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선교연대(회장 이진권 목사)는 여름수련회로 8월 17-19일 영덕에서 여름수련회를 진행했다. 이번 수련회의 주제는 “핵소더스(Exodus from nuclear)”로, Exodus(출애굽, 해방)에 탈핵의 의미를 붙여서 만든 신조어다.

▲ 18일 오전11시 영덕군청 앞에서 주민투표를 촉구하는 영덕 종교인 및 5개 종단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사진:생명선교연대)

회원들은 한울핵발전소가 있는 울진과 천지핵발전소를 건설하려고 하는 영덕을 순례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주도하는 국책사업들은 가장 아름다운 곳만 골라 파괴하면서 사업을 추진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안타까웠다. 내성천과 마찬가지로 영덕의 해변에 있는 블루로드를 걸으면서 슬프도록 아름다움을 느꼈다.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걷는 해변에 핵발전소를 지어서 파괴하거나 더 이상 사람들이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슬펐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욕망 사이에서 더 이상 아름다움에만 도취될 수 없어서 더 안타까웠다.

영덕에 도착하기 전에 울진에 있는 한울핵발전소의 홍보관에 들렀다. 핵발전소 앞에 크고 깔끔하게 홍보관을 지어놓았다. 핵발전소가 왜 필요한지, 얼마나 안전한지 등 많은 돈을 들여서 홍보하고 있었다. 그렇게 홍보하고 있는 내용들은 우리가 많이 듣고 베워서 알고 있는 것처럼 거의가 거짓인데, 홍보관에만 간 사람들은 그것을 그대로 믿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가위를 하나씩 기념품으로 주었다. 지난 번 4대강 공사를 반대하며, 순례를 할 때 당시 4대강 홍보관에서는 수건을 하나씩 주었다. 만일 4대강 공사나 핵발전소 건설과 가동이 모든 국민들에게 필요하고 정당하다면 그렇게 많은 돈과 인력을 들여서 애써 홍보할 필요가 있을까요? 온 국민이 찬성하고 좋은 일이라면 그 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환영받을 만한 일인데 말이다.

영덕에는 바닷가 언덕에 풍력발전소가 있다. 24기의 발전기가 영덕 군민이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다(연간 9만 6,680MWh). 언덕에는 해맞이 공원과 바람개비 공원이 있고, 영덕군청에서 운영하는 신재생에너지 전시관도 있었다.

그 전시관에는 친환경-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소개하고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었다. 그런데 핵발전소 홍보관과는 다르게 입장료를 받는다. 수많은 생명을 위협하면서 추진하는 일은 돈을 들여서 홍보하고, 정작 우리의 생명과 미래 세대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고 확산되어야 하는 일에은 생색만 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 핵발전소 건설 예정부지로 신청된 블루로드는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사진:생명선교연대)

또한 핵발전소 이름에서도 그 사업의 정당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울 핵발전소는 어디에 있죠? 한빛 핵발전소와 천지 핵발전소, 대진 핵발전소는요? 예전에는 지명을 따라서 핵발전소의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2013년에 한울(울진)과 한빛(영광) 핵발전소 명칭을 변경하고, 이후부터는 천지(영덕)나 대진(삼척)처럼 지역 이름이 아니라 다른 이름을 붙이고 있다.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지역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영광에는 굴비가 유명했는데 잦은 핵발전소 고장과 사고로 인해 굴비의 명성마저 잃게 되었다. 만일 영덕에 핵발전소가 건설되어 가동된다면 누가 영덕 대게를 맘 놓고 먹을 수 있을까? 대게를 통해 먹고 살던 사람들의 생존권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18일(화) 오전에는 영덕군청에서 영덕 종교인들과 전국 5개 종단이 함께 “영덕 주민투표 지지선언” 기자회견을 했다. 늦은 오후에는 군민들과 함께 거리에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기도회”도 열었다. 영덕의 민간 단체들은 신규원전 건설에 대해 영덕군민들의 찬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이에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영덕 종교인 20여명과 생명선교연대는 영덕 핵발전소 건설과 관련해 주민투표추진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민간주도의 영덕군민 찬반 주민투표 실시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주민의 생명과 생존을 위협하는 이런 중대한 사안에 대해 영덕군민들의 주민투표 요구는 지극히 정당한 일이며, 영덕군의회 원전특위도 지난 4월 활동 종료와 함께 주민투표 시행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지난 6대 군의회와 영덕군수는 영덕 군민 4만 명 중에 399명만의 주민 동의로 핵발전소 유치를 신청했다. 또한 지난 12일 주민투표추진위의 여론조사 결과 주민투표 필요를 응답한 주민이 68.3%이며, 핵발전소 유치에 찬성한 주민 56.7%가 주민투표 실시에 동의하였다. 따라서 군의회와 영덕군수는 이를 겸허히 수용하고 주민투표 추진을 함께 해 아름다운 영덕이 되도록 함께 힘써야 할 것이다.

밤에는 영덕 군민들과 함께 하는 기도회를 했다. 영덕에서는 기도회를 거리에서 한 적이 없어서 군청 앞에 있는 구세군 교회에서 하라고 했는데, 우리가 거리에서 하기를 원해서 그렇게 했다. 그곳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거리기도회가 처음이었던 것이다. 영덕군은 군민이 4만 명인데, 그곳에는 기장 교회가 없고, 개신교에서는 침례교와 성결교 목사와 구세군 사관이 대책위에 함께 참여하고 있었다.

한 침례교 목사는 경주 방폐장 건설에 적극적으로 찬성 했었는데, 핵발전소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게 되면서 지금은 열렬하게 반대하게 되었다고 한다. 생명선교연대는 작년에 내성천 살리기에 참여 했던 것처럼, 영덕 핵발전소 건설계획 백지화를 위해서 연대하기로 하였다.

생명선교연대 회원들은 이번 수련회를 통하여 뼈저리게 느낀 것이 많다. 그것은 바로 이것이다. “제대로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라!” 생태와 환경에 관심이 많았지만 직접 가서 보고 듣지 않았다면 그저 멀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로 여기면서 관심이 적었을 것이다. 영덕의 아름다운 자연과 주민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낌으로써 우리는 더 많은 관심과 더 적극적인 참여를 다짐하게 되었다.

생명선교연대는 앞으로 영덕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연대하기 위한 1인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창조절 셋째 주를 맞는 19일(토)부터 21일(월) 3일간 목회자와 교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영덕 핵발전소 주민투표 촉구' 1인 시위가 진행된다.

영덕핵발전소 건설계획을 취소하라!

▲ 생명선교연대는 1인 시위를 시작으로 영덕 핵발전소 문제에 함께 연대해 갈 것을 약속했다.(사진:생명선교연대)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