에 최연석 목사가 없었다면?(<여천전남병원> 김동명 원장을 소개 받을 수 없었을 것이고 김 원장의 VIP 환자로서 김준영 과장의 신속한 처리를 받지 못 했을 것이다.)

(5) 119 본부가 5분 거리에 없었다면?

(6)쓰러진 곳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여수전남병원>이 <여천전남병원>과 무관한 병원이었다면 (나는 다른 병원에서였다면 규정에 따라 <여수전남병원>에서 받은 기본검사를 다시 받아야 했을 것이다.)

(7) 김 준영 과장이 <성가롤로병원>의 시술팀의 옛 팀장이 아니었다면? (김 원장의 VIP 환자로서 김준영 과장의 부탁을 받은 김동완 박사 팀은 자체 검사 없이 <여천전남병원>의 기본 검사표를 신뢰하여 신속한 시술을 해 줌으로써 귀중한 시간을 아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6개를 스텐트를 삽입해야 하지만, 우선 4개만을 삽입함으로써 흉곽 수술비용과 의료보험 처리되지 않는 4개 중 2개를 시술 보류 해줌으로써 400만원을 아낄 수 있게 배려도 해 주었다.

이상을 생각해 보니 나의 두 번째의 삶은 0.0078(2분의 1의 7자승)이라는 극히 바늘구멍 만 한 확률로 얻어진 것이었다. 그것은, 김정명 목사, 최연석 목사, 김동명 원장, 김준영 박사, 김동완 박사, 등이 베풀어 준 은혜로 이루어진 기적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5)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당신들의 은혜였습니다.

병상에서 내 60평생의 삶을 되돌아보니, 나의 삶은 나의 주변의 많은 분들의 은혜가 가져다 준 기적의 연속임을 나는 깨닫게 되었다.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었다.”라고 어떤 시인은 노래했지만, 나의 일생의 팔 할이 그분들의 은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단 한 번도 그분들의 은혜에 보답하지 못하고 살아 온 것을 깨달았다. 보은(報恩)은 말할 것도 없이 진중한 감사의 말을 전하지 못한 채 허둥거리며 살아 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서 나의 남은 삶을 보은을 하며 살자고 결심하였다. 어느 날 화장실의 거울을 보니 나의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고 있었다. 문득 유대교인들은 하나님의 은혜가 수염을 타고 내려온다고 믿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나도 수염타고 내려오는 하나님의 은혜를 항상 잊지 말기 위해 수염을 가르기로 했다. 그리고 이 수염을 볼 때마다 귀중하게 생각 못하고 살았던 나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며 살자고 다짐했다.
 
2. 무주를 떠나 여수에 자리를 잡다.

2013년 4월, 2개월 동안의 입원생활을 끝내고 퇴원하는 나에게 김동완 과장은 스텐트 4개만으로 우선 두고 보자고 하면서, 언제든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 종합 병원에서 30분 내의 거리에서 대기(待期)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심혈관 질병 외에도 고혈압, 당뇨 등이 있는 나는 합병증(合倂症)의 우려가 있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기 쉬우니 농사일은 중단하는 것이 좋겠고 당분간 해외여행 같은 장거리 여행도 삼가 하라는 당부(當付)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차피 농사일을 할 수 없을 바에야 1시간 거리에 종합병원이 없는 무주를 떠나 교통이 편리하고 종합병원이 있고, 물가도 싼 여수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여천전남병원>부근에 방 2칸의 작은 아파트를 한 채 구입했다. 또한 그 옆에 투 룸 한 칸도 구입했다.

병상(病床)에서 보은 방법의 하나로 생각해 둔 ‘보은기행’을 위한 숙박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게스트 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맨 먼저 1980년대 이후에 일본에서 내가 신세진 분들부터 초대하였다.

<필자 소개> 김경남 목사 1949년 (66세) 전남 완도 생 광주제일고등학교, 서울법대, 한국신학대학 졸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 총무, <한국민주화기독교민주동지회> 동경자료센터 관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사무국장, 무주<푸른꿈고등학교> 교장, <한국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업본부장,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김경남 목사  gisoo9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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