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는 식을 줄 모르고
매주 우릴 태우고 가는 아들네는 이국 하늘 아래 있고
교회 가는 길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또 갈아타고
아무리 갈아타기 운때가 절묘해도 한 시간 이상 걸리는데
지난 주 한 번 빠져보니 그 맛 또한 쏠쏠해서
내친 김에 또 변명거리나 찾을까도 싶은데
그래도 그럴 수는 없는 일
오라는 사람 없어도 보고 싶은 얼굴 떠올라 과감히 집을 나섰다
넉넉하게 출발했건만 거의 시간이 다 돼서야
허위허위 지하 계단을 내려선다
그런데 웬일인가 교회가 헐렁했다
아무리 더위에 휴가철이라지만 이렇게까지 하며 둘러보는데
늘 있어야 할 자리에 몇 분 노 권사님이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일까 하며 자리에 앉으며 주보 광고란을 보니
이를 어쩌나 ㅊ권사님이 뇌졸중으로 입원하셨단다
위기는 넘겼으나 재활병원에서 한 동안 고생하셔야 한다니
이 더위에 얼마나 힘드실까 마음이 아파온다
또 보니 징잡이 홍집사 아버님도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 없으신 체 중환자실에서 50일을 넘기고 계시고
김포에서 3대 온 가족이 출석하는 ㅈ권사님은
큰 교통사고로 여러 달을 고생하고 겨우 회복하는가 싶더니
또 재수술을 해야 한다며 입원해 계시고
또 어떤 분은 무릎관절 수술을 하고 병원에 계신다니
몇 명 안 되는 교인에 이렇게 빈자리가 많아
교회가 썰렁할 수밖에 없다
속으로 쾌유기도를 드리며 빈자리 하나하나를 살피니
그 얼굴 한 분 한 분 떠오르며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 진다
그분들 고통 생각하니 알 수 없는 슬픔이 마음에 일렁거린다
나도 모르게 안으로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분들만을 위한 눈물이 아니었다
아직 나에게도 가슴 출렁임과 눈물이 남아 있다니
어떤 일 앞에 차마 어쩔 수 없는 그런 아파하는 마음이 있다니
그분들이 고마웠다
메마르고 삭막해진 나에게 가슴 떨림과 뜨거운 눈물샘을 열어준
병상에 계신 노 권사님들이 너무 고마웠다
갈아타고 또 갈아타고 이 작은 우리교회에 나오기를 정말 잘했구나
주책없는 기쁨이 저 깊은 곳에서 밀려 올라오고 있었다

▲ 필자 이수호.       그는 전 전교조 위원장, 전 서울시 교육위원,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전 방송문화진흥회(MBC) 이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전 박원순 서울시장 공동선거대책위원장, 현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로 활동 중에 있다.

이수호  president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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