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고립 마비의 치유 (마가 1:40-2:12)

“시대의 고립을 치유하시는 예수님”
예수님이 마을에서 한 핵심적인 일이 무엇인가?

“한 문둥병자가 예수께 와서 꿇어 엎드리어 간구하여 가로되
원하시면 저를 깨끗케 하실 수 있나이다” (마가1;40)    

예수님의 치유이야기의 그 첫 번째 대상은 바로 온몸에 문둥병 걸린 사람이 예수님 앞으로 나와 주여 원하시면 나를 깨끗케 하여 주옵소서 하고 간청한 사건이다,
당시 이스라엘에서 문둥병이란 무슨 병인가?
오염되었기에 그래서 전염되기에 다른 사람과 접촉해서는 안 되는 병이다,
그래서 문둥병의 무서움이란 이병이 바로 사회로 부터 고립과 격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문둥병의 무서움은 바로 오늘에도 적용된다.
오늘 현대인의 가장 큰 병과 문제는 대부분 바로 이 고립과 소외에서 발생한다.
사실 오늘 우리가운데도 사실 수많은 문둥병환자들이 있다.
피부가 썩어 문들어져 고립 격리된 문둥병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닫아
세상으로 고립되고 격리된 마음의 문둥병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우선 문둥병이라는 이 병은 접근해서는 안 되는 고립을 이야기하고 이  고립으로부터의 치유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문등병자의 고립이란 무엇인가를 우리가 좀더 깊이 물으면 이것은 바로 사회적 고립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이 고립과 소외현상은 대부분 사회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개인주의화되면서 발생한 것들이다. 다시 말해 예수님은 당시 자신 앞에 나타난 이 문둥병자를 단지 한 개인의 죄가 아니라 당시 유대 공동체의 문제 유대사회의 문제로 보고 보다 근원적인 차원의 치료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예수님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보기 시작하면 하루에 50명씩 죽어나가는 오늘 한국 사회의 자살의 현상을 우리가 예수님의 시선으로 본다면 개인적인 자살로만 보지 않고 사회적 타살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두 번째로 예수님은 이 문둥병자를 어떻게 보고 계신 것 인가?
예수님은 이 문둥병자를 통해서 당시 유대 사회의 차별과 배제를 보고 그것을 넘어서시려고 하신 것 이다.

“예수께서 민망히 여기사 손을 내밀어 저에게 대시며 가라사대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하신대” (막1:41)   

여기서 예수님은 그 문둥병 환자를 치유하시는데 그 치유의 방법이 직접 문둥병 환자의 몸에 손을 대시자 문둥병이 떠나갔다고 되어 있다.

오늘 문둥병의 근원이 고립과 격리였다면 치유는 예수님의 문둥병자의 몸에 손을 대신 것
처럼 접촉과 관계라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건강한 인격 건강한 신앙인으로 거듭나고 치유되려면 가장 중요한것이 바로 개인적으로 고립 자폐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접촉과 관계라는 삶의 사회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고립과 격리라는 이 치명적 문둥병을 치유하는 최고의 치유제는 그들을 사회적으로 차별과 배제의 구조를 끊어 내고 그들을 다시 사회적으로 공동체로 품어내는 접촉과 관계라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치유행위에 담겨 있는 암호인 것이다.

“시대의 마비를 치유하시는 예수님”

“사람들이 한 중풍병자를 네 사람에게 메워 가지고 예수께로 올쌔” (막2;3) 

예수님의 치유의 두 번째 이야기는 중풍병자의 치유 이다,
오늘날의 말로 번역해 다시 이야기 한다면 중풍병이라는 마비의 치유인 것이다.
              

감정수업 이라는 책에서 철학자 강신주는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Dubliners)>을 사람들의 마비를 다룬 글 이라 소개한다.

