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풀을 농부가 직접 메야했던 시절엔 농사일이 고되고 힘들었어도, 풀은 귀한 대접을 받았다. 좋은 거름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두렁 풀은 말할 것도 없고, 산과 들에 풀도 깨끗이 베어다 소먹이로 거름으로 썼다. 똥도 개똥, 돼지똥, 닭똥, 사람똥, 가릴 것 없이 마찬가지로 귀하게 여겼다. 나 어렸을 땐 똥이 마려우면 참았다가 집에 와서 누웠다.

근대화되면서 화학비료와 농약이 나오고, 더 나아가 대형축산이 이루어지면서 거름이 쏟아지자, 지금은 풀은 아예 태어나선 안 되는 골칫거리가 되었다. 싹이 발아되기도 전에 제초제라는 독성이 강한 농약을 뿌려 죽여 버린다. 그래도 안 되어 비닐로 덮고, 부직포로 덮어 밭에서 풀을 추방하였다.

밭엔 풀도 땅도 사라지고 작물만 있다. 오늘날 주류 유기농업도 제초제뿌리지 않는 것 말고는 비슷한 모양새다. 자본주의 현실이 자꾸 상품화로 소비로 내몰기 때문이다.

과거엔 풀과의 전쟁이라면, 지금은 열매와의 전쟁이다. 풀 메는 노동력을 작물 키우는데 쏟기에 몇 배의 면적을 농사지을 수 있고, 품종도 다수확으로 개량되었기 때문이다. 열매 따는 시기를 놓치면,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큰 경제적 손실을 입는다. 그래서 부모상 당해도 열매는 따야한다고 한다.

생명농업을 꿈꾸며, 나는 다시 풀과의 공생의 길을 찾는다. 풀과 작물이 한참 자랄 땐, 작물이 풀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농부가 개입하여 풀과의 전쟁을 여름 더위 속에서 구슬땀 흘리며 해야 작물이 산다. 그래서 풀을 미워하거나 적대시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지긋지긋할 수 있다.

그때 나는 풀을 메며, 풀이 희생되어 산제사 되어 십자가 되어, 작물로 부활한다고 명상한다. 생과 사가 하나다. 내가 너로 부활한다. 풀이 죽음으로 작물이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진다. 공존 공생한다.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하며 노동한다. 노동이 기도다. 코이노니아다. 찬양이다.

인류는 1~200년 전엔 아니 수 만년 동안 대부분 (생명)노동하며 살았다. 지금은 대부분 땅을 밟지 않으며, (생명)노동 없는 삶이다. 노동을 두려워하거나 고생으로 여겨 기피한다. 물론 그동안의 노동이 생존을 위한 착취당하는 노동이었기에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땅으로 노동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뿌리 뽑힌 자처럼 영혼 없는 자로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오늘날 자본독재 물질 맘몬주의 실상이다.

나는 나의 건강한 삶의 비결은 "노동 있는 삶"에 있다는 확신이 최근에 들었다. 건강을 위해 따로 요가학원 다니거나, 마음수련하거나, 백팔배를 열심히 할 것도 없다. 삶속에서 노동 속에서 노동과 기도와 명상이 이루어지니깐.

농부가 아니라도 도시인들도 비싼 돈 들여 명상하고, 몸 수련하는 것보다, 가까운 곳에 생명 농업하는 곳을 찾아 노동하면, 자신도 수련되고, 농사일도 돕고, 때에 따라선 농산물도 덤으로 얻어오는 공생의 길을 모색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삶이 영성수련이 성서적으로 봤을 때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 아무것도 갖지마라"(마태10/7-10)처럼, 예수가 제자들에게 제시한 영성적 삶의 근본정신에 부합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 영성수련이 너무 상품화됐다.

하여튼 무엇보다도 역사적으로나 신앙적으로나 "노동"이 "노동 있는 삶"이 재발견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샬롬! 감사!

안태용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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