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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을 위한 지역 개발로 지역 문화가 파괴된다[카리나 슈마허 생태선교사의 8월 내성천 이야기]
카리나 슈마허(Karina Schumacher) | 승인 2015.08.31 12:34

4대강 사업의 목적이라고 홍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농촌 지역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유로 먼저 댐들을 건설하였고, 이제는 문화관광 이익을 위하여 나머지 지역을 개발할 차례라고 한다.

   
 
영주 지역의 관광안내소의 말에 따르면 무섬마을에는 고풍스러운 한옥과 굴착기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모래가 흐르도록 유지하고 있는 강(내성천), 그리고 그 강 위를 가로지르는 외나무 다리 말고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개발이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큰 주차장을 비롯해서 윤도박물관, 포토시아, 무섬리버카페(민자), 탐방로, 전망테크, 야생화 정원, 이용 후생원, 야외갤러리, 팔괘미로 숲 등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을 위해서 옛날옛적부터 산에 있던 숲들을 없애고 농지를 콘크리트로 굳히는 데 243억원을 배정했다. 이런 개발은 앞으로도 전염병처럼 퍼질 것 같다. 이런 개발로 발생하는 것 중에 가장 끔찍한 문제는 이 지역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전통 문화도 파괴될 것이며, 심지어 마을 사람들이 개발 사업의 장, 단점에 대해 의견을 내놓다가 이해관계로 서로 나뉘어 다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위협받는 무섬마을의 문화를 살리는 방법 중 하나로 광복절 즈음에 열렸던 무섬마을 문화에 관한 외나무다리 축제가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결혼, 장례나 일반 생활 등 무섬마을의 모든 전통은 내성천과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외나무 다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외나무다리 축제는 매년 하는 행사지만 올해 행사가 이전과 다른 점은 영주시가 진행하면서 규모가 훨씬 커졌다는 점이다. 광복절이었던 토요일에는 먹을 것이나 마실 것, 지역 특산물을 파는 천막들이 들어섰고, 저녁에는 음악회를 진행한 후 불꽃놀이까지 했다. 그대로 믿기에는 의심이 가지만 지역 신문에 따르면 약 3천 명이나 되는 관광객들이 관람했다고 한다.

음악 공연 사이에 영주시와 경상북도에서 제작한 화려한 사진들과 소란스러운 영상을 보았는데 그 내용은 이 지역 지자체가 주민을 위해서 얼마만큼 노력하고 공공 투자를 하는지 홍보하는 것이었다. 요약하자면 자신들은 지역 주민의 이익을 위해서 문화관광 개발을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 날 행사는 마을 분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이었다. 패션쇼장의 무대처럼 외나무다리를 이용해서 매우 아름다운 전통 한복들을 입고 전통 혼인식, 장례식이나 일반 생활을 보여주었다. 나는 이곳과 어떠한 관계도 없었던 음악회보다 소박했지만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행사가 더 좋았다.

사실, 전날 밤에 지자체에서 준비한 행사는 나의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 그들이 벌여놓은 불꽃놀이는 무섬마을의 아름다운 별빛을 가렸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인위적인 소리는 내성천의 맑은 물소리, 그리고 밤공기가 전해주는 조용한 시간을 빼앗았기 때문이었다.

   
 
외나무다리 축제에는 이 마을에서 태어난 6명의 교수님도 오셨다. 한 분은 신학과 교수님, 한 분은 외국어대학교 체코어학과 교수님, 한 분은 울산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님, 또 한 분은 대구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님이시다. 이 분들은 전공이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고향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분들은 매년 한, 두 번씩 고향에 내려와서 모여 마을의 현안들에 관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이 다섯 교수님 중에 한 분이신 김흡영 교수님은 내가 이전부터 알고 있던 분인데, 나에게 이 교수님들의 모임에 와보라고 초청해 주셨다. 와서 그 동안 내가 해온 내성천 살리기 활동에 대해서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해 달라고 하셨다.

모여서 점심을 먹은 후, 영주댐 건설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그곳을 지키며 살고 계신 김씨 아저씨라는 분과 같이 가게 되었다. 이분은 바로 내 친구 김용기의 아버님이셨다.

댐에 도착했을 때, 그곳을 경비하던 직원이 우리 발걸음을 막고 사진도 찍지 못하게 하면서 우리에게 돌아가라고 요구하여, 몸싸움까지 하는 충돌이 약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충돌은 곧 멈추었다. 왜냐하면 교수님 중 한 분이 그 경비원이 낯익은 사람임을 알아보고 인사했는데, 고등학교 동창임을 서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매우 반갑게 웃으며 악수하고 사진도 같이 찍었다. 그때 내가 알게 된 것은, 이분들이 고향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기억이 이 장소(고향)를 통해 다시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만일 이곳이 댐 건설로 인해 파괴된다면 이들은 고향의 정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미림마을이라는 곳을 지났다. 우리 일행이 마을 분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서 인사 드리자, 그분들이 우리를 크게 반겨주셨다. 막걸리 잔을 돌리고 함께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 분들이 우리에게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며 계속 붙잡으셔서, 우리는 그 자리를 쉽게 떠날 수가 없었다.

댐에서 만난 동창분과 같이 서로 적대적인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학교 동창임을 확인하자 갑자기 친해져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 본적도 없는 마을 분들이 낯선 방문객을 반갑게 맞아주며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모습, 이런 모습들이 이 지역이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사람 냄새 나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주댐이 건설되면 이런 고향이 사라질 것이고 이런 아름다운 문화도 사라질 것이 확실하다.  마을 사람들은 댐 건설과 같은 지역개발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마을을 찾은 교수님들은 같은 지역에서 나고 자라신 분들임에도 고향과 지역을 위해서는 개발이 만사가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이런 교수님의 모습과 활동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비록 짧은 하루였지만, 나에게는 아주 길고 뜻 깊은 하루였다.

카리나 슈마허(Karina Schumacher)  schumacher.karina@web.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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