제임스 조이스는 <더블린 사람들(Dubliners)>(1914)에서“내 의도는 내 조국의 도덕사의 한 장을 쓰려는 것이었다. 내가 더블린을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는 이 도시가 내게는 마비의 중심(the centre of paralysis)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데 더블린에 퍼져있는 정신적, 문화적, 사회적 병폐와 그 속에 '마비'된 사람들의 모습은 성서에 예수님이 치유한 중풍병자의 모습과 오늘 이시대의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았다.

오늘 성서의 중풍병자와 더블린 사람들의 마비의 한국적 현상은 무엇인가?
 우리는 요즘 과거에는 듣지 못한 말들을 많이 듣고 있다,
'히키코모리'라는 은둔형 외톨이와 쓸모없는 잉여인간,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종합판인 무연사회라는 말들이다.
오늘 많은 사람들이 오늘 젊은이들을  잉여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잉여가 바로 마비가 심화되어서 일어난 현상인 것이다.

지난 시대 우리 자신과 사회를 이끌어 온 힘의 바탕에 진정성이란 게 있었다.
시대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을 성찰하게 하던 윤리적 진정성, 그 고뇌의 시간 끝에 자신의 청춘을 걸고 고통스러운 결단을 내렸으며,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고, 고난의 길을 걸었지만,
진정성은 시대의 모럴이 되었다. 

그러나 1987년 형식적 민주화 이후 현재까지 우리 사회는 ‘전 사회의 속물화’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이 시기에 한편으로는 형식적 민주화가 진행되는 듯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공과 안전에 대한 강박증적 요구가 자기계발로 연결되고, 그것은 조기학습에서 평생학습에 이르는 삶의 전 시기로 확장됐다.

 1997년 이후 무한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들은 성공지상주의, 입신출세주의, 노골적인 속물주의에 올인 하여 수몰염치와 과시적 파렴치가 판치는 속물주의로 세계로 급작스런 심리 전환을 이루게 된다.

그래서 이제 진정성의 삶은 낡고, 효율적이지 않으며, 안쓰럽고, 심지어 역겨운 것으로 비춰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이후 도래한 세계는 속물과 동물들의 세계, 몰렴(沒廉) 무염치(無恥)에 의해서 지배되는 속물들의 뻔뻔한 당당함의 세계가 급속도로 펼쳐진다.
   
그래서 최근 속물과 잉여라는 책을 쓴 백욱인 교수는 우리시대를 “애비는 벌써 속물이 되었고, 속물에도 쉽게 끼지 못한 애비들의 자식들은 잉여의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꼬집는다.

성서의 문둥병 환자 치유 후의 두 번째 치유 기사인 중풍병자 치유 이야기는 치유의 의미를 고립에서 협동의 차원으로 나오는 것으로 역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오늘 이 중풍병환자의 친구들은 서로 어깨동무하고  중풍 병 환자를 들쳐 업고 지붕을 부수고 예수님께 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협동과 연대는 바로 무리를 넘어서고 집단적 지혜가 등장하여 지붕을 뚫고 만다.
 
복음서는 예수를 만나기를 원하는 마비된 중풍병자의 친구들이 마비된 친구를 들쳐 업고 예수님 앞으로 나갔듯이 잉여로 좀비처럼 마비된 친구를 들쳐 업고 지붕을 뚫고 예수 앞으로 나가는 친구들이 탄생하기 시작함을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성서의 중풍병자의 친구들이 마비된 친구를 들쳐 없고 예수님 앞으로 나간 모습을 다시 돌아보며 오늘 우리도  속물과 잉여로 좀비처럼 마비된 친구들을 들쳐 업고 군중을 뚫고 지붕을 뚫고 우리의 신앙의 마비현상을 뚫고 예수님 앞으로 나가는 새로운 공동체적 상상력이 필요한 때일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마비의 시대일수록 문제를 고립된 개인적 차원에서 푸는 것이 아니라 협동과 참여 그리고  공공성과 연대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개인에서 공동체로 나가며 공동체의 몸을 만들고 관계적 몸을 만들고 그리스도의 몸을 세울 때 우리의 무감각과 마비에서 중풍병 환자처럼 떨쳐 일어나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이원돈 목사(부천 새롬교회)  wewinw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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